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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Sep 03. 2015

내 글쓰기의 원동력은

천성 : 본래 타고난 성격이나 성품.


아, 거의 다 썼는데 뭐 하나 검색하다 크롬이 멈춰버렸다. 페이지 복구는 했으나 텅텅 빈 하얀 브런치 창이 날 반겨주네, 앞으로 글은 크롬으로 쓰고 검색은 익스플로러로 해야지. 하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니까 나는 언젠가 또다시 이런 허탈감을 느끼게 되겠지?


무튼 아까 써내려 갈 때의 그 감정을 다시 끌어올려 보도록 하자.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잘 썼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좋아했다. 글을 써서 작은 상이라도 받아본 적은 없다. 그저 파란색 충효일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꽤 성실하게 쓰는 아이였다. 내 추억, 기억, 감정들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당연히 그 당시 유행했던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애용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10대 때의 나는 내 감정을 남들에게 똑바르게,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말을 꼬아서 쓰고, 돌려 쓰고, 뭉뚱그려 썼다. 글은 길어졌고 내 글을 흥미롭게 봐주던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자주  갸우뚱했을 것이다. 심오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으니.

지금 내가 다시 읽어봐도 "얘는 대체 이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할 글들이 많을 거다.


그 시절의 나는 나 자신이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자각조차 없었다. 그 아이는 그럼 대체 왜 그렇게 글을 써댔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 조차 몰랐기 때문에 계속해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싶다. 일종의 자아 찾기였을까?


지금도 명확하지 않지만 사춘기 시절엔 누구나 그렇듯 나 또한 많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어떤 사람인 지 몰랐고, 그래서 자주 헤맸으며, 그런 내가 싫었다.


그러니까, 그런 나로 하여 글을 쓰도록 하는 원동력은 '우울'이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었다.'가 아닌 '-이다.'일지도. 


글쓰기의 원동력이 우울이라니, 끄덕끄덕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우울이라는 단어만 봐도 질색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천성이 걱정 많고 불안을 잘 느끼는 내 감정의 밑바닥에 우울이 깔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좀 우울하다는 게 뭐 나쁜가? 아까 내 크롬을 멈추게 했던 검색어는 '우울과 예술'이었으며 나는 DBpia라는 사이트에서 '우울증과 예술적 창조성'이라는 논문 하나를 찾아냈다.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논문 소개에 이렇게 써져 있다.


우울증은 일반인들에 비해 예술가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예술가들의 우울이 빚어낸 부정적 감정의 내향화는 예술창조를 자극하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내가 진짜 대단한 예술가는 아니지만 어쨌든 우울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커다란 영감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면 내 소중한 일부분으로 소중히 여겨줘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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