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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Sep 06. 2015

잘 떠나가 주세요

그대가 제게 찾아와주셨을 때처럼


분명 저는 그대 떠나가시는 그림자라도 붙잡아보려고 안간힘을 써댔지요. 오늘은 겨우 그대 그림자 끝자락이라도 붙들었다 싶으면 다음날 그대는 더 먼 곳으로 훌쩍 떠나가 저를 애태웠지요. 그렇게 매일 가슴 졸이며 마음 아파하던 때가 있었지요.


그대 마음이 떠나간 것을 원망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 제게도 어떤 책임이 있겠지요.

다만 그대가 제게 찾아와주시고, 손 잡아 주셨을 때처럼 잘 떠나가 주셨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닿을 듯 말듯 장난치듯 가버리시곤 또 이렇게 저를 흔들고자 하시는 지

그 마음을 영영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제게서 잘 떠나가 주세요 이제는.


이제 저는 정말로 괜찮으니 제게 알량한 미안함도, 애틋함도 갖지 않아 주셔도 좋습니다.

마치 저라는 사람을 송두리째 들어내버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살아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이것이 정말 우리의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그대에게 감사하며 아름다웠던 것들만 생각하며 살테니,

각자의 자리에서 웬만하면 서로 소식도 모르고 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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