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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Sep 06. 2015

bonte museum

제주에서의 반짝반짝한 기억


본태 박물관은 아마 떠나는 날 아침이었나?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봤다며 시간이 되면 한번 가보라고 찔러줬던 곳이다. 친구가 보내준 캡쳐의 사진은 내 마음을 확 끌었지만, 우리 일정이 이미 다 정해져 있었던 상태라 '다음번에 또 제주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가봐야지'하고 마음을 바로 접었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갈 때부터 날씨는 나를 걱정스럽게 했고, 첫 날 숙소에 도착해서 '만약 비가 온다면'을 가정하며 플랜 B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얼떨결에 가게 된 제주의 '본태박물관'은 안 갔으면 후회할  뻔했던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커버 이미지의 사진은 쿠사마 야요이라는 일본 작가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2008>이라는 작품이다.

제3관의 어떤 방에 들어가보면 4면이 거울로 되어있고 온통 반짝거리는 저 전구들이 마치 우리를 무한의 환상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느낌이었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저 공간이 너무 좋아서 박물관 한번 다 둘러보고 마지막에 한번 더 들어갔다 왔다. 40초짜리 동영상도 찍어왔는데, 확실히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 오늘처럼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보면 참 좋다.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


우리의 목적이 이 무한 거울방을 보는 것이었지만, 이것 말고도 볼 게 참 많았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피카소와 백남준을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피카소 작품은 유명한 작품은 아닌 것 같았지만, 피카소는 왠지 이름만 들어도 좋으니까? 그리고 백남준 작품 중에 인상 깊었던 게 있었는데 작품 이름이 'sonatine for goldfish(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였다. 

뭐, 찾아보니 1996년 작품이고 불교의 선 사상을 잘 보여주는 명상적 작품으로 낡은 TV 브라운관 속 금붕어가 특별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고 하네.

친구와 나는 그 작품을 보면서 불교의 선 사상까지는 느끼지 못 했지만 뭔가 낭만적인 그 작품명이 마음에 들었고, 그 속의 금붕어가 불쌍하다고 하였다. 동물 학대로 아티스트를 비난하겠다는 게 아니라 금붕어가 살기엔 공간도 좁아 보였고, 그 금붕어가 죽으면 다른 금붕어로 교체하는 건가?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달까..; 아무래도 살아있는 생명체다 보니 그 작품이 의미하는 바 이전에 감정이입이 먼저 된 것 같다.


또 마음에 들었던 건, 본태박물관은 건물 자체가 예쁘다. '안도 타다오'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한다. 세계 3대 건축가라고 했던 거 같은데, 난 잘 모르겠고 무튼 미술전시나 박물관 다니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제주도 여행 갈 때 이곳을 꼭 한번 들러보면 맘에 들어하실 것 같다.


작품 사진은 거의 대부분 촬영 금지였기 때문에 못 찍었고 박물관 분위기를 좀 엿볼 수 있는 사진 한 장과, 의외로 맛있었던 우동 사진 하나 올려봅니다..ㅎㅎㅎ 전시관이 1관부터 4관까지, 볼 것도 꽤 많아서 돌아다니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피곤해지니까 마지막에 우동 한 그릇 드시고 나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집 주변에 이런 박물관 있으면 자주 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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