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굉장히 신기하게 여기면서 부러워하는 부류가 있다. ‘왜 굳이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사람한테 딱히 잘해준 것도 없는데, 고마우면서 미안한 마음까지 들게 하는 사람들. 나는 솔직히 내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 외에는 크게 관심도 없고, 챙기려고도 하지 않는 편이라,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적잖이 놀라게 된다. 부러운 이유는, 챙기려고 ‘안’하는 것만큼 ‘못’하기도 해서. 나는 좋은 마음이지만 상대가 부담스러워하면 어쩌나, 괜히 내가 오지랖 부리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에 선뜻 말을 꺼내거나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 참 용감하고 멋있다고 느껴진다.
직장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좋은 얘기보단 나쁜 얘기들을 훨씬 많이 듣게 되다보니 사실 별 기대가 없었다. 의원면직 하고 싶을 정도로 미친놈만 안 만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던 정도? 그런데 요즘엔 직장에서도 마음을 나눌 사람을 만나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안다. 자신의 호의를 내비치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 덕분이다.
날 처음 놀라게 했던 사람은 정식 발령 전 임시로 잠깐 일했던 고등학교에서 만난 영양사님이었다. 그분 성격이 워낙 밝고 외향적이어서 일하는 동안 잘 지내긴 했지만, 그래봤자 내가 그 학교에서 일한 건 두 달이 채 안되는 시간이었고 그분과 특별히 친분을 쌓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정식 발령 받고 며칠 안 되어서 그분이 메일을 보내오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일해서 좋았고, 더 많이 못 친해져서 아쉽고, 잘 지내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그분이었다면 그정도 얕은 친분에게까지 마음을 쓰지는 않았을텐데, 놀랍고 감사했다.
정식 발령 받아온 이 곳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아무것도 몰라 힘들어 할 신규들을 위해 본인들도 한창 바쁠 시기에 시간 내서 강의해주신 선배님들, 노란 튤립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본인이 키우시던 노란 튤립을 꺾어다주신 주임님, 배드민턴 열심히 치라고 스포츠양말 몇 켤레를 내 책상 위에 서프라이즈로 올려놓고 가신 교무부장 선생님, 본인이 차 못 태워줄 때는 어떻게든 같이 갈 사람을 찾아주시려는 실장님 등등.. 천성이 무뚝뚝해서 어른들한테 싹싹하게 잘 하지도 못하는 내가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어떻게 다 돌려드리나 걱정이 될 정도다.
스물여덟이면 이제 알 만큼 알고, 클 만큼 컸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부분에선 아직도 나는 한참 부족하고 미숙한 것 같다. 내가 받은 이 마음들을 오래 간직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선뜻 선의를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