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여기 발령받아 왔을 때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첫 발령에 심지어 첫 자취까지 하게 된 내가 걱정돼 온 가족이 총출동했던 날. 마치 2000년대 초반 과거로 돌아온 듯한 이 곳 풍경을 보고, ‘이런 시골에 어떻게 적응해서 살지?’ 생각하며 많이 착잡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정이 들어버려 언젠가 여길 떠날 생각만 해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인다.
그래서 내가 시골을 좋아하게 만들어 준 몇 가지 이유를 남겨두려고 한다.
1. 이 곳에 살다 보면 종종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면 양 옆으로 보이는 정갈한 논밭과 길가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쉬고 계신 어르신들을 볼 때,
경운기 타고 가시던 옆 학교 주사님을 우연히 마주쳐서 인사드렸더니 방금 캐온 양파라며 내게 한그슥 안겨 주실 때,
나랑 또래인 선생님이 모내기하러 가야 한다고 조퇴하는 걸 볼 때,
학교 텃밭에서 가져온 오이와 양파로 오이무침을 해 먹을 때가 그렇다.
2. 동네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저녁 산책은 무섭지만 귀여운 에피소드가 생긴다.
같이 사는 언니가 편의점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어떤 할머니께서 갑자기 말을 거셨다고 한다.
“니 내가 아는 아가?”라고.
대충 여기 근처에 산다고 말씀드리자
“맞나? 니 이쁘네~”라고 안경에 마스크로 무장한 언니에게 따뜻한 칭찬까지 해주셨다고.
도시에서 살 때는 이런 일이 없다. 대부분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당연히 내가 모르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 곳 어르신들은 모르는 동네 사람이 없는데 갑자기 웬 젊은이가 돌아다니니까 궁금하셨던 거다.
3. 장사하시는 분들이 좀 더 친절하다. 도시에선 표정 좋으신 분들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대부분 가게의 종업원이나 사장님들의 기본 표정은 약간 무표정에 가깝다. ‘너는 돈을 지불하고 나는 돈을 받으면 그뿐’ 이런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곳에서 식당이나 가게에 가게 되면 확실히 도시에 비해 웃으며 응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아무래도 도시에 비해 손님 수도 적고, 오는 손님도 거기서 거기고, 그러니 마음에 여유가 더 생기나 보다.
남겨두고 싶은 기억들은 아직 더 많은데, 오랜만에 글을 쓰니 금방 피곤해지네. 남은 이야기들은 2편으로 이어서 써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