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겠습니다.

by 해수

브런치에 마지막 글을 올리고 2년 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솔직할 자신이 없어졌고

그와 함께 글을 쓸 용기도 점점 사그라들었다.


은연중에 '나 이제는 브런치를 접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얼마 전 어떤 일을 계기로 나는 창작을 꾸준히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만들어낸 창작물을 여기저기에 공유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접하는 행위가 나에게 큰 보람과 기쁨이 되었는데,

그걸 오랫동안 미루다 보니 내 안엔 어떤 갈증이 쌓였고

그 갈증은 나도 모르게 좋지 않은 결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을 너무 신경 쓰고,

쓸모 없는 물건들을 필요하다고 합리화하며 계속 사들이고,

내면을 돌보지 않고,

남들이 듣기 좋아할 것 같은 말들만 하면서,

마음 한구석엔 찜찜한 불만스러움이 점점 커져만 가는데

나 스스로를 이만하면 괜찮다고 잘 살고 있다고 속이면서 지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어떤 콘텐츠를 제작해 올렸는데

결과와 상관 없이 내 마음에 활력이 돌면서

다시 건강한 삶을 되찾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브런치를 찾게 됐다.


그런데 글을 쓰려면 어쨌든 내 마음에 충실할 여유 시간이 있어야 하고,

내 마음에 솔직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경우

그동안 무뎌져버린 감각을 살려내려고 전보다 더 애를 써야하며,

마구잡이 엉망으로 써지는 내 글을 견뎌내야 한다.


글로 벌어먹고 사는 직업 작가도 아닌데

굳이 왜 이런 불편을 참아내면서 글을 쓰려고 할까? 스스로도 납득은 안 된다.


다만 글을 쓰는 행위가 나에게 주는,

'또렷하고 명료해지는 감각'이 그동안 많이 그리웠기 때문에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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