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을 꾸준히 다니고, 자차로 출퇴근 하는 그런 30대 중반이 되면 많은 것들이 더 명확해질 줄 알았다. 일, 인간관계, 인생, 철학, 정치 같은 것들에 대해 더 능숙한 성인이 될 줄 알았다. 연하의 누군가가 어떤 주제에 대해 물어보면 "그거야 그거지 뭐"하고 간단하게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지금의 나에게 딱 한가지 명확한 정답은 '인생에서 100% 명확한 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것.
모든 것들이 각자의 상황에서만 알맞을 수 있으며, 주어진 조건이 아주 조금만 틀어져도 정 반대의 결론이 날 수 있다. 그 상황에서 분명히 알맞았다고 판단된 선택이었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틀려질 수 있고, 이런 일을 나만 겪는 것도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상황과 사람에 대해 나름 확신에 찬 판단을 잘 내리곤 했다. 그런데 그 판단이 하루 만에도, 반나절만에도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지금은 내 판단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대한 판단도, 나 스스로에 대한 판단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마음이 혼란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자유로워진다.
어차피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한다해도 그것은 나에게 명암을 동시에 남길 것이기에. 아무리 선의의 의도로, 대의를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라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불편하고 전혀 이롭지 않을 수 있다. 그 사실 조차 영영 모를 수도 있고, 알게 된다해도 납득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세상은 늘 예상을 벗어날 것이고, 나는 절대 100% 옳을 수 없고 남들 또한 마찬가지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