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아이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있나요?
지영이를 데리고 서점에 왔다. 매대에는 아이들을 유혹하는 알록달록한 만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영이는 '흔흔 남매'와 '으스스 무서운 학교괴담' 시리즈를 집어 들었다. 며칠 전에도 학교괴담을 읽고 밤에 악몽을 꿨으면서 또 사달라고 하는 게 못마땅하다. 어제 집에 있던 만화책을 몽땅 도서관에 기부했는데 만화책을 또 새로 사는 건 아니 될 얘기다.
"만화책은 도서관에서 읽자. 엄마가 재밌는 책을 발견했어. 엄마랑 같이 읽어볼까?"
엄마가 고른 책은 '윔피 키드'다. 그림이 주가 되는 만화책이 아니라, 글이 주가 되면서 그림이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그림책을 고른 것이다. 지영이를 데리고 아동 독서 섹션으로 갔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도 몇 명 보인다. 구석자리가 있나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중앙 자리만 덩그러니 남아하는 수 없이 센터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만에 책 읽는 엄마로 돌아온 걸까. 지영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자기 전 책을 읽어줬던 때 이후로는 읽어준 적이 없는 것 같다. 엄마가 보기에 지영이는 독서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지영이는 초등학생교에 들어간 이후로 만화로 된 책을 주로 읽고 줄글로 된 책은 멀리했다. 그래도 만화책도 책이니까 괜찮겠지. 학습만화로 읽히면 괜찮겠지 했다. 일을 하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여유는 없었다. 집에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데 알림장과 가정통신문을 확인하기도 벅차다.
그런데 지영이 국어 교과서를 보니 줄글을 좀 읽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단원 마무리에 자유롭게 글을 쓰는 부분이 꽤 있는데 지영이는 매번 한두 줄 간단하게 쓴 게 다였다. 읽기와 쓰기는 다른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줄글을 많이 읽혀야 쓰기 실력도 좋아진다고 믿는다. 그래서 줄글에도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그림보다 글이 많은 그림 책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차차 줄글로 옮길 요량이다. 윔피 키드를 소리 내어 몇 장 읽어 주고 있는데 맞은편에 있던 아이가 우리가 읽는 책을 읽고 싶다고 엄마에게 보챈다. 지영이가 맞은편 애를 경계하며 말했다.
" 엄마, 나 이거 살래."
책을 두 권 사서 나왔다. 초반 몇 장을 읽어주니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빨리 집에 가서 읽어보고 싶다고 난리다. 과목별 문제집도 샀다. 특별히 수학은 똑같은 문제집으로 두 권을 샀다. 길거리 국화빵 한 봉지를 사서 지영이 손에 쥐어준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국화빵을 냠냠거리며 책을 읽는 모습이 기특하다. 지영이가 내 입속에 국화빵 하나를 넣어준다. 달콤한 팥이 입안에 퍼진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으로 교과서에 나온 과학 실험용품들을 주문했다. 요즘에는 교과서에 나온 실험용품들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학년 및 학기별로 나누어 팔고 있어 간편하게 실험용 구들을 구입할 수 있다. 이미 배운 내용을 위주로 EBS 과학 수업을 들으면서 실험장면을 그대로 따라 하게 한다면 지영이가 어렵지 않게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알코올램프나 위험한 산성용액은 없는지 장바구니를 다시 확인했다. 혹시 몰라 유리 비커 대신 플라스틱 비커를 사고 안전을 위해 보안경과 장갑도 구입했다.
"지영아, 엄마가 과학실험 세트 샀어. 엄마가 퇴근하고 나서 강의 듣고 엄마 앞에서 해보는 거야. 어때, 재밌는 집콕 놀이가 되겠지?"
지영이는 집콕 놀이라는 말이 맘에 든 모양이다. 엄마가 뭘 주문하는지 빤히 쳐다본다. 마지막 남은 국화빵을 아끼고 아껴가며 떼어먹다가 한입에 꿀꺽 넣는다. 이제 수학만 남았다. 지영이에게 수학 교과서와 문제집을 가져오라고 했다.
"수학은 엄마가 지영이가 문제 잘 풀었는지 토요일마다 깜짝 테스트를 해볼 거야. 근데 지영이가 풀어본 문제 중에서 낼 거라서 걱정할 것 없어. 우리 지영이 백점 맞으면 엄마가 덩실덩실 춤춰야겠다. 지영이가 좋아하는 책도 마음껏 사주고 말이야. "
1단원 곱셈부터 날짜별로 풀어야 할 페이지를 체크해두었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
(엄마의 학습 점검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