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학교에서 잘하고 있나요?(5)

by 다이앤선생님

Ⅸ 초등맘의 고민) 엄마표 공부시키려니 애한테 화만 내게 돼요.


"어디 한 번 지영이 문제집 좀 보자."


일주일 만에 지영이 문제집을 들춰본다. 빨간펜의 살색 종이를 살살 돌려깠다. 지영이는 고개를 떨군 채 떨어진 종이 조각을 만지작 거린다. 한 장씩 넘겨보는데 한숨이 푹푹 나온다. 하나도 안 했다. 그래도 쉬워 보이는 문제 몇 개를 체크하고 지영이에게 내준다.


"하나도 안 했네... 문제라도 풀어볼까?"


지영이는 문제집을 붙잡고 가만히 있는다. 눈치를 살살 보다가 끄적거리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답을 모르는 모양이다. 방과 후 자유시간이 그렇게 많았는데 학교 공부 복습은 하나도 안 하고 딩가딩가거렸을 것을 생각하면 울화가 터진다. 지영이에 대한 믿음도 사그라진다. 복습을 안 했으니 다 까먹었을게 분명하다.


"공부도 하나도 안 하고, 이럴 거야? 엄마랑 열심히 하기로 했잖아! 수민이는 벌써 6학년 문제 푼다더라. 너 진짜 이렇게 할래?"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지영이는 몸을 움츠리고 땅만 쳐다본다. 이러면 안 되지. 아이한테 소리 지르면 안 돼. 심호흡을 세 번 쉬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시 가르치면 될 거야. 책상 앞에 앉아 문제집을 다시 폈다. 3학년 수학인데도 설명하려니 막막하다. 나눗셈을 어떻게 풀었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한참 헤맸다. 그 와중에 지영이는 딴짓 중이다. 공부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누가 누구 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나 몰라라 하는 지영이의 모습에 또다시 화가 욱욱 올라온다. 자꾸만 계산 실수하는 지영이의 모습에 천불이 난다.


"다시. 다시 풀어봐. 틀렸잖아"

"에휴."

"왜 한숨 쉬어? 엄마는 너를 위해 이렇게 최선을 다하잖아. 니 공부는 네가 알아서 해야지. 공부 못하면 너만 손해야. 엄마가 왜 사정사정해가며 공부시켜야 하는데!"


지영이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원래 이렇게 화내려던 게 아닌데 나도 모르게 크 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수많은 육아서적을 읽으며 절대 아이에게 큰소리 내지 말자고 다짐했었건만 이렇게 한순간에 아이에게 괴물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리다. 엄마표 공부? 그건 책 속의 슈퍼맘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거야.



Ⅹ 똑똑한 초등맘들만 아는 비밀


하교 후 엄마표 공부를 시키는 게 좋을까, 학원에 보내는 게 좋을까? 이 고민은 초등학교 엄마들이 흔히 겪는 고민 중 하나 일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엄마표 공부든 학원이든 다 괜찮다. 특히 저학년 수학은 간단한 덧셈 뺄셈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가 문제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수 모형 하나만으로도 엄마가 차분하게 가르칠 수 있다. 그렇다면 중학년의 경우에는 어떨까? 일반화할 순 없지만 엄마가 교육 전공자가 아닌 이상 중학년부터는 엄마표 공부보다는 학원이 더 효과적이다. 일부러 엄마표 공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3학년부터는 1, 2학년 교과인 국어, 수학, 통합교과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으로 세분화되고 과목별 교과 특성이 짙어진다. 수학에는 분수, 소수가 등장하고 복잡한 곱셈 나눗셈 문제가 등장하며 문장제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과학에서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가설 설정, 실험설계, 변인통제, 자료해석 등과 같은 탐구과정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된다. 따라서 이때부터 학력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엄마표 공부보다는 교육전문가의 수업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학교든 학원이든 우리 아이만 붙잡고 케어해주지 않는다. 과외도 마찬가지이다. 과외선생님의 교육방식에 따라 진도만 빼는데만 급급할 수 있다. 결국은 엄마의 엄마표 학습 점검 여부에 따라 상위권 진입 여부가 달라진다. 물론 엄마가 일일이 학습 점검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 스스로 잘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학습 의욕과 호기심이 충만하여 청출어람인 케이스는 오히려 엄마의 과한 개입이 방해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엄마가 학교 및 학원 학습을 점검해주어야 상위권으로 올라간다.



엄격한 우열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대형학원은 어떨까? 매주 시험을 보고 반을 조정하므로 학습 점검을 안 해도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필자가 6학년 담임을 했을 때의 일이다. 항상 밝게 웃어 사교적이고 성실하게 수업을 들어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던 학생이 있었다. 학생 상담을 하면서 들었던 그 학생의 고민은 약간 놀라웠다. 대형 영어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본인 실력보다 높은 반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 학원은 새로 등록할 때 원래 실력보다 약간 높은 반에 배치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실망하실까 봐 그 반을 유지하기 위해 수업을 이해하는 척하고 있다고 하였다. 매달 진행되는 레벨테스트에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해답지를 보고 답을 외우는데 혹시라도 레벨이 떨어질까 봐 불안감에 떠는 나날들이 매우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학원에서는 부모님께 자신에 대한 칭찬만 하는 상황이라 부담스러워서 학원을 끊고 싶은데 부모님께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엄마는 우리 아이가 학원 수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아이 수준에 맞는 반에 배정해주는지, 아이가 모르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지 점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Ⅺ 똑소리 나는 엄마표 학원 선택법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아이의 방과 후 스케줄이나 선행학습률을 물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학부모님들은 이렇게 머뭇머뭇하신다.


"선생님들은 학원 많이 보낸다고 하면 싫어하시던데... 사실대로 말하자면요..."


여기서 잠깐, 선생님들은 정말 학생들이 학원에 가는 걸 정말 싫어할까? 필자가 고등학생일 때를 떠올려보면 우리 담임선생님은 야간 자율학습을 빼고 학원에 가는 아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셨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숙제는 소홀히 하면서 학원 숙제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 있다면 학원에 가는 걸 반길 선생님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실제로 많은 선생님들은 자녀를 학원이나 방과 후 학교에 보내신다. 우스갯소리로 '학교 선생님이 자녀 선행학습을 제일 많이 시키더라.'라는 카더라 소문도 있다. 그러니까 선생님이 싫어하는 건 학원이 아니라 학원 때문에 학교 수업을 나 몰라라 하는 태도라는 얘기다.



학교에서는 문제 풀이 스킬보다는 원리 이해에 초점을 둔다. 가끔 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공식에 대입해서 문제를 푸는 학생이 있다. 그러나 원리 이해가 선행되어야 여러 가지 유형을 암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학교는 수준이 천차만별인 3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고난도 문제를 다루기 어렵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따로 지도하기에도 적합환 환경이 아니다. 그래서 사교육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필자는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서 사교육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그 효과는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학부모 상담을 할 때 상황에 따라 아이에게 필요한 사교육을 적극 추천하는 편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남들이 '00 학원이 좋더라~', '00 선생님이 잘 가르친다더라~'라는 소문만을 쫒아 사교육의 효과를 최대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원 플랜을 설계할 때 효과적인 방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똑소리 나는 엄마는 지혜롭게 사교육을 시킬 줄 안다.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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