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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Jan 16. 2022

우리 아이, 커서 뭐해먹고살지 걱정입니다.

자녀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학부모 고민상담

  자녀의 진로와 미래가 걱정인 수진이 엄마의 사연


  미용실을 운영하는 수진이 엄마는 카운터에 앉아 손님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자영업자에게 가장 힘든 건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다.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날에는 몸이 힘들지만 손님이 뚝 끊긴 날에는 마음이 힘들다. 몸이 힘든 게 나은지, 마음이 힘든 게 더 나은지 굳이 따져야 한다면 몸이 힘든 게 훨씬 더 나았다. 


  수진이 엄마는 TV 리모컨으로 계속 채널을 바꿨다. 그러다가 뉴스 속보에 시선이 멈췄다. 아나운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제 집계된 코로나 환자 수와 달라진 방역정책 대해 브리핑했다. 그리고 인구절벽, 치솟는 물가,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에휴,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구나."

  엄마는 한숨을 푹 내쉬고 TV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어 딸 수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진아, 아침에 해놓은 카레 잘 챙겨 먹었지?"

  "응, 엄마. 다 먹었어. 엄마 근데 오늘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나보고 잘 친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래? 잘했네. 엄마가 이따 퇴근할 때쯤 다시 전화할게."

  "응, 엄마. 빨리 와."


  수진이는 재작년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가 꽤 재밌었는지 작년부터는 아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비록 처음에 피아노 학원을 권했던 건 엄마였지만 수진이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할 줄은 몰랐다. 그녀가 보기엔 수진이는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일 뿐 피아노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한 번은 엄마가 수진이를 살살 달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수진아, 피아노가 그렇게 좋아? 그런데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재능이 있어야 하고 연습도 아주 많이 해야 해. 게다가 진짜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는 몇 되지 않아. 나머지는 다...... 어쨌든 피아니스트 말고 다른 꿈은 없어?"

  "글쎄, 유튜버? 유명한 유튜버 할래."

  "음...... 엄마 생각엔 의사나 약사가 좋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아 몰라! 의사나 약사 되고 싶다고 하는 애들은 다 공부 잘하는 애들이잖아. 그건 싫어!"

  수진이는 그렇게 엄마에게 온갖 짜증을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었다. 그리고 그 뒤로 수진이의 미래와 진로에 대한 엄마의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카운터에서 일어나 미용실 바닥을 쓸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더 축축 쳐지는 법이다. 그녀는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워 담으며 머리카락이 아닌 돈을 주워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부모가 돈이라도 많았으면 자녀가 앞으로 뭐해먹고살지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머리카락을 줍는 엄마의 어깨가 왠지 모르게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우리 아이, 커서 뭐해 먹고 살까요?


  극변 해가는 직업세계, 자연재앙과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급격한 인구절벽, 치솟는 집값은 모든 학부모의 가슴을 무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정년이 보장되는 평생직장 하나로 성실히 월급을 모으면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세대는 다릅니다. 정년 보장 단일 직장은 점점 줄어드는 대신 N 잡러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 되었으며, 자연재앙 속에서 한 순간에 백수가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생 일대의 기회를 잡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너무 빠르게 달라지는 사회 속에서 학부모의 한숨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일지도 모릅니다. 

  학부모는 미래가 두렵습니다. 하지만 미래가 두려운 이유는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두려움을 느끼는 대상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 강한 두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예를 들어 까만 빈 상자에 손을 넣어 상자 안에 든 물건이 무엇인지 맞춰야 한다고 합시다. 어떤 감정이 들까요?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손에 식은땀이 흐를 것입니다. 비록 그 안에 든 게 곰인형이라고 할지라도 털이 손끝에 스치는 순간 "아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손을 빼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그 안에 든 게 무엇인지 공개가 되었을 때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는 것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약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우리는 미래학자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자 속에 손을 넣을 때 '상자 속에 든 물건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꺼운 장갑을 낀다면 내 손은 안전할 것이다. 처음 만져서 잘 알 수 없다면 두 번, 세 번 만져보면 될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번 만져본다면 언젠가는 정답에 가까운 답을 외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단단한 마음의 준비는 두껍고 안전한 장갑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미래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까요? 





  미래에 대한 마음 가짐은 첫째, 한 개의 직업으로 평생 먹고살아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는 것입니다. 미래 세대 아이들은 여러 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입니다. 보수적이라고 소문난 교직 안에서도 교감, 교장이 되는 승진의 길을 걷지 않고 상담, 놀이, 학습방법, 일러스트 등 자신만의 분야를 연구해서 출판, 강연, 영상 촬영 등을 겸직하는 스타 교사들이 계십니다. 요즘 시대는 한 개의 직업에 올인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자녀의 진로를 딱 한 가지로만 좁혀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어차피 미래 세대의 아이들은 여러 가지의 직업을 갖게 될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마음 가짐은 둘째, 좋아하는 일을 찾아줘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것입니다.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교사이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초등학생에게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대답하라고 재촉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국어보다는 수학이 좋아요.', '역사만화책이 재밌어요.' 정도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교직 생활에 비추어보았을 때 정말 자신 있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말할 수 있는 아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더욱이 그 일을 직업으로 삼았을 때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지 진지하게 고려해본 아이들은 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정서적으로 편안한 학창 시절'을 보내도록 해주세요. 마음 편하고 안정되어야 '좋아하는 일'도 눈에 들어오는 법입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묻는다면 '나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차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단다. 그러니까 지금 몰라도 괜찮아.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는 때가 올 거야."라고 대답해주세요. 

  다만 학교에서 경험해 보기 힘든 예체능 활동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세요. 아이스 스케이팅, 무용, 바이올린, 유화와 같은 예술 활동은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경험해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미래에 대한 마음 가짐은 셋째, 아이와 함께 직업별 브이로그를 시청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직업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우리 엄마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 지조차 모르니까요. 그저 의사는 병을 고치는 사람,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 약사는 약을 지어주는 사람, 승무원은 승객들을 안내하는 사람쯤으로 여기곤 합니다. 특히 특정 직업에 대한 긍정적인 면은 잘 아는데 부정적인 면은 잘 알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버의 장점은 바로 알아채는 반면 유튜버의 단점은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과연 유튜버가 수익을 내기 위한 최소 기준인 구독자 1000명, 시청시간 4000시간을 아는 초등학생은 몇 명이나 있을까요. 유튜버가 꿈인 저희 반 6학년 학생들 중에 그 기준을 아는 학생은 아무도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직업별 브이로그를 시청하라고 장려합니다. '00의 현실'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들이 뜹니다. 학부모님들께서는 그 영상을 아이들과 같이 시청해주세요. 재작년에 제가 맡았던 아이들 중 한 명은 브이로그를 보고 직업 환상이 와장창 깨졌다며 진로를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얘기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현실적인 직업정보가 필요하다고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마음 가짐은 넷째, 공부는 내 인생을 위한 배려임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공부는 비단 앉아서 책에 줄을 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의미 있는 도전 경험을 듣는 것, 새로운 기술을 손으로 익히는 것,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것 모두 공부입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내 인생의 공부는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미래는 두렵기 그지없습니다. 계속 공부하는 사람은 뛰어난 성취를 얻지 못하더라도 미래가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난 원하던 대로 교사가 되었으니 난 이제 공부를 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면 다가올 미래 교육이 무섭고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그러한 두려움은 '어차피 늙은 교사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니 일찍 퇴직하자.'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교사들은 나만의 영상을 만들고자 노력하였고,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참여하였습니다. 

  내 분야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면 그 무엇도 무섭지 않습니다. 뭘 하든 버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그 것이 자녀의 미래와 진로에 대한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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