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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Nov 09. 2022

우리 아이의 교우 문제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

  아이의 학교 생활 성패 여부를 결정짓는 건 성적일까, 교우 관계일까. 

  긴 교직생활 동안의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초등 아이들은 교우 관계가 성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교우 관계가 좋으면 50점을 받아도 학교 가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 자연스레 자존감도 올라간다. 하지만 교우 관계가 좋지 않으면 100점을 받아도 학교에 가기 싫다. 하루하루가 외롭고 힘들어진다.

  아이의 교우 관계에 빨간불이 들어왔을 때, 힘든 건 아이뿐만이 아니다. 부모도 괴롭다. 하루 종일 아이의 걱정과 하소연을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찢어질 듯 속상하다. 그래서 어떤 때는 우리 아이를 배려해주지 않는 친구들이 원망스럽다가도, 스스로 친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에 화딱지가 나기도 한다. 아이의 교우 관계는 부모의 삶의 질까지 영향을 주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아마도 이 말에 수많은 학부모님들이 고개를 끄덕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수많은 학부모님들은 '좋은 교우 관계를 만드는 법'보다는 '공부법'에 관한 정보를 익히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또한 허리띠를 졸라매가며 100만 원, 200만 원씩 사교육을 시켜준다. 그러나 이러한 부모의 희생은 외롭고 쓸쓸한 아이의 마음을 채워 줄 순 없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떤 학부모님은 "어차피 교우 관계는 부모가 개입할 수 없는 문제 아닌가요?"라고 반문하신다. 맞다. 아이들 싸움에 부모님이 껴봐야 괜히 원망만 살 수 있다. 그러나 산불 예방하듯 교우 문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몇 가지 교우 문제 예방법은 어디서도 듣기 어려웠운 내용이니 꼭 귀담아들으셨으면 한다. 





1. 교우 문제 예방법: 공부 잘하는 친구와 사귀라고 부추기지 말자.


   옛말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아이들은 가장 친한 친구가 도서관에 가면 같이 공부하러 따라가고, PC방에 가면 같이 게임하러 따라간다. 그래서 학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친구를 가려 사귀어야 한다'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런데 가끔 이 말이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변질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공부를 잘하는 친구, 집에 여유가 있어 보이는 친구, 외모가 단정한 친구, 장애가 없는 친구로 가려 사귀어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친구의 기준으로 이러한 외적인 요소만 강조하면 공부는 잘하지만 배려심이 없는 친구, 집에 여유가 있지만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친구, 외모가 단정하지만 거짓말을 잘하는 친구, 장애가 없지만 협동할 줄 모르는 친구를 선뜻 사귀어 편협한 교우 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사귄 친구에게 상처를 받게 되는 순간 우려했던 문제가 일어난다. 

  "엄마, 00 이가 날 무시해. 왕따 당하는 것 같아. 그런데 걔 말고는 친해질 친구가 없어. 다들 짝이 있는데 나 이제 누구랑 짝꿍 해? 누구랑 소풍 가? 누구랑 밥 먹어? 나 이제 어떡해. 학교 가기 싫어!" 


  친해질 친구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다. 한 반에는 20명이 넘는 학생이 있다. 꼭 짝수로 맞추지 않아도 세명, 다섯 명씩 뭉쳐 노는 아이들도 많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친해질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친구는 공부를 못하니까, 가난하니까, 못생겼으니까......  

  나는 긴 교직 생활 동안 이런 장면을 수없이 많이 봤다. 이렇게 교우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은 친구들을 가려 사귀고 내 단짝 친구가 아닌 친구에게는 차갑게 대한다는 특징이 있다. 만약 아이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편견 없이 친구들을 대한다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교우 문제의 절반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 내 슬픔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친구, 나에게 용기를 주는 친구'를 사귀라고 말한다. '욕하는 친구, 나에게 상처를 주는 친구, 거짓말을 잘하는 친구'는 과감하게 멀어지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우리 아이가 새 친구를 사귀었다면 공부를 잘하는 친구, 어디에 사는지,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시는지 묻기보다는 그 친구의 성품에 대해 묻길 바란다. 

이 한마디 질문이 100만 원짜리 학원 수업보다 더 값진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2. 교우 문제 예방법: 칭찬받는 아이가 아닌, 칭찬하는 아이로 키우자.

   

  아이들은 발달 단계상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한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엿들어보면 서로 자기 얘기만 할 뿐 진지하게 감정을 교환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어찌어찌 대화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교우 관계가 좋은 아이는 다른 친구를 칭찬할 줄 안다. 따분한 남의 얘기보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아이들은 칭찬하는 아이 주변에 맴돈다. 칭찬할 줄 아는 아이 곁에는 친구들이 끊이질 않는다. 칭찬엔 친구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소심한 성격이라 친구를 잘 못 사귀는 아이는 '내가 "안녕?" 하고 인사했는데 무시하고 대답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입을 다물곤 한다. 이럴 때 "안녕?"이 아닌 "와, 니 필통 진짜 멋지다!"라고 한다면 그 말을 무시할 아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모님은 자녀에게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어봐! 먼저 인사해봐!'라고 조언하기보다는 "친구에게 먼저 칭찬해봐!"라고 조언하는 게 좋겠다.


   칭찬은 오해로 인한 싸움을 예방해준다. 아이들은 예민하고 감성적이라서 친구의 눈빛 하나, 말투 하나에 쉽게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서로 서운한 일이 생겨도 칭찬 한마디를 건네면 아이들은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서운했던 마음을 쉽게 잊어버린다.


   오늘부터 칭찬받는 아이가 아닌, 칭찬하는 아이로 키우자. 시작은 부모님 칭찬하기부터 연습할 수 있다. 매일매일 억지로라도 엄마 아빠를 칭찬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엄마가 최고야. 아빠는 자상해. 엄마는 예뻐. 아빠는 멋있어"와 같은 단순한 칭찬에서부터 

"엄마가 한 떡볶이가 제일 맛있어. 엄마가 최고야. 아빠가 차근차근 수학 푸는 법 알려줘서 숙제를 뚝딱했어. 아빠는 자상해. 오늘 엄마가 입은 청바지가 예뻐. 아빠가 짐을 번쩍 들어주니까 멋있어."와 같은 구체적인 칭찬까지 하나하나 연습해 보자. 

이 한마디 칭찬 연습이 어느 학원 수업보다 더 값진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메인사진 출처: 프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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