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잘하는 방법은 따로 있는데요.

선생님. 우리 아이는 미술에 소질이 없나 봐요.

by 다이앤선생님


Ⅰ 초등맘의 고민) 선생님. 우리 아이는 미술에 소질이 없나 봐요. 뭐 그래도 괜찮죠?


"지영아, 선생님이 미술활동 열심히 안 한다고 걱정하시더라."

"엄마. 나 미술은 싫어."

"왜 싫어?"

"그냥 색칠하기도 귀찮고, 재미도 없어."

"그래도 열심히 해보지 그래? 뭐든지 열심히 한다는 거 자체가 중요한 거야"

"응..."


나도 학교 다닐 때 미술을 잘 못했다. 그래서 아이가 미술을 싫어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는 한다. 원래 예체능은 소질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솔직히 미술은 입시에도 도움이 안 되고 설령 미술을 잘한다고 할지라도 미대에 보낼 생각이 없으니 미술은 잘 못해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하다. 아니 그래도 어떻게 못하는 것만 쏙 빼닮았는지 모르겠다.








Ⅱ 똑똑한 초등맘들만 아는 비밀


미술을 잘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미술이 아닌 타 과목들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수학을 반드시 잘해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국어를 잘해야, 시를 잘 써야 할 이유도 없다. 이것은 다만 무언가를 잘했을 때 개인의 삶이 얼마나 풍족하게 될지에 관한 사항이다. 그러나 꼭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


우리 아이가 미술을 못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학교 미술을 살펴보자. 학교 미술은 크게 수채화, 색연필화, 수묵화, 서예, 공예로(만들기)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색연필화, 수채화, 만들기이다. 왜냐하면 비교적 준비 재료가 간단하고 쉽게 시작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학년은 주로 색연필, 사인펜, 가위, 풀, 색종이를 활용한 색칠하기와 만들기 활동을 하고 중학년에서는 수채물감, 먹물, 팔레트, 붓을 활용한 채색 활동을 배운다. 흔히 성인들이 취미로 배우는 아크릴화 및 유화와는 거리가 있다. 아크릴화와 유화의 경우 캔버스에 물감을 두껍게 올려가며 그리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다. 그리고 언제든지 물감을 덧칠하여 수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하는 미술은 '수정이 불가능한 미술'이라는 것이다. 특히 수채화와 수묵화는 한번 붓을 터치하면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 선생님, 망했어요. 다시 하면 안 돼요?"


아이들은 좌절한다. 열심히 색칠을 하다가도 한번 붓이 엇나가면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망쳤다고 생각한다.


학교 미술이 아이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아이들은 실험적으로 여러 가지 작품을 시도를 해 볼 수 있어야 한다. '수정할 수 없는 미술'은 아이들의 미술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오히려 아크릴화가 미술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실수하더라도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미술활동이 아이들의 자신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학교 미술이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의 미술'보다는 '사실적으로 그리는 미술'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사실 개개인의 감정을 표현한 미술 작품에 대한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평가 대상으론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탓에 '진짜 같은 그림', '정성이 많이 들어간 그림'을 더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충 그린 작품에 숨어 있는 개성과 작품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대충 그린 병맛 그림이 더 큰 상품성을 갖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이모티콘 샵에 들어가 보면 오히려 대충 그린 그림이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 이상 '무조건 꼼꼼하게 색칠해야 한다.', '똑같이 그려야 한다'는 식의 사고를 버려야 숨어 있는 우리 아이의 작품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재료의 질도 문제다. 200원 자리 도화지, 화선지로 그리면 실력 있는 화가도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없다. 값싼 도화지 위에 값싼 물감을 묻혀 값싼 붓으로 그리면 어떻게 될까? 도화지는 수분을 머금어 표면이 울퉁불퉁해지고 종이가루가 여기저기 생긴다. 물감 발색은 뚜렷하지 않다. 붓이 갈라지고 털이 빠져 그림 위에 털이 묻게 된다. 미술은 음악만큼이나 재료가 중요한 영역이다. 재료의 질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잘하는 화가가 그려도 작품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에 힌트가 있다. 우리 아이가 미술을 잘하게 되는 첫 번째 단계는 좋은 미술 재료를 갖춰주는 것이다.


좋은 재료만 갖춰도 다른 애들보다 미술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이에게 미술을 못한다고 타박할 이유가 없다. 어쩌면 미술을 잘 못하는 건 우리 아이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 아이에게 다양한 미술 영역을 소개하고, 좋은 재료를 제공하고, 개성이 들어 있는 그림도 인정하는 넓은 마음을 가진다면 아이의 자신감은 쑥쑥 올라갈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도 미술을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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