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아이는 영어유치원 출신이 아니라서 걱정이에요.
녹색어머니 아침 봉사를 하러 나왔다. 귀찮지만 지영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지원했다. 워낙 엄마들 모임에 관심이 없고 학교 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는 편이라 찜찜했던 것도 있었다. 건너편에서 다른 반 엄마들의 대화가 들린다.
"아니~ 우리 애는~ 벌써~ 시키지도 않았는데~ 해리포터를 원서로 읽지 뭐예요~. 비싼 돈 내고 영유 다닌 보람이 있죠. "
"어머, 대단하네요! 저희 애는 캐나다에서 유치원을 다녀서 영어는 뭐 크게 신경 안 쓰는데... 그래도 영어를 하도 안 쓰다 보니까 다 까먹는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우리 지영이는 이제야 A, B, C, D를 아는데 저런 아이들을 언제 따라잡나 싶다. 벌써 3학년인데 너무 늦었나? 학원을 꾸준히 보내고는 있지만 영유 출신, 유학 출신 엄마들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이렇게 계속 뒤처지는 건지 살짝 걱정이 된다. 뭐라도 하나 더 시켜볼까?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말까. 효과성의 여부만 본다면 영유를 보내는 게 당연히 효과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In-put 영어를 듣는 양, 영어에 노출되는 양이 많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영어 실력 향상만 두고 보자면 경제적 여유가 넉넉하다면 영유를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상생활에서 영어에 노출되는 양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가벼운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또한 원어민의 자연스러운 발음과 억양에 노출되기 때문에 파닉스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더 나아가 초등학교 영어는 일상 회화에 쓰이는 문장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학교 영어수업에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최종 목표는 "How are you?", "I like yellow."와 같은 간단한 영어가 아니라 수능 영어, 비즈니스 영어, TOFLE 영어와 같은 고급 수준 영어이다. 그래서 영유 출신이라고 해서 자만할 수 없고 영유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어떻게 영어를 꾸준히 능동적으로 학습하는지 여부가 훨씬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능동적으로 학습한다'라는 것은 뭘까? 그것은 주입식으로 영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대화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어회화 강의에서 원어민 선생님을 중심으로 10명의 학생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100분 수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맨 끝에 앉은 학생은 선생님의 말씀을 집중해서 듣고, 말씀 중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물어보고, 자신의 의견을 30초 이상 이야기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그저 듣고, 빈칸을 채우고, 답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수동적인 영어 학습 방법으로는 고급 수준의 영어로 넘어갈 수 없다.
그래서 추천하는 방법은 원어민과의 화상영어이다. 최근 ZOOM을 활용한 화상영어 업체가 많이 늘었다. 이미 중국에서는 대형 어학원 업체들이 현지 원어민들을 섭외하여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화상영어 수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전화영어 방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웹캠을 통해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더 많아졌다. 확실히 전화영어는 어느 정도 영어 회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성인들을 위한 포맷이라면 화상영어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들도 참여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포맷이다. 특히 원어민의 입모양을 보고 발음을 정확히 익히고 원어민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된다. 1:1 대화이기 때문에 선생님의 말씀에 초집중하게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경우 가벼운 마음으로 파닉스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들으면 된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엄마가 어느 정도 같이 참여하면서 원어민 선생님께 알파벳 익히기, 발음 교정, 파닉스 위주로 수업을 진행해달라고 미리 이야기해두면 좋다. 선생님께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어떻게 수업을 하느냐에 따라서 화상영어 수업이 동네 학원보다 못할 수도 있고, 유학원 같을 수도 있다. 선생님을 고르는 팁을 이야기하자면 소개 영상을 통해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선생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되도록 교사자격증을 보유하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수업 해 본 경험이 많으신 분을 선택하자. 만약 아이가 원어민을 너무 낯설고 부담스러워한다면 동양계 미국인 그러니까 외모는 동양인인데 외국에서 자라 현지 발음을 구사하시는 분을 선택하면 된다. 처음 배울 때는 미국계 발음으로 시작하고 다양한 발음을 경험해 보고 시팓면어느 정도 실력이 쌓인 후 영국, 호주 발음의 선생님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주 2~3회 진행하는 화상영어로는 In-put 듣는 양이 충분하지 않다. 문장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영어를 많이 들어야 한다. 이때 엄마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아이에게 영어 애니메이션을 '여러 편'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많이 듣기'가 아니라 '반복적인 듣기'이다. 하나의 영어 애니메이션을 여러 번 봐야 반복적으로 듣고 익혀 Out-put 발화하게 되는 것이다. 여러 편 본다고 해서 듣기 실력이 느는 게 절대 아니다. 성인도 마찬가지인데 미드를 여려번 본다고 해서 영어실력이 느는 게 아니고 미드 한 편을 여러 번 봐야 특정한 단와 문장이 기억에 남아 발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1편을 '반복적'으로 보여줄 때 듣기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영어에 많이 노출된 아이는 문법 공부를 하지 않아도 문법 문제를 잘 푼다. 문장에 익숙해지면 따로 문법 공부를 열심히 안 해도 잘하게 된다. 문법을 아예 별개의 것으로 여기는 학부모님들이 많은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다음 문제를 보자.
문제: '나() 학교에 간다'라는 문장에서 ( ) 안에 들어갈 말은?
답은 '는'이다. 우리 모두가 다 아는 답이다. 비록 조사, 주어와 같이 복잡한 문법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답을 안다. 이처럼 영어에 많이 노출되고 문장에 익숙해질수록 문법은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
어느 정도 더듬더듬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중-고학년의 경우에는 말할 내용을 직접 '준비'해야 가야 한다. 주 5일 학원 수업을 듣는 것보다 주 3회 말할 내용을 준비하여 암기한 후 원어민 앞에서 발화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야 영어 학습의 효과가 제일 커진다. 예를 들어 사전과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영어 일기를 쓴 뒤, 원어민 선생님 앞에서 읽고 교정을 받을 수 있다. 또는 자기소개를 준비한 후, 원어민 선생님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 수업 교재가 있는 경우 단순 빈칸 채우기 교재, 문법 및 단어 교재는 되도록 지양하고 짧은 이야기를 읽고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교재를 택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 있는 대화 과정이 바로 '능동적인 학습'인 것이다. 그래야 '영어가 지루하다.',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와 같은 의구심이 들지 않게 되고 영어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이 높아진다. 자유롭게 영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중,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기사문을 읽고 질문에 대답하는 수업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때 또박또박 천천히 말씀하시는 선생님보다는 수능 영어 듣기 평가 속도만큼 자연스운 빠르기로 이야기하는 선생님, 본인이 이야기하기보다는 아이의 의견을 묻고 잘 경청을 잘해주시는 선생님으로 선택해야 하는 게 좋다.
필자와 같은 성인의 경우 화상영어를 할 때 오히려 '특유의 악센트를 가진 선생님', '빠르게 이야기하는 선생님", '교정을 많이 해주는 선생님', '전공분야의 지식이 많은 선생님'을 선택한다면 좀 더 고급 수준의 영어를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계신 원어민 분들은 말하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발음 및 문법 교정을 꺼려하시는 경향이 있어 필자의 경우 교사가 아닌 분들과 최신 기사문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입장에서 '사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어떤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초등학교 영어수업이 '잘못되었다'라고 말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현장에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여타 학원 수업과 달리 다양한 게임을 통해 학생들이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영어를 발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 다만 고급 수준의 영어로 실력을 높이려면 어떠한 보충학습이 필요한지에 대해 개인의 경험에 빗대어 주관적인 견해를 이야기한 것이다. 더 나아가 영유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평생에 걸친 영어실력을 보장해 주지 않으며, 누구든지 능동적으로 영어학습에 참여하면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