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제집 잔뜩 사봐야 소용없어요.
겨울이 되면 마스크 쓰는 게 한결 나아질 줄 알았건만 실내 히터 때문에 더 갑갑하다. 하루하루 몸을 구겨 넣어 출근하고 터덜거리며 퇴근하면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그냥 누워만 있고 싶다. 하지만... 그래도 엄마니까 어쩔 수 없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알림장도 살펴보고 지영이에게 오늘 학교에서 어땠는지 물어본다.
" 지영아,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재밌었어."
"오늘은 뭐 공부했어?"
"오늘? 뭐 배웠더라. 아! 오늘 수학시험 봤는데 아깝게 두 개 틀렸어."
"그래? 어쩌다가 틀렸어?"
"그냥 문제를 잘 못 읽었어. 다 아는 거야."
"다음부터는 덤벙거리지 말고 문제 천천히 읽고 풀어."
"응."
지영이는 벌써 문제집을 5권 넘게 풀었다. 시중에 있는 수학 문제집은 대충 다 풀어봤으리라. 하지만 시험을 보면 꼭 한두 개씩 틀려온다. 덜렁대는 성격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기려다가도 실수가 습관이 되면 어쩌나 걱정스럽다. 누굴 닮았나 침착하지 못한 건 남편을 쏙 빼닮은 것 같다.
'실수니까 괜찮아.'하고 넘겨도 되는 걸까.
(1) 왜 자꾸 실수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풀 때 실수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가 있다.
1. 계산 습관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2. 문제를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에
3. 검산하지 않는 게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4. 틀린 문제를 제대로 복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학 문제를 풀 때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절대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수능시험에서 실수로 1문제를 놓치느냐 마느냐에 따라 진학 대학이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직업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기억해야 한다.
실수도 실력이 된다.
똑똑한 엄마들은 얼마나 더 많이 선행 학습하느냐, 문제집을 얼마나 더 많이 푸느냐에 집착하지 않는다. 실수를 하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2) 검산하는 습관을 들이자.
어떤 학생은 계산과정을 쓰지 않고 오직 머릿속으로만 계산하여 답을 쓴다. 암산에 익숙해져 버려 계산과정을 전혀 쓰지 않으면 실수를 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러니까 암산을 잘하냐 못하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머릿속으로 암산을 하든 안 하든 답을 구한 뒤 직접 계산과정을 써 보면서 검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빨리 푸는 게 능사가 아니다. 빨리 푼다고 점수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확히 푸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시험을 본 후 여러 번 보고 또 보고 확인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게 '문제 다 풀면 자유시간을 주겠다. 빨리 풀면 상을 주겠다.' 식의 말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 오히려 시간을 넉넉히 주고 정확히 다 풀면 보상해주겠다는 식의 접근이 바람직하다.
예) 문제집 다섯 장을 다 풀면 자유시간을 줄게.(x) → 문제집 두 장을 정확히 풀면 자유시간을 줄게 (o)
정확히 풀 때까지 검산하고 또 검산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자.
빨리 푸는 것보다 정확히 푸는 게 중요하단다.
(3) 깔끔하게 계산하는 연습을 하자
어떤 남자아이들은 글씨를 휘날려 써서 본인이 계산한 식을 전혀 못 알아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깔끔하게 계산과정을 정리하는 연습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초중학교 때는 계산 과정이 짧아 그럭저럭 좋은 성적을 거둘진 몰라도 고등학교 수학 문제는 계산과정이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계산과정을 깔끔하게 적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면 검산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그래서 숫자를 또박또박 쓰고 계산과정을 한 방향으로 순서대로 적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주 사소하지만 부모가 계산 습관을 바로 잡아주느냐, 내버려두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벌어진다.
(4) 문제집을 잔뜩 사봐야 소용없다.
새로운 문제집을 잔뜩 사봐야 문제를 천천히 읽고, 계산과정을 또박또박 쓰고, 검산하는 습관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집을 많이 주면 '더 빨리 풀어야겠다. 빨리 풀고 다음 문제 풀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할 뿐이다. 문제집은 한 학기에 2-3권이면 충~분하다. 사실 제대로 푼다면 한 권도 충분하다. 한 권을 풀고 틀린 문제를 3번 4번씩 풀어보는 게 중요하다.
필자는 학기 초 단원당 대략 기본 및 심화 문제 40개를 선정하여 일주일 간격으로 4번 이상 같은 시험지를 풀게 한다. 첫 번째에는 100점이 1-2명 나온다. 그럼 두 번째에는 어떨까? 답을 모두 알려주었으니 모두 100점을 맞을까? 그렇지 않다. 두 번째는 5명 정도가 100점을 맞는다. 세 번째에는 8명 정도 100점을 맞는다. 유명한 학군의 아이들이었지만 꼭 한 두 개씩 실수를 했다. 그리고 복습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한 번 본 시험지를 되돌아보지 않았다. 아이들이 복습에 익숙해지게 하는데 1년이 넘게 걸렸다.
학원에서는 '문제집을 얼마나 많이 풀었는가. 선행을 얼마나 많이했는가'가 실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집을 잔뜩 풀어봐야 소용없다. 같은 문제집을 여러 권 사서 100점을 맞을 때까지 여러 번 풀게 하는 게 답이다.
더 이상 옆집애가 몇 권의 문제집을 풀고, 어디까지 선행했는지 관심 갖지 말자.
엄마의 조급함이 아이의 공부습관을 망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