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쉽게 시작하는 동화 쓰기
나는 논픽션 동화책 수 권 계약한 평범한 직장인이다.
코로나로 집에 틀어박혀있는 시기가 이어지던 중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면 등단의 길이 열리고, 상금 100만 원을 준다는 말에 혹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심심하던 찰나에 잘됐다 싶었다.
총 6개월간 단편 동화 5편을 써서 신춘문예에 도전했다. 그러나 당선의 꿈은 멀리 날아가고, 집구석 앉아 당선되는 꿈만 꾸는 것에 그쳤다. 신춘문예에 한방에 성공하는 전설적인 작가들이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그 쪽에 속하지 못했다. 그저 평범한 작가 지망생일 뿐이었다.
나는 동화 쓰는 법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서점에 가서 동화 작법서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나에게 딱 맞는 동화작법서를 찾지 못했다. 대부분 동화가 아닌 소설 작법서이거나, 동화 작법서라고는 하지만 작가지망생이 보기에 뜬구름 같은 얘기를 늘어놓은 책뿐이었다.
그 이후에 작가교실이나 다녀볼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지역에는 작가교실이 거의 없다. 몇 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평일에 직장을 가야 하는 나에게는 그림에 떡에 불과했다.
그다음으로 눈을 돌린 건 온라인 작가교실이었다. 대부분 단기 속성 코스로 진행되는데, 수강하는 동안 작품을 써내서 합평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뚝딱뚝딱 글을 써낼 여유도, 실력도 없었던 나는 '그냥 나 혼자 써보지 뭐~'하면서 포기해 버렸다. 결국 또 방구석에 앉아 혼자 끄적끄적거리는 신세가 됐다.
그러던 중 문득 장편 동화를 써서 출판사에 직투 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시놉시스를 고민한 끝에 뭐에 홀린 듯 보름에 걸쳐 쭉쭉 써 내려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투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출간계약을 맺게 되었고, 그 이후에 투고하는 작품들 모두 출간으로 이어졌다.
나는 드디어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출간작가가 될 수 있을지.
이 매거진을 통해 나는 멘땅에 헤딩하면서 알게 된 '동화 쓰기의 모든 것'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고자 한다. 아직 출간예정작만 있는 생초보 작가에 불과하지만, 재능이 넘치는 작가의 조언보다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의 성공기가 더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힘들게 얻게 노하우를 알려주는 게 아깝지 않냐고? 응~ 아깝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동화 시장이 더 잘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감소함에 따라 동화책 시장은 더 작아지고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많은 이들이 동화에 관심을 갖고, 참신한 생각을 가진 작가들이 뛰어든다면 우리나라 동화책이 세계 곳곳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k-pop가수들이 해외로 나가 대성공을 거뒀듯이 말이다.
또한 자라나는 아이들이 책을 더욱 가까이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깨닫길 바란다. 영상만 볼 것이 아니라 활자로 된 책을 읽으며 무한한 상상력을 키웠으면 좋겠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쉬운 동화 쓰기 강좌를 시작해 볼까.
동화를 쓸 때 가장 처음 해야 하는 것은 바로 '글 취향 찾기'이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동화책이 있다. 그리고 각자 다른 향기를 지녔다. 어떤 책은 눈물 나는 감동이, 어떤 책은 빵빵 터지는 웃음이, 어떤 책은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잔잔함이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향기들을 다 묻어버리고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글과 그저 비슷하게 쓰려고만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도, 작품의 설정도 다 비슷비슷했다. 예를 들어 '이혼 가정에 홀로 남겨진 아이가 온갖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동화/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가 조부모의 사랑을 깨닫고 이기적이었던 자신을 뉘우치는 동화/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가 부모님과 싸웠다가 반성하는 동화/ 친구와 싸웠는데 알고 보니 그 친구는 나름이 상처가 있었고 우연한 계기로 그것을 알게 되면서 사과하며 화해하는 동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저 심사위원들이 좋아할 만한, 교훈적인 글감을 찾아 헤매며 억지 감동을 쥐어 짜내고 있었다. 내가 왜 신춘문예에 다 떨어졌는지 알만도 하다.
그 후, 나는 내 글의 매력을 찾기 위해 '내가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글은 1) 윔피키드, 깜냥, 엉뚱한 기자 김방귀와 같이 소소하게 웃음을 주는 글이거나 2) 오늘부터 베프! 베프!, 꽝 없는 뽑기 기계, 긴긴밤처럼 눈물이 줄줄 나는 글이다. 미안하지만 잔잔하게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동화책이나 심장이 쿵쿵 뛰게 하는 스릴러는 내 취향이 전혀 아니다.
글 취향을 찾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떤 게 재밌는 글인지 알아야, 재밌는 글을 쓸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감성 힐링 글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런 류의 글이 유행한다고 해서 억지로 따랐으면 내가 쓴 글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 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내가 재미없는 글은 남들이 봐도 재미없다. 내가 낄낄대고 쓸 수 있어야, 혹은 눈물을 짜내며 쓸 수 있어야 남들이 봐도 웃음이 나고 눈물이 나는 법이다.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충분히 탐색했다면 그중에서 내가 쓸 수 있는 글을 가려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1) 소소하게 웃음을 주는 글은 쓸 수 있지만 2) 눈물이 줄줄 나는 글은 쓸 수 없었다. 그게 나의 한계라는 걸 잘 알았다.
그 도대체 한계는 어떻게 아는 거냐고? 직접 원고지 30매 분량의 단편 동화를 써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어떤 콘셉트의 동화를 쓰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면, 혹은 하품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맞는 콘셉트가 아닌 것이다.
내게 잘 맞는 콘셉트의 글은 시놉시스를 짠 후 하루에 5 천자씩 스르륵 써 내릴 수 있다. 5 천자 X6일=3만 자이니 일주일 정도면 책 한 권 분량이 나온다. 일주일 만에 작품이 탄생하는 셈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1년에 12권의 책을 썼다.
실제로 수많은 초보 작가 지망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글이 뭔지도 모른 채 써 내려간다. 그러나 그 과정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상금 100만 원을 바라보고 이어나가기엔 너무 가혹하고 비효율적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게 더 이득일 지경이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 즐거워야 한다.
3) 다음 글은?
앞서 말했듯 동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신춘문예 덕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신춘문예에 관심이 없다. 설령 상금을 더 많이 준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내가 단편 동화보다는 장편 동화에 최적화되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음시간에는 단편형 작가와 장편형 작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동화 작가를 희망하는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