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작가 지망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글감 찾기' 일 것이다. 상상력의 세계는 무한하니까 쓸 수 있는 글감도 무궁무진할 것 같지만, 실제로 책상에 앉아 원고를 써보려고 하면 뭘 써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음... 뭘 쓰지? 시험지의 답을 알려주는 요술연필 이야기? 소원을 들어주는 요술 식당이야기? 게임 세상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뭔가 식상한데... 아아아아~~~ 진짜 뭐 쓰지?'
하루종일 눈알을 굴리며 소재를 생각한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삼일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된다. 기껏 머리를 쥐어짜 내 새로운 소재를 생각했는데 이미 다른 작가가 그 소재를 먼저 써버렸다는 걸 발견한 순간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된다.
아니, 일 년에 몇 권씩 뚝딱뚝딱 써 내려가는 작가는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야?
정말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원고지 30매 채우기도 힘든데 시리즈물을 줄줄이 출간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들이냐는 말이다.
몇 권의 동화책 출간을 앞둔 작가로서 여러분을 위해 이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처음 동화를 쓰기 시작했을 때, 가장 답답했던 시기는 '뭘 쓸까?'를 고민했던 나날들이었다. 뭘 써야 할지 모르니까 동화를 쓰기로 결심한 후로 첫 문장을 시작하기까지가 제일 오래 걸렸다. 첫 문장에서부터 막히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작법서에 보면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거나 생활 속에서 글감을 찾으라는데 교실에서 하루 종일~ 애들을 쳐다보고 있어도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산책을 하면서 강도 보고, 산도 보고, 꽃도 보고, 명상도 해봐도 재밌는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내 사고의 흐름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같은 곳을 맴돌고 있었다. 나는 무인도에 발이 묶인 사람처럼 글감이라는 섬에 갇히고 말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글감 찾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나는 그 섬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동화 작가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글감 찾기가 아닌 타깃 독자층 정하기다. 성인과 다르게 아이들은 발달연령에 따라 매우 다른 글 취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저학년 동화인지, 중학년 동화인지, 고학년 동화인지에 따라 글감, 문체, 유머코드가 확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1학년 아이들은 방귀를 뿡뿡 뀌는 [엉덩이 탐정]에 열광한다. 하지만 3학년만 돼도 [엉덩이 탐정]에 관심 갖는 애들은 거의 없다. 대신 어린이들이 겪는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고양이 해결사 깜냥]에 푹 빠져있다. 한편, 고학년들은 아기자기한 동화들은 진즉 제쳐두고 로맨스 웹소설이나 서사가 복잡한 판타지물을 읽기 시작한다. 따라서 타깃 독자층 정하기가 동화 쓰기에서 가장 첫 번째로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다.
만약 1, 2학년을 타깃 독자로 잡았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귀, 똥, 코딱지 등의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좋겠다.
3, 4학년을 타깃 독자로 잡았다면 어린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거나, 소원을 들어주거나,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과 같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결핍되어 있는 부분을 채워주는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좋겠다.
5, 6학년을 타깃 독자로 잡았다면 학교폭력, 연애, 정체성 찾기 등과 같이 청소년들의 복잡한 심리를 잘 표현하고 달래줄 수 있는 이야기가 좋을 것이다.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서 학년별 인기 도서를 검색해 보면 어떤 책이 어떤 연령의 아이들에게 어필이 되는지, 어떤 소재가 유행인지 알 수 있다. 수시로 트렌트를 확인하길 바란다.
타깃 독자층은 출판사가 작가와 계약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출판사는 내가 쓴 글이 타깃 독자층에게 충분히 어필되는 책인지 고심한다. 출간 계약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다.
책을 쓰는 도중에도 타깃 독자층이 누군지에 대해 계속 유념해 두어야 한다.
얼마 전 초고를 써서 출판사 측에 리뷰를 요청했는데 리뷰를 보고 정말 아차 싶었다. 3, 4학년 대상의 책인데 불구하고 등장인물과 서사를 복잡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시 수정하러 가야 한다. 책을 쓸 때마다 나날이 배워가는 것들이 참 많다.
(동화 쓰기에 관한 글을 한 개 밖에 안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 하트를 눌러주시고 곧바로 구독해 주시는 분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어떻게 하면 글감을 찾을 수 있을지에 관해 다음 글에서 더욱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요즘에는 문제집을 쓰느라 계속 바쁘다. 1권의 초고는 어제 전송했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엉덩이가 아플 지경이다. 문제집말고 동화쓸 때가 좋았다. 아 참 리뷰받은 동화 수정해야 하는데.... 다음 달엔 원고 드리겠다고 큰소리쳤는데... 흑흑 나 할수 있겠지?
다음 글은 업로드가 조금 늦어질 수도 있겠다. 그래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니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