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런치가 이상하다. PC버전은 예전과 비슷한데 휴대폰 버전은 뭔가 많이 바뀌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번달 들어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큰 불편함은 홈 탭과 발견 탭에 비슷한 부류의 글이 너무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나는 '여행', '미니멀리즘', '자기 계발', '어학연수'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글들이 눈에 띄면 좋겠는데 '이혼'에 관련된 글이 너무 많이 보인다. 그것이 인기글이고 요즘 트렌드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취향을 잘 캐치해 내는 알고리즘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비슷한 작가, 비슷한 글이 계속 보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브런치가 노출하는 글들을 읽긴 읽는데 뭔가 억지로 읽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댓글에 하트를 누를 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나도 나름 구독자님들의 댓글에 하트를 눌러서 성의를 보이고 싶은데, 직접 리포스트를 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쉽게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나는 무척 조심스러운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댓글로 인해 또 다른 오해가 생기거나, 독자를 차별하는 일이 생기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댓글 달기가 부담스럽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브런치는 운영할만한 플랫폼이다. 어쩌면 나 같이 유튜브, 블로그 겸직이 어려운 공무원, 공기업들에게 최적화된 곳이 아닐까 싶다. 내 안에 숨어 있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요즘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듣기 싫어한다. 사실 나도 그렇다. 친구의 얘기, 가족의 얘기 등등 남의 얘기를 듣는 건 꽤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친한 친구들끼리도 속 깊은 얘기는 잘 못한다. 그저 가벼운 얘기로 하하 호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 내 얘기를 몇 시간이고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을 찾으려면 상담소에 가서 돈을 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브런치에서는 그 모든 것이 무료다. 밖에서 하지 못한 이런저런 얘기를 올리면 자발적으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모인다. 실제로 만나 뵌다면 손이라도 잡고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나는 2년 동안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110여 개의 글을 올렸다. 그중 3개 원고는 10만 조회수를 넘겼고 29개의 원고는 1만 조회수를 넘겼다. 그러니까 약 30%의 글이 1만 조회수를 넘긴 것이다.
이 정도 수치면 1만 구독자의 조회수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브런치에 조회수 산정 기능이 없어서 어떤 글이 얼마나 읽혔는지 알 길이 없지만 브런치의 글들은 여기저기 많이 읽힌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 점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어필되지 못한다는게 무척 아쉬울 따름이다.
영상의 시대에 글을 쓰는 사람은 점점 줄어가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영상만큼이나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기쁨을 주는 힘이 있다. 정보전달의 목적이 강한 블로그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브런치에서 이어나가고 있다.
부디 브런치에서 그런 순기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나는 계속 응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