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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Feb 09. 2023

또 출간 계약을 맺었습니다.

  지난달 또 출간 계약을 맺었다. EBS 초등 수학 문제집 2권을 집필 중이다. 문제집 집필자의 하루는 그리 우아하지 않다. 매주 마감 해야 할 것들이 있어 똥줄이 탄다. 심지어 어제는 날밤을 샜다. 마감일에 못 맞출까 봐 바짝 긴장해서 그런지 잠도 오지 않는다. 

  남편이 서재에 앉아 있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안자? 그러다 몸 상해..."

   나는 남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초콜릿을 입에 욱여넣었다. 자꾸 머리를 쥐어뜯어서 그런가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몰라. 나 지금 발등에 불 떨어졌어. 다음 주까지 제출해야 해."

  남편은 멀찍이 원고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얼마나 했어? 다 했어?"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나 아직 반도 못했는데? 이거 하려면 오래 걸려. 자료 조사도 해야하고, 시중에 비슷한 문제가 있는지 싹 검토 해야햐고, 내용도 쓰고, 문제 배치도 해야 하고, 일러스트도 고려하고, 해설도 해야하고..."

  사람들은 문제집이 도깨비방망이 휘두르듯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줄 알겠지만, 집필자들은 수없이 눈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문제를 창작해 낸다.

  "나 진짜 바빠. 오빠가 집안일 좀 해줘." 

  나는 남편에게 집안일을 부탁했다. 아마 최종 마감일까지는 남편이 집안일의 대부분을 맡아야 할 것이다. 

  "웅. 알았어."

  남편은 군말 없이 거실로 나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 빨래, 청소를 했다. 나는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슬쩍 물었다.

  "오빠, 나 이거 얼마 받고 하는지 알지? 돈 벌려고 하는 건 아냐."

  "응. 들인 시간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그래도 괜찮지?"

  "괜찮지."

  "다음 주엔 회의하러 가야 하는데 집에 늦게 와도 돼?"

  "응. 그날 마중 나가 줄까?"

  "오~ 그럼 좋고!"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남편에게 살짝 미안하고 고마웠다.  

  이렇듯 남편이 나를 응원해 주는 이유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가치롭게 생각해 주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내 모습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동화를 쓰던 문제집을 쓰던 지간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의로운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래서 어떤 창작의 고통이 있어도 이겨낼 만하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남편에게 말했다.    

  "이번에 집필하는 문제집은 특별해. EBS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거든."

  남편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시리즈인데?"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책 들어봤지? EBS에서 어휘 문해력 열풍을 일으켰잖아. 그 덕분에 출판계에서 문해력 관련 도서가 쏟아져 나왔었고. 이번에는 수학이야. 수학적 문해력으로 EBS에서 다시 한번 히트를 칠 것 같아.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만큼 큰 변화를 일으킬 것 같아."

  "수학적 문해력이라고?"

  "응. 이번에 이 책이 잘 됐으면 좋겠어! 잘되면 다음에는 과학적 문해력이겠지?"

  나는 헤헤 웃으며 내가 쓴 책이 잘 되는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왠지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기분이 좋아서 잠을 안 자도 푹 잔 것 같이 힘이 난다. 글쓰기는 나에게 큰 기쁨을 준다. 


  문제집 마감이 끝나면 미뤄두었던 동화 쓰기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브런치에 올리고 있는 작법 에세이도 꾸준히 연재하고 싶다. 아직 글을 하나밖에 안 썼는데 아주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 주셨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할 텐데 지금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 다음 글을 기다리는 독자님들은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다음에는 또 뭘 쓰지?'

  나는 마감 시간에 쫒겨 허둥지둥 글을 쓰면서도 이렇게 차기작을 생각한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과연 나는 또 어떤 책을 출간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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