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책 한 권을 썼다. 대략 열흘정도 걸렸다.
구상하는데 일주일, 원고를 쓰고 투고하는데 3일 정도 소요됐다. 코파츄, 왕재미, 고영희를 쓸 때보다 빨리 끝냈다. 1만 5천 자 정도밖에 안 되는 초단편 동화였기에 가능했다. 계산해 보면 하루에 5 천자씩 써 내려간 꼴이다. 아마 작가 지망생들은 이게 어느 정도 분량인지 감이 잘 오지 않을 것이다. [달콤 짭짤 코파츄]가 2만 5천 자, [속지 마! 왕재미]가 4만 자 정도이니 많이 얇은 편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하루에 5천 자를 쓴다고 하면 꽤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절대로 많은 양이 아니다. 웹소설 작가님들은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5 천자씩 써 내려간다. 그러니까 3일 연속 5천 자 쓰는 것 정도야 누구나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여보시오, 작가 선생. 말이야 쉽지. 아니,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빨리 쓰는 게 아무나 되는 겁니까?"
독자님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2주 만에 책 한 권 쓰는 나만의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아마, 아~~ 주 궁금했던 내용일 것이다. 목 빠지게 기다렸을 독자님들을 위해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작품 구상 준비 1. 도서관 어슬렁 거리기
독자님들은 내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는지 무척 궁금해하신다. 이것은 나의 영업 비밀과 다름없기 때문에 모두 밝힐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도서관에 꽂힌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마치 책 먹는 여우가 된 것처럼 어떤 책이 맛있을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표지와 그림을 빠르게 살펴보기도 하고, 소금과 후추를 꺼내 직접 맛보기도 한다. (지금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으면 [책 먹는 여우]라는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맛집 탐방의 정석은 유명한 맛집부터 가는 게 아니겠는가?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은 유명한 책부터 차례대로 맛보기로 한다, 냠냠냠. 그런데 취향이라는 건 개인마다 전부 달라서, 남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책이 나에겐 별로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경우에는 과감히 덮어버린다. 그리고 내 취향에 딱 맞는 책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도서관을 돌아다닌다.
어쩌다가 너무 맛있는 책을 만나면 곱씹고 곱씹고 또 곱씹는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이런 책을 만들어야지!"
"아... 뭔가 아쉽네. 내가 더 양념을 해서 더 맛있게 만들어야지!"
머릿속에 쓰고 싶은 책의 형태가 딱 떠오른다. 대상 독자를 누구로 할지, 어느 정도 분량을 쓸지, 글과 그림이 어느 정도 들어가야 좋을지, 어떤 콘셉트로 밀고 나갈지 생각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얇고, 그림이 많은데, 수학이 한 방울씩 들어간 책을 만들어야지! 유아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유쾌하게 쓰고 싶어. 수학자처럼 똑똑하고 명석하지만 어떻게 친구를 만들어야 할지 몰라서 어려워하는 주인공 콘셉트로 해야겠다. 외동으로 자란 요즘 아이들이 그렇잖아?"
글을 쓰기 전에 이런 것들을 생각하고 쓰지 않으면 아주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예를 들면 분량을 생각하지 않고 쓰다가 16만 자를 써버린다던가, 대상 독자는 저학년인데 고학년 느낌이 나게 쓴다던가, 나만 혼자 재미있는 책을 쓰게 된다던가, 글을 쓴 목적이 드러나지 않는 무색무취의 책을 쓰게 된다던가 하는 문제점이 생긴다.
"그럼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죠?"
갑자기 독자님들의 질문이 들리는 것 같다. 작가는 책을 얼마나 읽는지 궁금할 텐데 나의 경우엔 일반인보다 조금 더 많이 읽는 편이다. 누군가처럼 산더미같이 쌓아놓고 읽지는 않는다. 대신 남들이 재밌었다고 하는 책은 꼭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 책이 왜 재밌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책을 아주 많이 읽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글을 좋아하고 어떤 책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뚜렷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생각 없이 매일매일 컴퓨터 앞에 자판을 타닥타닥 두드리다 보면 10만 자.. 20만 자.. 하염없이 쓰게 된다. 그럼 손목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원고를 자꾸 고치고 고치고 고치는 무한 수정궁에 빠진다. 너무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지망생들에게 또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내가 잘 쓰는 글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유쾌하고 웃긴 글을 쓰고 싶은데 자꾸 글이 잔잔해진다면 억지로 웃기려고 하지 말고 잔잔한 콘셉트가 더 잘 드러나게 쓰면 좋겠다.
'나에게 꼭 맞는 글 콘셉트 찾기'야 말로 글을 쓰기 전에 마쳐야 할 미션이다.
다음 편엔 실전 글쓰기 편으로 넘어갑니다.
곧 브런치 200만뷰 기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QnA]도 함께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