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업 루틴 비법 공개
나는 수학과학 동화 시리즈를 쓰고 있는 작가이다. 지금까지 [달콤 짤짤 코파츄] [속지 마! 왕재미] [똥꼬발랄 고영희] 시리즈를 출간했다. 작년 이맘때쯤 데뷔했으니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초보 작가인 셈이다.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명 작가님들에 비해 나의 경력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나는 여느 기성작가 못지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적인 롤모델일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나만의 우당당탕 글쓰기 루틴'을 공개한다.
1. 창작을 위한 기본자세
글 쓰는 날는 주로 무엇을 하냐 물으면, 나는 주로 '누워있다'라고 답한다.
농담 아니고 진짜다!
타고나길 강한 체력을 타고난 편이 아니라서 나는 휴식이 필요하다.
아니... 그럼 글은 언제 쓰냐고?
글은 몰아서 쓴다.
머릿속으로 뭘 쓸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다음 빠른 시간 안에 끝내고
또 쉰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쓰는 일? 나는 그럴 사람이 못된다. 그렇게 하면 피곤하다.
피곤하면 생각이 잘 안 떠오른다.
생각이 잘 안 떠오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받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이것이 내가 누워있는 이유이다.
동화는 소설에 비해 비교적 분량이 적다. 짧으면 1만 5천 자, 길면 4만 자, 아주 길어봐야 6만 자 안팎이다. 그래서 체력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누워있는 건 아니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기도 한다.)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캐릭터'이다.
등장인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어떤 성격인지, 어떤 말을 하는지 딱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물 간에 특징이 없어서 가독성이 떨어지고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
2. 얼개 짜기
그렇게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무엇을 하냐면 '적는다'
나의 노트이다. 생각나는 대로 주르륵 빠르게 휘갈겨 쓴다.
비루해서 공개하고 싶지 않지만, 이렇게 대충이나마 시원하게 보여줘야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90페이지 안쪽으로 들어오는 1만 5천 자의 원고 시놉시스이다. (코파츄의 경우 두 배정도 필요하다.)
어떤 작가님들은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붙여가며 정성을 촘촘하게 얼개를 짠다.
하지만 나는 필기하는 것을 굉장히 귀찮아하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만족한다.
3. 쓰기
스토리를 구상했다면 본격적을 컴퓨터 앞에 앉아 쓰기에 돌입한다. 대충 한 번에 5천 자~1만 자 정도 쓴다. 더 많이 쓰지 않는 이유는.... 피곤하기 때문이다. ^_^
투고할 초고를 쓸 때는 한 문장 한 문장 고민해서 쓰지 않고 빠르게 뱉어낸다. 어차피 출판사와 손을 잡으면 계속 뜯어고칠 것이다. (초고를 쓰는 시간이 1할이라면 교정하는 시간이 9할이다.)
4. 피드백
초고를 썼다면 가까운 지인, 나의 경우 남편을 불러다가 앉혀 놓고 감상평을 듣는다. 나의 질문은 딱 하나다
"재밌어? 재미없어?"
남편도 이 과정을 그다지 부담스러워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재밌냐, 재미없냐만 대답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재밌다면 통과한다. 재미없으면 폐기하거나 수정한다.
5. 출간 기획서 쓰기
원고가 완성되면 출간 기획서를 쓴다. 이미 원고가 나와 있는 상태라서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한 시간 내외로 걸리는 것 같다.
↓출간 기획서를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시면 여기로 도움을 구하면 된다.
https://brunch.co.kr/@r-teacher/271
5. 투고
이 모든 과정을 마치면 출판사에 투고한다. 평소에 관심 있었던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면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이렇게 책이 나온다. 굿즈도 나온다!
야호!
약속한대로 7월 5일에 고영희 출간기획서 발송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