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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힘든 시대의 교사들의 글쓰기

by 다이앤선생님

요즘 교사들은 먹고살기가 참 힘들다. 사실 공무원 전체가 그렇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서 이게 맞나? 아니 이게 맞는 거야? 하면서 눈을 의심하게 된다. 부부 교사면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때가 고작 15년 전이었는데 세상이 변해도 너무 빨리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교사들 사이에서는 재테크 얘기가 쏟아져 나온다. 겸직을 하는 교사도 크게 늘었고 책을 출간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가끔 출판사를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가 "요즘 책 쓰는 교사들이 엄청 많아요."이다. 학교 눈치를 보며 책 한 권 못쓰던 시절은 가고 이제 자유 표현의 시대가 온다며 내심 반가웠는데 그 뒤에 따라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다들 교사 그만두고 책 쓰고 싶으시대요."

그 순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교직의 어려움이 현실로 느껴졌다. 다들 부업을 하고 강의를 나가야 먹고살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실제로 책을 쓰는 교사들이 아주 많이 늘었다. 서점에 가서 작가 이력을 보면 교사 출신이 정말 많아졌다. 그만큼 출간을 간절히 원하는 교사들도 늘었다. 동화 연구회, 동화 모임도 활성화되어있다.


하지만 출간의 길은 녹록지 않다. 출판사에 열심히 투고를 해도 받아들여질 확률은 아주 낮다. 특히 순수 문학, 동화의 경우 더욱 그렇다. 동화를 출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출판사에서 일 년에 출간할 수 있는 책은 단 몇 권에 지나지 않는다. 인건비만 따져도 한 책을 출간하는 데에만 적어도 천만 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출판사도 리스크를 껴안아야 하기 때문에 덥석 출간해 줄 리 만무하다.


그래도 전략만 잘 짠다면 출간의 길은 항상 열려 있다. 순수 동화 출간이 어렵다면 조금만 시야를 넓혀 다양한 종류의 책을 고려해 봤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오는 '슬기사전 시리즈'에는 현직 교사들이 쓴 학교 생활 지침서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학교 생활에 관한 거라면 당연히 교사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교사 작가가 집필 후보 1순위에 오르게 된다. 또한 어크로스 주니어의 '잔소리 탈출 연구소'시리즈도 교사 작가들이 쓴 시리즈로서 집중력을 높이는 법, 체력을 기르는 법 등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만약 작가 지망생이라면 위와 같이 교사들이 집필하는 시리즈 중의 하나를 샘플 원고로 써서 출판사에 투고할 것 같다. 너도나도 뛰어드는 경쟁 체제에서 벗어나 교사들만의 리그에 뛰어드는 것이다. 잘되면 출판사에서 나를 기억하여 다음 시리즈에 기회를 줄 것이고, 잘 안되더라도 다른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면 그만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시리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이전 책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목차를 잘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


만화 컷이 들어가 있는 책의 경우 너무 겁낼 필요가 없다. 그냥 문서 작업창에 표하나 그려 넣고 배경과 인물들의 대사를 넣으면 콘티를 직접 만들 수 있다.

제목 없음.png 만화컷이 들어가는 원고 작성 예시


누군가는 반드시 궁금해하겠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정보를 알려주자면, 선인세는 대충 100만 원 정도 받는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은 출간된 후에 정산받는다. 대부분의 책은 1쇄로 끝나고 연금처럼 지속적으로 나오는 책은 가뭄에 콩 나듯이 있다.

매절을 할 경우 권당 500만 원~600만 원 정도 받는다. 여기에 3000권 이상 팔리면 인센티브가 1~2% 정도 붙는다. 1쇄만 내고 끝내는 경우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하지만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책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사실 글 써서 먹고산다는 건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1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되어도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을 절대 뛰어넘지 못한다. 누군가는 실망할만한 사실이겠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출간에 성공하면 장점이 될만한 요소들이 아주 많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즐거움이 오기 때문에 꿈이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면 좋겠다.

전략만 잘 세운다면 가장 빠른 길로 출간에 가까워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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