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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앤선생님 Jan 01. 2021

화상영어 원어민 튜터를 40번 넘게 바꿨다.

원어민 튜터를 고르는 방법

Ⅰ 울분에 차서 화상영어를 시작했다.


  나는 교육청에서 천만 원가량의 영어 연수비를 지원받아 미국에서 교사 영어 연수를 받고 돌아왔다. 큰돈을 들여 오랜 시간 동안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학교로 돌아오면 영어를 가르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영어전담교사가 될 수 없었다. 학교에서는 이미 내정자가 있기 때문에 영어전담 자리를 내줄 수 없다고 하였다. 영어 연수를 받은 교사는 3년 이상 영어전담교사로 복무해야 하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영어전담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나는 결국 담임교사의 자리로 돌아왔다.


  * 초등학교에는 담임교사와 전담교사가 있다. 예전에는 담임교사가 전과목을 가르쳤지만, 최근에는 전문적인 교과지도를 위하여 각 학교에 영어전담교사, 체육전담교사, 과학전담교사와 같은 전담교사를 배치한다.


  열심히 공부한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서운하고 속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년 넘게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원어민 앞에 설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왠지 모를 울분이 끓어올랐다.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토플 준비를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기 전에 30분씩 토플 문제를 풀었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흐지부지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건 높은 토플 점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원어민과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원어민 교사와 코티칭 하는 영어전담교사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화상영어를 시작했다.










Ⅱ 화상영어 수업료가 비싸서 망설였다. 


 여러 화상영어 업체를 알아보았다. 30분 기준으로 회당 15,000원 정도로 측정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주 3회 30분씩 수업을 하면 18만 원 정도가 되겠다. 18만 원. 누군가에게는 적은 돈일 수 있겠지만 공무원 월급으로는 꽤나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래서 계속 망설였다. 


"비싼데, 너무 비싼 거 아냐? 원어민 선생님하고 코티칭 하면 돈 안 내고 실컷 얘기할 수 있는데 이만큼의 돈을 내가면서 해야 돼? 말도 안 돼!"


  그래서 아쉬운 대로 일주일 무료체험을 신청했다. 일주일 무료체험이 끝나고 나니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한 번 더 신청했다. 운 좋게 한번 더 무료체험의 기회를 얻었다. 이렇게 2번의 무료체험이 끝나자 업체에서 따로 연락이 왔다. 신규 튜터가 있으니 무료체험을 또 해보고 객관적인 피드백과 정성스러운 리뷰를 남겨달라고 하더라. 내가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신규 튜터와 계약을 할지 말지 정한다는 입장이었다. 아마 내가 수업에 성실히 참여해서 그런 제안이 왔던 것 같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제안에 응했고 그렇게 신규 튜터들과 3주 더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렇게 총 5주간의 화상영어 수업을 마치고 나니 무조건 화상영어를 계속 이 어이 나가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되었다. 왜냐하면 처음 화상영어 수업을 할 때는 긴장돼서 수업 20분 전부터 안절부절못했는데, 매일매일 한 달 넘게 화상영어를 하다 보니 마음이 점점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화상영어 수업은 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수업'이기 때문에 나의 모든 발음 실수, 문법적 실수, 표현 실수를 정확하게 잡아내고 수정해준다는 사실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겐 화상영어 수업료가 비쌌다. 좀 더 저렴한 필리핀 화상영어 수업을 해볼까 했지만 이미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터였다. 이왕 배우기로 맘먹었다면 정확한 발음 교정을 위해 미주 캐나다 원어민과 수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정착한 곳은 '캠블리'였다. 


  캠블리는 타 화상영어 업체보다 수업료가 저렴했다. 회당 만원 정도였다. 대신 고정 튜터가 없고 직접 튜터를 선택해 수업을 예약해야 한다. 그래도 수업료가 저렴했기 때문에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주 3회 30분 수업권을 12만 원이 안 되는 가격에 구입했다. 이로써 여러 화상영어 업체를 전전하던 떠돌이 생활이 드디어 끝나게 되었다. 











Ⅲ 나의 고정 튜터는 어디에 있을까?(40번 넘게 튜터를 바꾸게 된 사연)



  캠블리를 시작한 이후로 나에게 꼭 맞는 고정 튜터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마치 매일매일 면접을 하는 것 같았다. 


  "이 튜터는 편안하게 대화를 이끄는데 교정을 잘 안 해주네. 삐- 탈락. 이 튜터는 너무 시크하고 말이 없어. 삐삑- 탈락. 오호 이 튜터는 아주 좋아. 근데... 스케줄이 꽉 차있네? 삐삐 삑- 탈락"


  대부분 한 달 안에 고정 튜터를 만든다는데 나는 두 달이 지나도록 고정 튜터를 정하지 못했다. 만약 내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캠블리에 접속했더라면 빨리 고정 튜터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나는 내가 내키는 대로 아무 때나 캠블리에 접속했다. 왜냐하면 직장과 가정일을 모두 다 돌봐야 했기 때문에 여유시간이 생길 때마다 접속하는 게 마음 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속 고정 튜터 없이 지냈다. 즉시 수업이 가능한 튜터들 중 프로필 영상이 괜찮아 보이는 튜터를 골라 수업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매번 새로운 튜터를 만난다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40명이 넘는 튜터를 만나다 보니 새로운 만남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고정 튜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을 아예 내려놓았다. 물론 마음에 드는 튜터가 생기면 즐겨찾기 저장을 하고 튜터의 on /off상태를 확인한다. 즐겨찾기 튜터들이 모두 off상태일 때만 새로운 튜터를 만나고 있다.  


  새로운 튜터를 만날 때마다 "What's your name?", "Where are you from?"과 같은 뻔한 질문과 답을 반복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대부분 20초 안에 자기소개가 끝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또한 나는 캠블리에서 제공하는 수업자료로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튜터가 바뀌더라도 수업 내용이 끊기지 않고 잘 이어진다. 


  다만 교정을 잘해주지 않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무성의한 튜터를 만나게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튜터를 만날 때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질문을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나와 잘 맞지 않는 원어민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도 중요한 배움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수업시간에 말할 내용을 미리 예습하기만 한다면 어느 튜터를 만나든 수업의 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훌륭한 튜터를 만나야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내가 미리 예습을 해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Ⅳ 어떤 튜터가 좋은 튜터일까?


  여러 튜터를 만나다 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인기 튜터 타이틀이 붙은 튜터, 평점이 아주 높은 튜터는 대체로 나와 잘 맞지 않았다. 그들은 대체로 여러 가지 대화 소재를 미리 준비했고 대화를 술술 잘 이끌어 나갔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튜터는 '교정을 잘해주는 튜터'였기 때문에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가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점이 그저 그런 학생 튜터,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 튜터들이 꼼꼼하게 교정을 잘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튜터를 선택할 때 평점은 거의 배제하고 프로필 영상에 드러나는 튜터의 표정, 말의 속도, 억양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가끔 도전정신이 드는 날에는 IELTS를 전문으로 하는 튜터와 수업한다. 프로필에 intermediate level의 성인만을 대상으로 IELTS를 전문적으로 가르친다고 써 놓은 경우, 튜터의 말의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반대로 프로필에 kid를 가르친다고 하는 경우, 튜터가 친근하고 인내심이 많으며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튜터를 고를 때 평점과 인기 튜터 타이틀에만 집착하지 않고 프로필을 자세히 읽어보는 것이 나에게 꼭 맞는 튜터를 고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Ⅳ 초등학생도 화상영어에 도전할 수 있을까?


  요즘 많은 영어학원들이 ZOOM으로 수업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자녀의 영어공부로 고민하고 계시는 동학년 선생님들께 화상영어를 추천했다. 어차피 대면 수업이 아니고 수업료가 비슷하다면 1:1로 수업할 수 있는 화상영어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영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화상영어를 하려면 엄마가 세팅해줘야 하는 게 많아 부담스러울뿐더러 학생들에게는 '회화'보다는 '문법'위주의 수업이 시험에서 고득점 하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문법을 꼭 한국인 선생님에게 배우란 법은 없다. 원어민에게도 문법을 배울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원어민 튜터들이 키즈들을 대상으로 문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어차피 학원에서 과거 시제 문법을 몇 년간 수없이 반복 연습할 거라면, 원어민으로부터 다양한 과거 시제 문장을 듣고 원어민 앞에서 직접 과거 시제 문장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공부의 효율성은 '얼마나 집중하는가'에 달려있다. 원어민과 1:1로 수업하게 될 때 더욱 긴장하고 집중하게 된다는 걸 안다면 화상영어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처음 화상영어를 시작할 때 몇 번의 시행착오가 있어 번거롭겠지만 캠블리를 제외한 타 업체들은 고정 튜터를 정해 수업을 예약해주고 학생 수준에 맞는 텍스트북을 제공하고 있어 누구든지 화상영어에 도전할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도 화상영어에 도전할 수 있다. 나는 더 많은 초등학생들이 화상영어에 도전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외국인 앞에 서면 한마디도 못하는 '한국인의 오명'을 벗기고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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