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아이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있나요?
오후 3시. 매장에 한바탕 손님들이 지나가고 나니 조금 여유가 생겼다. 퇴근시간대에 가까워지면 곧 다시 바빠질 것이다. 믹스커피 하나를 뜯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아침에도 한잔 마셨지만 지금 한잔 더 마셔야 저녁까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휴대폰을 꺼내 맘 카페에 들어간다. 매일 올라오는 요리 자랑 글을 눌러본다. '초등학생이 아침밥상'으로 올라온 사진에는 찰현미 밥, 닭곰탕, 가지무침, 버섯볶음, 애호박 새우젓 볶음 등이 한상 다리 부러지게 차려져 있다. 댓글에는 '솜씨가 대단해요!', '애들이 든든하게 먹으니 공부도 더 잘되겠어요^^'와 같은 댓글이 이어진다.
오늘 아침은 어땠더라. 씻지도 않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지영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초등학교 3학년인데도 엄마가 지켜보고 있지 않으면 자꾸 이불로 들어가려고 한다. 급한 대로 부랴부랴 계란 후리 이를 부치고 조미김 한봉을 까서 대충 밥을 먹여 학교에 보냈다. 뭐, 시간이 많으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겠지? 스크롤바를 내려 다른 글들을 훑어본다. '직장 그만둬도 될까요?'라는 글이 눈에 띈다. 댓글에는 '절대 그만두지 마세요. 애들 크면 좀 나아져요', '중고등학생 되면 교육비가 많이 필요해요. 바짝 벌어두세요'라는 의견들이 우세하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시는데 단맛이 덜 한 것 같다. 카스타드를 하나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이다. 혹시 학교에서 전화 온 것인가 싶어 얼른 전화를 받는다.
(따르릉, 따르릉~)
"지영이 어머님, 안녕하세요? 3학년 6반 담임교사입니다."
"어머,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 어머님, 안녕하세요? 학부모 상담차 연락드렸어요."
"네, 선생님. 우리 지영이 학교에서 공부 잘하나요?"
담임선생님은 뭐라고 대답하실까? 마시던 믹스커피를 내려놓고 침을 삼켰다. 최근에 학원을 다 끊어서 다시 등록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라서 살짝 긴장되었다.
"어머님, 지영이 학교에서 공부 잘해요."
선생님의 대답을 듣고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지영이는 진짜 선생님 말씀대로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고 있는 걸까? 왠지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아이가 '잘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신다. 학교는 학원과 달리 줄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점수와 별도로 아이가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면 '잘하고 있다'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선생님께서 잘한다고 하셨더라도 반드시 엄마가 나서서 아이의 학습을 과목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상다리 부러지는 아침밥이 아니라 엄마의 학습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여기서 말하는 '학습에 대한 관심'은 엄마가 직접 아이를 가르치는 가정학습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학습은 교육전문가에게 맡기되 엄마가 '아이의 학습을 점검'하는 것을 포함하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그 역할의 비중과 필요성은 극대화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의 학습 상황을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아이의 국어 교과서를 펴보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아이의 글씨체이다. 악필인지, 명필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글씨를 힘들여 꾹꾹 눌러쓰는지, 가볍게 쓰는지 우선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글씨를 꾹꾹 눌러서 쓴다는 것은 글을 쓸 때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글씨를 가볍게 쓰지 않으면 장문의 글을 쓰기 어려워지고 필기를 거부하게 된다. 만약 아이의 손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면 습관적으로 손에 힘을 빼고 쓰는 연습이 필요하므로 서점에서 글씨 연습장을 구입하여 하루에 10분씩 힘을 빼고 쓰는 연습을 시키도록 하자.
글씨를 가볍게 쓰지만 휘갈겨 쓰는 경우에는 종이 한 장을 주고 한 문장을 정성스럽게 써보게 한다. 만약 의식적으로 정성스럽게 썼는데도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글씨 연습장에 글씨 쓰기 연습을 시켜야 한다. 그러나 바르게 잘 쓴 경우에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교정이 되는 부분이 많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교과서 빈칸이 채워져 있는지 여부이다. 담임선생님이 교과서 대신 학급 특성에 맞게 새로 재구성한 학습지로 수업을 진행한 게 아니라면 교과서 빈칸은 진도만큼 채워져 있어야 한다. 만약 빈칸이 많다면 수업에 잘 집중하지 않는다고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런데 문장을 쓰다만 경우가 많다면 친구들에 비해 행동이 조금 느린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수업에 참여하고 이해하는데 무리가 있는 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국어만큼은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평소 독서 습관이 중요하다. 그래서 독서 습관을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책을 대충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 읽는 양과 시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학습만화만 읽는 것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책을 대충 읽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가 읽은 책을 집어 들고 아무 데나 펼쳐서 사건이 일어난 시간 및 장소나 인물의 행동에 대해 질문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거북이가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뭘까?"과 같이 물어보는 것이다. 엄마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는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말해보렴", "인상 깊은 내용을 말해보렴"과 같이 책을 대충 읽어도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아이가 책을 정독했는지 확인하려면 적절한 질문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한편, 학습만화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의견은 매우 분분하다. 혹자는 학습만화가 지식 전달에 매우 효과적이며 독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 로마 신화의 경우 글로 읽었을 때보다 만화로 읽었을 때 더 흥미롭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러나 어떤 아이들에게는 학습만화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학습만화에만 익숙해진 아이들은 글보다 그림에 더 집중하기 때문에 줄글로 된 책을 읽었을 때 금방 흥미를 잃는다. 따라서 학습만화와 줄글로 된 책을 적절히 섞어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아동도서관에 가보자. 학습만화는 아이들의 손길로 닳고 닳아 너덜너덜하다. 아이들은 권유하지 않아도 학습만화를 찾아 읽는다. 따라서 일반 가정에서는 학습만화를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언제나 학습만화를 찾아 읽을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줄글로 된 전집을 사서 책장을 가득 채워야 하는가? 그건 또 그렇지 않다. 엄마가 산 전집은 아이가 선택한 책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선택했을 때 책에 대한 애정과 독서 의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서점에 데려가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고른 책으로 책장이 채워졌을 때 아이는 독서를 더욱 즐기게 될 것이다.
하루 10분. 아이의 학습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누구나 똑 소리 나는 엄마가 될 수 있다. 다음 담임선생님과의 통화에서는 '어머님, 어떻게 하면 지영이처럼 키울 수 있는지 공부 비법을 알려주세요'라는 말을 반드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 수학, 사회, 과학, 영어 과목별 엄마표 확인법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