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시름

저는 매니저 입니다.

by 글쓰기 하는 토끼


아이들 매니저를 하며 쫓아다니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멘탈이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먼저 저의 인생 반은 날아가는 겁니다. 오후 시간 대부분을 아이들에게 매어 살아야 하니 그렇습니다. 이 눔의 씨끼들이 성적이라도 척척 올라주면 그나마 좀 힘도 나고 어깨에 뽕도 좀 치켜세우며 다닐 텐데 영 그럴 기미는 또 안 보입니다. 학교 못 다니겠다 나앉지 않는 것도 감사할 판입니다. 아무 소리 안 하고 다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오게 됩니다. 공부 안 해도 좋으니 제발 문제없이 다녀다오 하는 날이 오고야 맙니다.

저희 큰애 5학년 때의 일입니다. 4학년 1년 정말 열심히 달려온 공부입니다.
1호는 그 하기 싫은 공부를 매니저인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꾸역꾸역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칭찬이라도 듬뿍듬뿍해 주던지.
저는 나름 열심히 하는 1호가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시켜보니 매니저인 저는 욕심에 눈이 멀어 그만 아이 마음을 보듬어 주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3년 내내 만화책만 보며 낄낄거리던 녀석이 하루 3시간 내리 꼼짝 않고 공부하려니 얼마나 좀이 쑤셨을까요.

4학년 때야 아직 어려 엄마가 하라고 하니 해야 되나 보다 했던 것들이 5학년 되면서 약간의 사춘기와 반항심이 겹쳐져 대들기 시작합니다.
손도 못쓸 정도로 아이 마음은 얼음장처럼 변해 언제 녹을지 모를 하루하루를 살얼음판 걷듯이 지내게 됩니다.
매니저 인생 처음으로 울며 불며 정말 힘들게 한 학기를 지내게 돼요. 5학년 한 학기 공부는 통째 들어 먹습니다. 그때는 공부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날카로워서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정말 학수고대했었습니다.

그 살얼음판을 지나니 그렇게 오지 않을 것 같던 따뜻한 봄도 찾아오기는 하더이다. 지금도 다시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2학기가 되니 아이도 조금 잠잠해지더라고요. 맛보기로 겪은 사춘기가 이 정도인데 제대로 중2병 만나면 나 죽었소 지낼 일만 남은 거더랍니다.
5학년 2학기 여름방학 때 즈음되니 아이도 정신을 조금 차리고 공부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이 돌아오긴 돌아오더라고요. 하지만 저도 이번 일을 계기로 매니저의 일을 다시 검토했습니다.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것으로요. 아이나 저나 훨씬 수월했습니다.
숨통이 조금 틔이기 시작하더군요. 다시 심기일전해서 계획표를 짜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이후 성적은 많이 떨어졌지만 욕심은 내려놓고 천천히 가기로 했습니다.
최종 결승선까지 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천천히 간다고 잡혀가지 않으니 도란도란 얘기해 가며 갈려고 마음먹습니다. 저의 욕심이 또다시 불붙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사춘기가 오더라도 이겨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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