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색연필 가도 돼요?

공부 계획표를 사수하라.

by 글쓰기 하는 토끼

내가 엄마표 공부를 시작하면서 세 가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다. 공부 계획표를 세울 때도 되도록 염두에 두며 계획했다.


첫 번째로 공부습관이다. 학교 하교 후 30분가량 쉬게 한 후 바로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엔 이게 잘 되는가 쉽더니 아이는 꾀가 나는지 별의별 핑계를 다 댔다. 머리가 아프다,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게임 10분 먼저 하고 하면 안 되나 등이 그 이유였다. 아프다는데 공부할 수 없고 학교에서 안 좋은 일 있었다는데 안 들어줄 수 없었다.

하지만 공부가 먼저였고 짧게 끝나는 연산부터 차례대로 하게 했다. 공부법을 배우기 전에는 간단한 표를 만들어 스티커를 붙이게 하며 소소한 보상도 해주었다. 가령, 색연필(학교 앞 문구점)에 가서 천 원을 쓸 수 있게 한다든지 일주일 동안 착실히 잘하면 주말에 30분 게임 이용권을 준다든지 하는 식이었다.

평일엔 게임 및 유튜브는 금지였고 핸드폰도 없었다. 공부할 때 계획표는 정말 중요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계획표를 따로 준비했다. 일일 공부 계획표 안에는 그날 공부할 양을 아주 구체적으로 적어 주었다. 각 과목별 한 장 이상씩은 풀지 않았고, 공부할 때는 꼭 같이 있었다. 공부습관 잡는 일은 아직도 하고 있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두 번째로는 팔랑귀를 조심하는 일이다. 엄마들 회동이 있는 날이면 엉덩이가 딱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아이가 먼저 집에 오는 경우 "엄마 조금 늦으니 계획표대로 공부해놓고 있어. 엄마 가면 바로 검사할 거야. 안 되어 있으면 알지?" 이렇게 엄포를 놓아도 소용이 없었다. 십중팔구 안 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모임에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듣다 보면 또 마음이 간들간들해져 과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이 맞는지 자꾸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아이와 관계만 나빠지니 하지 말아라, 오래 하기 힘들다, 어느 학원 보냈더니 잘하더라 하는 많고 많은 정보들 중에서 초심을 지키며 굳건한 마음을 지키기란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집에 오면 아이만 잡는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엄마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 꼭 참석해야 할 자리가 아니라면 금방 털고 일어나야 정신건강에 좋다.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채점이다. 단순 채점이 아니고 아이의 어느 부분이 잘 안 되고 있으며 부족한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하루도 밀리지 않고 채점하러고 많은 애를 썼다. 채점이 안 되어 있으면 다음 진도 나가기도 계획표 세우기도 차질을 빚게 되니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오답도 그때그때 처리했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답이 안 나온다. 이 일은 엄마의 몫이라 엄마도 부지런 떨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 년 만에 학교 영재반에 입성시켰으니 나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채점을 할 때 내가 따로 했던 일은 피드백을 해주는 일이었다. 오답을 보면서 하면 되는 그런 피드백은 아니었다. 말로 하면 자칫 잔소리가 될 수 있다.

그날 계획표 안에 '잘하고 있는데 공부 중에는 집중하자', '연산은 정확성이 더 중요하니 꼼꼼히 풀자', '요즘 열심히 하더니 성적이 올라 기쁘다', '공부는 하면 되지 않느냐 봐라 너도 할 수 있잖아 할 수 있는 아이였어' 등 간단한 메모를 첨삭하여 아이가 잘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책상에 올려놓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문제집 사이사이 포스트잇을 이용해 끼워 두었다. 엄마 맘이 너무 드러나면 안 되어서 계획표 안에 자그마한 글씨로 써 두기도 했다.

아이에게 매달리다 보면 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 아이의 공부와 내 일상을 구별 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오전에는 되도록 좋아하는 운동을 했다. 엄마들 만나는 것은 피하고 그 시간에 부모교육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집담상담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했다. 마음이 흩트려지지 않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지금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수학 공부를 마치고 오후에는 영어 공부에 집중한다. 수학은 옆 동에 있는 수학 공부방을 일주일에 두 번 가고 영어는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 독서는 하루 30분, 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다. 글쓰기는 매일 한다. 한 줄이라도 써야 잘 수 있다. 엄마표 공부에 성공했다 말할 수 없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이 성적도 상위권은 아니지만, 나는 조금씩 좋아지는 아이를 본다. 아이도 나도 하면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긴 것에는 고무적인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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