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배웠는데 최상위를 못 푼다.
엄마가 이런 것도 모른다?
나는 서점에 갔다. 아이 문제집을 사러 간 것은 아니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 둘러보러 간 것이었다. 이 책, 저 책 보다가 발걸음이 문제집 코너에 멈추었다.
뒤적뒤적 별생각 없이 살펴보다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마음에 드는 몇 권의 문제집을 사서 집에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 책상 위에 펼쳐 놓았다.
내가 그 당시 아이 공부에 있어서 얼마나 무식한 엄마였는지 지금 생각해도 혀를 찰 노릇이다. 나는 최상위 문제집과 사고력 문제집 두 권을 사 가지고 온 것이다. 연산도 한 권 안 풀린 아이에게 최상위 문제집을 사서 안겼으니 아이가 풀어냈을 리 만무하다. 처음 한 장 정도는 그런대로 푸는가 싶더니 그다음부터는 죄다 틀렸다. 나는 아이가 틀리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다.
"다 배운 건데 왜 못 풀어?"
"어려워요"
"으이그"
나는 아이 머리를 한대 콩 쥐어박고는 다른 애들 다 푸는 문제를 왜 너만 못 푸냐면 타박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그것도 시들해져 풀면 푸나보다 하며 문제집이 어디가 처박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문제집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아이의 수준이다. 내 아이의 수준에 맞추어 80% 이상의 정답률이 나올 수 있는 수준의 문제집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너무 쉬워도 어려워도 좋은 문제집이 아니니 신중히 선택하여야 한다. 괜히 헛수고로 움과 시간 낭비와 아이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될 수 있으니 사전에 미리미리 테스트 후 아이와 상의 후 함께 고르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복습 위주로 갈 것인지 선행으로 진도를 밀고 나갈 것인지에 따라 문제집을 선택하였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는 아이의 안 되는 부분부터 다시 시작하였다. 그래서 3학년 그 당시 1학년 2학기 연산과 기본서로 선택하였고, 풀다 만 문제집 몇 권을 정리하여 마무리하게 하였다. 수학학원과 병행하며 학원에서는 제 학년의 문제집을 같이 풀며 진도를 나갔다.
1학년 수학을 할 때는 아이도 많이 의기소침하여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다. 그렇다고 안 하고 넘어갈 수도 대충대충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아이도 힘들고 그런 아이 붙들어 앉혀놓고 공부시키는 엄마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문제집도 한 권씩 한 권씩 풀어 4학년 여름방학 때는 얼추 따라잡게 되었다. 이 부분에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 평상시 해 오던 대로 꾸준히 복습과 제 학년 수준의 문제집을 풀게 했고 심화 문제집은 아직 손도 안되었다. 연산은 매일 풀었고 기본서에 충실했다. 그 후에 응용까지만 풀었다. 심화를 풀어야 개념이 확실히 잡힐 것 같기는 했지만 아이가 수학을 멀리할까 봐 그게 더 두려웠다. 학교 수행평가는 한 개 아니면, 많으면 두 개를 틀렸고 다 맞는 경우도 많아졌다.
세 번째로 문제집의 양이다. 문제집 몇 권을 풀 것이며 얼마만큼 풀릴 것인가이다. 내가 최상위 문제집과 사고력 문제집을 사 온 날 나는 문제집 한 권당 두세 장의 문제를 풀게 했었다.
두 장까지는 아이도 인내심을 가지고 풀기는 했는데 세 장 때부터 아이는 몸을 비틀며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나는 문제집 다섯 권을 돌리되 딱 한 장씩만 풀게 했다. 아이도 덜 지루해한다.
문제집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유형이 거의 비슷비슷하다. 출판사별로 보아도 비슷한 문제가 많이 나온다. 표지만 다를 뿐 거기서 거기라는 거다. 아이가 개념을 확실히 알고 응용까지 별 무리 없이 풀면 너무 많은 문제집을 들이밀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수학은 계단씩이라 전 학년 수학이 안되면 계속 누적되어 나중에는 수포자가 되기 십상이다. 아이가 이해하고 개념을 확실히 아는지에 많은 중점을 두었던 것 같다.
썩 잘하는 수학 실력이 아닌지라 엄마인 나도 아이에게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제 학년 수준의 수학 실력이 되기를 목표했다. 6학년인 지금 중학교 문제집과 병행하며 풀고 있다.
수학은 어느 정도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해져 예전처럼 많은 신경은 안 쓰고 전적으로 아이의 공부 방법을 믿으려고 많이 노력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고 실패해도 자기 하기 나름인 것이고 성공하면 본인이 좋은 것이다. 이 공부란 것이 내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껴야 책상에 앉아 공부할 수 있다.
그것을 모르는 엄마가 아님에도 엄마 눈에는 아이 공부하는 모습이 성에 안 찰 때가 많다. 나도 어릴 때 잘하지 못했어도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조금 더 아이를 기다려 주고 믿어 준다면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살아 보니 인생에 있어서 공부가 지대한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았었나 생각해 본다. 아이 스스로도 자기 인생 자기가 살아보고 결정해야 되는 부분이다. 먼저 살아 본 인생 조금 더 편한 길을 가르쳐 준 들 스스로 그 길을 걸어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를 믿고 보듬어 준다면 알아서 제 인생 잘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