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하기, 빼기는 가르쳐야 했다.

엄마가 이런 것도 모른다?

by 글쓰기 하는 토끼

만화책만 보며 낄낄거리던 아이를 앉혀 놓고 공부를 시키려니 아이나 엄마나 깝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애는 하기 싫어 엉덩이가 들썩이고 수포자였던 나는 아이 한번 가르쳐 보겠다고 갖은 애를 쓰는 것이 영 모양새가 그럴듯해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수행평가 결과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나는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것도 아니었다. 학교 갔다 온 아이 구슬려 책상에 앉히는 것만 1시간이 넘게 걸렸고 연산 문제집 한쪽 푸는데도 1시간이 걸렸다.

책상에 앉은 아이는 왜 목이 마르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건지 참다 참다 폭발한 나는 고성을 지르기 일쑤였다.

허구한 날 뉘 집 아이의 울음소리인지 동구 밖까지 그 소리가 새어 나갈 판이다. 헉헉대며 뚜껑 열리기 직전의 나는 이러다 미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얼마나 고통이 심했었는지 지나가던 귀신도 놀라 오던 길 되돌아갈 참이다.


아이는 만화책에 진심인 아이였다. 똥뚜간에 갈 때는 꼭 끼고 갔으며 밥 먹으러 오라는 소리를 열댓 번 불러 재껴도 듣지 못했다.

아니, 공부를 좀 그렇게 하란 말이다. 그래도 학습만화를 즐겨 읽었고 그중에서 수학 도둑이라는 만화책도 잘 보았다. 집에서 키우던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 년 열두 달 한결같이 만화책을 본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것을 보니 필시 만화책에 문제가 있다고 나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 만화책만 보면 수학 못하던 아이도 벌떡 일어나 그렇게 못 외우던 구구단부터 알아서 척척 깨칠 거라고, 그렇게 광고를 해대더니만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당장 팔을 걷어붙이고 만화책 사장님을 찾아가 만화책 값을 물어내라 으름장을 놓을 참이었다. 그러면 국어는 잘했느냐? 이것도 나는 참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국어를 쓰지도 읽지도 못하고 학교에 가도 국어 교육이 강화되어 학부모님들은 걱정하지 마시라 그렇게 교육부에서 큰소리치는 걸 내 두 귀로 똑똑히 들었건만, 아이는 매번 받침을 틀렸다. 도대체 학교를 어떻게 다녔는지 선생님들은 무얼 가르치신 거지? 라며 나는 탓할 사람들을 찾아 나섰고, 분명 내 아이는 잘못이 없는 것이다.

그럼, 그동안 엄마는 뭐 했니? 이 엄마란 작자는 애들 학교에 보내 놓고 커피숍에 모여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어느 어느 아이가 잘하네 어느 학원이 잘 가르치네 하는 소리를 듣느라 하루가 바빴다.


그래도 엄마 노릇해보겠다고 초등학교 시절 수학 점수가 '가' 일지언정 초등학교 수학이 어려우면 얼마나 어렵겠어하며 얕잡아 봤다가 아주 큰 코를 제대로 경험했다. 그 후로 나는 수학학원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가 절대 다니지 않겠다는 거다. 절대 안 다니겠다는데 질질 끌고 가 앉힐 수도 없고 전기세 내러는 또 보내고 싶지 않아, 1학년 2학기 수학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나누기가 안되니 곱하기를 해보고 곱하기도 안되니 더하기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제 학년 수학은 병행하며 해야 할 것 같아 물어물어 옆 동에 사는 어느 누구 엄마가 집에서 수학을 가르치더라 해서 그 학원을 보내게 되었다. 원래는 5학년 이상 고학년을 받는 학원인데 일주일간 사정사정 통사정을 해서 허락을 받아 냈다. 그래도 시간은 갔고 아이와 공부하는 시간도 흘러 한 권씩 한 권씩 문제집을 해치웠다.

이제 4학년 올라가는 아이인데 너무 매정한 거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엄마가 안 이상 더는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훗날 아이가 커서 이때의 이날을 어떻게 회고할지는 모르겠으나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다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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