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고파요. 라면 한 개만 끓여 먹으면 안 될까요?" "자기 전에 먹고 자면 안 좋은데. 많이 먹고 싶으면 먹고 자던지."
드림렌즈까지 끼고 양치질까지 마친 1호가 배가 고프다며 성화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 과일까지 다 먹었는데도 1시간이 지나니 계속 먹을 걸 찾았다. 귤 몇 개를 던져 주었다. 쳐다도 보지 않고 라면을 먹겠다고 한다. 배 고프면 잠도 오지 않을 것 같아 실랑이를 하느니 그냥 먹으라고 허락을 해주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금세 얼굴이 방실방실 해져서 컵라면 한 개를 가져와 뜨거운 물을 붓기 시작했다. 그러곤 전자레인지에 돌려놓고 나에게 와 기웃거렸다. "엄마, 그 책 재밌어요? 무슨 내용이에요?" "글쓰기에 관한 얘기지. 너도 궁금하면 읽어 보던지." "그럴까요?" 하더니 책꽂이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 꺼내 들고 훑어보다가 '삑' 하는 소리에 자리에서 부리나케 일어나 주방으로 가버렸다.
"엄마 망했어요. 저는 렌즈에 4분 돌렸는데 2분만 돌리는 거였어요." "그럼 다 불어서 어쩌니?" "괜찮아요. 면발이 더 탱글탱글해요. 아. 정말 맛있다." 하더니 '후루룩, 후루룩' 정신없이 먹는다. 집안 가득 매콤한 라면 냄새가 그득히 쌓였다.
10분 만에 라면 끓이는 일과 먹는 일이 모두 끝이 났다. 1호는 대충 주방을 정리하며 "아이씨, 마스크팩 안 했다." "그럼 붙이고 자면 되지." 싫다는 제스처를 나에게 보낸다. 배가 빵빵해지니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