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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Jan 17. 2023

친정아부지와 손주.

청소 중



  "엄마, 할아버지네 언제 가세요?"
  "그건 왜 자꾸 물어?"
  "할아버지 보고 싶은데 같이 가면 안 돼요?"

  1호는 뜬금없이 할아버지네 같이 가자고 졸랐다. 할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를 말한다.
  올해로 연세가 87세 되셨고 혼자 계신다. 그래서 내가 종종 가서 청소며 밑반찬이며 해 드리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혼자 가다가 힘에 부치자 남편이 같이 가서 도와주기 시작했다.

  이번엔 내가 게으름을 피우며 차일피일 미루다 일요일까지 오게 되었다.
  1호는 연신 나에게 할아버지 댁에 언제 가냐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없는 틈을 타 기회를 엿봐 게임을 하려나 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결국은 일요일도 못 가게 되었다. 천상 평일에 혼자 가게 생겼는데 그렇게 되고 보니 더 가기 싫어졌다. 청소, 화장실 청소, 설거지 등등 대략 2시간은 족히 걸렸고 아버지 담배며 식료품도 혼자 들기는 꽤 무거웠다.
 
  "엄마, 할아버지네 가실 때 제가 가서 도와드릴게요."
  "너 청소할 수 있겠어? 짐도 좀 같이 들어줘야 하는데."

  결국 나는 1호를 데리고 갔다. 무거운 짐도 같이 들어주고 내가 화장실 청소 할 동안 1호는 집안 청소를 도와주었다. 혼자 가서 하는 것보다 덜 외롭고 좋았다. 사실 남편과 올 때보다 더 신났다. 아들이 참 기특했다. 아버지도 손주가 와서 이리저리 부산을 떨며 다니니 좋으신가 보다.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으신다.
  
  "이제 몇 학년이고?"
  "올해 중학교 가요."
  "허허허, 그 녀석 참 다 컸네."
  
  1호는 청소를 다 마친 소감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엄청 뿌듯해요."
1호도 우리 아버지처럼 얼굴에 미소가 방실방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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