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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Mar 05. 2023

오천 원의 힘.


  주말이다. 어제저녁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1호가 제일 먼저 일어나 나에게 뽀뽀해 주고 안아 주었다. 그래도 내가 일어나지 않자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다시 나온 1호는 아빠를 깨우기 시작했다. 남편은 나보다 나았다. 일어난 것이다.


  어제 난 아이들과 함께 장를 보았다. 1호는 파스타를 하나 골랐다. 아빠랑 주방에 가 덜커덩하며 요리를 간단히 하더니 같이 먹자며 2호를 깨웠다. 요리를 좋아하는 1호는 주말 아침 스스로 일찍 일어나 라면도 끓이고 빵도 굽고 계란 프라이도 직접  먹곤 했다.

  다 좋다. 그런데 왜 해 먹고 치우 지를 않는 것이냐.


  주방이 난장판이 된 것을 본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엊저녁에도 1호는 초콜릿을 사 와 무언가를 만들다 실패했다.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았다. 딱딱하게 굳어 버린 초콜릿에 뜨거운 물을 여러 번 부어 헹거 내야 했다. 식식 거리며 주방을 치웠다. 가만 보니 나만 이러고 있었다.


  나는 먼저 2호를 불렀다.

  "2호야, 네가 먹은 그릇은 치워야지. 설거지부터 해."

  "1호야, 청소기 좀 돌려."


  나는 소리를 꽥 지르며 하나씩 시키고 의자에 앉았다.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일어나 설거지며 청소며 하기 시작했다.

  커피를 홀짝이며 그 모습을 보니 세상 편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현금을 좀 찾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다 끝낸 아이들에게 용돈 오천 원씩 줄 참이다.

  아이들에게 얘기하니 더 열심히 한다. 역시 돈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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