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오늘 현장학습을 갔다. 글 쓰느라 늦게 잔 나는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이른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느라 몹시 부산을 떨었다. 아이가 주문한 유부초밥을 평소와 같이 싼 후 약간의 간식을 챙겨 아이에게 들러 학교에 보냈다. 그리고 방치되고 있었던 브런치에 새벽에 올린 몇 개의 글의 조회 수를 보게 되었다. 본 순간 내 눈을 의심하였다. 다음 메인에 노출되면서 조회 수가 10,000회를 넘은 것이다. 얼떨떨한 것이 좋기도 하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네 하며 내심 뿌듯해하고 있었다. 현장학습을 갔다 온 2호가 왔다. 표정이 심상치 않다.
"무슨 일 있었어? 도시락은 다 먹었니?"
"아니요.. 친구들 거 먹느라 못 먹었어요. 남겨서 왔어요."
"왜? 맛이 없었어? 엄마가 먹어보니 맛있던데."
"아니, 그게 아니고.. 다른 애들은 예쁘게 싸 왔는데 내거는 너무 초라해서."
나는 순간 딸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 울컥하고 말았다.
"그랬구나. 정말 미안해."
나는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나도 그랬었다. 학창 시절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닐 때 나도 그랬었다. 없는 형편에 싸오는 도시락을 꺼내기 창피했었다. 지금은 그리 흔한 소시지 반찬, 햄 반찬은 싸가지 못했다. 내 도시락이 한없이 창피했다. 그때는 친구들과 빙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을 때였다. 싸 온 반찬을 다 꺼내 다 같이 먹었는데 항상 내 반찬은 인기가 없었다. 그래도 나는 내 반찬을 깨끗이 비워냈다. 엄마가 혹시라도 속상해하실까 봐.
그다음 날 현장학습을 가는 1호에게 얘기하니
"엄마, 소시지 문어 모양 그 정도는 되지요?"
"뭣이라?"
누가 나를 갇어 놓고 하루 종일 글을 쓰라고 하면 of course OK. 문제없어. 이렇게 말할 자신 있다. 근데 저 문어 모양 소시지라니. 엄마를 사표 내고 당장 뛰쳐나가고 싶게 만드는 소리다. 엄마라면 누구나 극복해야 할 일. 엄마는 극한 직업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