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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Oct 21. 2022

김밥

도시락 사건 두 번째 이야기.

 

 "삐이~삐이~"

 아침 6시 알람이 울린다. '헉' 늦었다. 나는 부리나케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어제저녁 먹고 안 치운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먼저 쌀부터 안쳐 놓고 못다 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1호가 현장학습을 가는 날이다. 어제는 2호가 갔다 왔다. 연이틀 도시락을 싸는 중이다. '한 번에 가면 좀 좋아?' 나는 속으로 투덜대며 분주히 손을 놀렸다. 애들 아침밥부터 준비해 놓고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어제 1호 같은 반 엄마 하는 말이 1호와 같은 모둠인데, 과학관 식당에서 점심 사 먹기로 했다는데 왜 도시락을 싸냐는 거였다.

  "어, 그래? 1호 오면 물어봐야겠네."

  "언제 커피 한잔하자. 애들 놀러 간다고 엄청 좋아해."

  " 응, 한번 만나자."

나는 전화를 끊고 1호가 오기를 기다렸다.

  "1호야, 너네 식당에서 사 먹기로 했다며?"

  "네.. 근데 땡땡이와 나 둘이는 도시락 싸가서 먹기로 했어요."

  "어.. 그래? 그랬구나. 알았어."

땡땡이는 1호와 단짝 친구이다. 같은 모둠이 됐다며 한껏 들떠 있었다. '그냥 사 먹지' 나는 속으로만 되뇌고는 알람을 5시에 맞춰 놓고 잤던 거다. 분명 울렸을 것이다. 그리고 6시 알람이 울렸고 나는 6시 30분에 겨우 일어났다. 초등학교 마지막 가는 현장학습인데 김밥 옆구리는 자꾸 터져 나오고 시간도 없어 과일은 싸주지도 못했다. 돈 만 원 쥐여주며

  "뭐 사 먹어." 하며 보냈다.

  "1호야 너 도시락 창피하면 그냥 사 먹어."

  "괜찮아요. 엄마."

1호는 머슴아라 그런지 2호만큼 예민하진 않다. 도시락을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며 가방을 울러 메고는 쌩하고 가버렸다.

  "엄마, 친구들 모두 도시락 꺼내서 나눠 먹었는데 내 도시락은 아무도 안 먹고 나만 먹었어요."

  "그랬어? 정말 미안해."

학교 가기 전 2호는 아직도 마음이 불편했는지 나에게 또 그 얘기를 한다. 나는 점점 1호의 도시락이 걱정이 되었다. 이미 가버리고 없고 또 지금 당장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아이들을 모두 보내고 뒷정리를 하니  나 자신이 한탄스럽다. 암만 그래도 더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었어야지. 이틀 동안 4시간밖에 못 잤어도 도시락은 신경을 썼었어야지. 엄마는 그런 거야. 그래야 엄마이지. 하지만 엄마도 사람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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