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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끼의 지혜 Oct 21. 2022

안심

도시락 사건 세 번째 이야기.

 

  두 아이 모두 학교에 보낸 후 오후가 되었다. 1호에게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내심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했다. 전화를 해 볼까 하다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잘하고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1호는 꽤나 밝은 표정으로 집에 왔다.

  "재밌었니?"

  "아.. 말도 마."

  "아니 왜? 무슨 일 있었어?"

  "모둠 활동지를 한 친구가 잃어버려서 망했어요. 카페에서 음료수 마시면서 하려고 했는데 하지도 못하고.. 아휴."

  "김밥은 어땠어? 창피하지는 않았어?"

  "엄마, 정말 맛있었어요. 친구들도 엄마 요리사 아니냐고 막 그러던데요."

  "정말? 양이 적었을 텐데 어떻게 했어?"

  "물물교환 식으로 서로 바꿔가며 먹었어요."

  "같이 싸온 친구는 도시락 어땠어?"

  "평범했어요."

나는 그제야 안심을 하였다.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모두 하고 만족한 대답을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과일도 못 싸주고 엄마가 너무 미안했어."

  "괜찮아요. 음료수 사 먹고 2천 원 남았어요. 음료수가 비싸더라고요."

  "그래, 잘했다."

1호는 늦게 온 탓에 학원 시간이 빠듯하여 그 길로 또 쌩하고 가버렸다. 이것으로 이번 년도 현장학습은 모두 끝이 났고 도시락을 강제로 싸야 할 일은 공식적으로 없는 것이다. 휴.. 나는 안도하였다. 십 년은 지난 것 같다. 이제 내일모레 2호 생파만 무사히 끝나면 두 다리 뻗고 잘 일만 남았다. 그나저나 생파는 또 어찌 준비할꼬. 멀고도 험한 엄마의 일상이다. 이 또한 지나가고 훗날 그리워할 날이 오겠지.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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