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엄마가 낮에 있으니 참 좋아했다. 아침에 1시간 정도 못 보는 것은 아이들도 나도 참을만했다. 사실이 영화관을 그만두지 못하게 된 이유는 같이 일하는 분들의 극진한 만류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더 궁극적인 이유는 아이들 스스로 아침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일어 나는 일이었다. 남편과 나 모두 새벽에 출근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더 긴장을 많이 했다. 심지어 1호는 아침 6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 동안 공부도 했다. 1호보다 등교가 조금 늦은 2호도 학교 갈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남는 시간은 공부를 했다. 어느 날 1호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도 엄청 힘들던데 엄마는 어떻게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세요? 아.. 정말 대단하다."
뿐만 아니라 살도 많이 빠졌다. 몸무게의 앞자리가 바뀌었다. 하루에 만보이상 걷다 보니 저절로 빠졌다. 그렇다고 운동삼아 다니기에는 업무강도는 세다.
그럼에도 언제까지 이 일을 견디며 하게 될지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지금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청소하면서 눈치껏 강의도 들어가며 일을 한다. 그래서 그 덕에 강의도 60% 가까이 들었다.
상영관 청소 중
상영관 청소는 청소구역 중 가장 힘든 곳이다. 빗자루로 의자 밑을 다 쓸어야 하고 팝콘이 있는지 없는지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게다가 의자가 접혀 있으면 보기에는 깨끗해 보여도 의자 밑 속을 쓸어 보면 어김없이 팝콘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나는 이 의자 밑이 꼭 사람의 속내 같다는 생각을 늘 하곤 했다. 빗자루로 쓸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사람의 시커먼 속마음 말이다.
나는 의자 깊숙이 빗자루를 넣어 어김없이 이 팝콘들과 쓰레기들을 쓸어 담는다. 그러면 내 마음도 후련함을 느낀다. 이처럼 알 수 없는 사람의 속마음도 이렇게 쓸어 담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다음으로 화장실 청소다. 화장실 청소는 상영관보단 덜 힘들다. 세상천지 가장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어찌 보면 너무 솔직한 곳이기도 하다. 나의 추악함과 더러움을 아무 거리낌 없이 모두 내 보일 수 있는 곳이고, 또한 그렇게 한들 욕하는 사람도 없다. 깨끗이 청소한 화장실은 어느 누가 와도 평등한 곳이 된다. 예쁘건 돈이 많건 많이 배웠던 사람일지라도 여기선 무용지물일 뿐이다.
그래서 난 청소를 다 끝내고 나면 참 흡족한 마음이 든다. 가족들과 오손도손 손 붙잡고 와서 깨끗이 청소된 상영관에서 즐거이 영화를 볼 사람들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십몇 년 만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해내면서 들었던 생각은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삼 깨달았다. 도전하여 부딪쳐 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다이소 알바 경험이 없었다면 그보다 강도 높은 영화관 알바는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울러 내가 과거에 무슨 일을 하였건 학력이 어떻건 먹고사는 거에 있어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았다.
다만 나의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어 그 또한 즐겁다.
그리고 언제까지 하게 될지 모르는 알바이지만 지금 현재 알아보고 계신 분들이나 주저주저하며 아직 자신 없어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