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인이 남긴 자취나 언동 등을 더듬어 온 흔적 2.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국 3. 점이 일정한 조건에 따라 움직일 때 그려지는 도형 - 다음 어학사전
그렇다면 시간의 궤적이란 '내가 보내온 시간들을 다시 되돌아 더듬어 본다'라고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했다.
주인공은 적지 않은 30살의 나이로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프랑스 파리에 온다. 그리고 어학원에 등록하여 몇 달째 수업을 받고 있었다. 비가 무척 많이 오던 날, 같은 어학원에 다니는 한 언니를 만나게 되고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이 언니는 주재원 신분으로 프랑스 파리에 와 있었다. 주재원은 보통 남편을 따라 가족들과 함께 오기 십상인데 언니는 홀로 와 있었고, 서로 잘 통해 거의 매일 만나 일상을 함께 보낸다. 두 사람 모두 삼십 대 초중반의 나이로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은 로망으로 프랑스 파리에 온 공통점이 있었다.
주인공은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고 그곳에서프랑스인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들 셋은 종종 만났다. 하지만 주인공의 여권만료일이 다가오며 결혼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고, 주인공은 결혼을 한다. 남편과의 문화적 차이로 갈등을 빚지만 아이를 낳으면서 차츰 적응해 간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고 있던 언니와는 점점 멀어졌다. 언니는 술을 마시면 한 번씩 이미 결혼한 첫사랑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건 나쁜 거 아닐까. 언니는 남의 가정을 망가뜨리고 싶어?" - 178p]
이렇게 언니와 다툰 후 언니는 귀국을 했고 누구도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는 관계에 대한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숱하게 많은 만남들이 있고, 또한 헤어지기도 한다. 정말 친하게 지냈던 직장 동료도 각자의 인생에 따라 소원해지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이런 인연들을 내가 붙잡고 싶다한들 손가락의 모래알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 들어가 버린 관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아이를 낳고 주부가 된 주인공과 결혼을 하지 않고 승승장구 잘 나가는 언니의 관계는 심심찮게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껏 만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모두 다섯 명인데 그중 두 명이 결혼을 안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결혼을 안 한 두 친구들은 모임 나오지 않았다. 주로 아줌마가 된 셋 친구들만이 지속적으로 만남을 유지하였다.
결혼 전 다섯 명의 친구들이 모두 모여 시끌벅적 떠들며 수다를 떨고 여행을 같이 갔던 시간의 흔적을 더듬어
[지금도 그날을 추억하며 빗속을 뛰어가는 언니와 나의 모습은 손끝에 닿을 듯 생생하고,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울고 싶어진다. - 180p]
나는 아직 인연이 지속되기를 바라본다.
*백수린
1982년생.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이 당선.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