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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희 Nov 27. 2015

그리움의 방식들

채수영 1주년 추모 콘서트

"정희야, 웅산님이 홍대에서 콘서트 한단다. 함께 안갈래?

너 그렇게 일만 하다간 죽을 수도 있다"


겁없이 덜컥 시작한 일 때문에, 콩인지 메주인지 구분도 못하고 지내던 시간 . . .  

그럴때일수록,  머리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줘야 한다며 빛(?)의 속도로 티켓을 예매해준 지인덕에 망설임없이 따라나서게 된 "채수영 1주년 추모 콘서트"

장소는 홍대에 있는 라이브클럽 앰프(AMP)였습니다. 

솔직히, 재즈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저는 '채수영'이란 이름 조차도 낯설었는데요.  "전설의 기타리스트", "블루스계의 거목" 그를 따라다니는 묵직한 수식어는 둘째치더라도 도대체 어떤 분이셨길래 대한민국에서 내노놔하는 대표 블루스 뮤지션들이 그를 추모하는 자리에 총출동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세계적 뮤지션 김목경, 이경천, 강허달림, 김동환, 최훈,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 이중산, 찰리 정, 그리고 이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었던 웅산과 레전드 기타리스트 한상원까지 . . .  재즈를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어마어마한 무대였습니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공연에 뮤지션도 관객도 모두 하나가 되었던 자리였는데요. 그를 기억하는 후배, 동료 뮤지션들이 무엇을 보태거나 빼려하지 않고, 딱 그들만의 방식대로  고(故)채수영씨를 사랑하고,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었던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공연장 어딘가에서 분명 채수영씨도 함께하지 않았을까 . . . 그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방법으로 그를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해준 뮤지션들과 그밖에 많은 이들이요.
아직도, 블루스 뮤지션만으로 살아가기엔 척박한 이땅에서 분명 이런 무대는 쉽지 않았을테니까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이별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 이별앞에서,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헤어진 이들을 기억하게 될까요? 비록, 예상치 못했던 이별에 그를 아끼는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팠지만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슬픔을 슬픔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추억하는 자리를 만든 '그리움의 방식'이 가슴을 참, 먹먹하게 만드는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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