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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희 Dec 29. 2015

그럼, 당신은 왜 안 하십니까?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뇌병변 장애 2급 '이숙영'씨의 도전

비 오니까 쉬자.
평소에는 안 오던 비가  교육받을 날만 되면  내리는 거예요. 
올해는 물줄기가 샤워부스에서 내리듯이 엄청 비가 퍼붓는 거예요. 
그날 제가 교육을 받으러 왔을까요? 안 왔을까요?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이었다.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송년의 밤 행사에서 만난 뇌병변 장애 2급 '이숙영'씨.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대시미 오는 길을 그려 보았다.  휠체어를 탄 몸으로, 날씨가 맑고 좋은 날이어도 힘들었을 그 여정을, 그녀는 강한 바람과 세찬 빗줄기에도 굴하지 않고 다녔던 것이다. 나라면 가능했을까? 그녀 말처럼, 비싼 수강료를 낸 강의도 아니고, 꼭 들어야 하는 의무사항이 있는 교육도  아닌데... 배움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게 좋아하고 쫓아다니는 사람 중에 하나이지만, 과연 내가 그녀와 같은 환경이었다면 나는 그녀처럼 포기하지 않고 다닐 수  있었을까...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소리를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했다. 귀찮은 것을 참고, 조그만 용기를 내 실천에 옮기면 결과물이 내 것이 된다고 말하는 그녀. 

그녀는, 생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저는, 제가  영상을 만들 때   "북치고 장구 치고 꽹과리 친다"는 말을 해요.
시놉시스와 계획을 세우고, 촬영을 한 뒤 프리미어로 편집을 합니다. 그리고 영상에 맞게 자막을 넣은 뒤 내레이션과 음악을 입히고 영상을  마무리합니다.
이걸 누가? 저 혼자 다해서, 앞에 말한 것처럼    '북치고 장구 치고 꽹과리 친다'라고 하는 겁니다. 
작품성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다양한 사람의 입맛이 아니라, 만드는 저의 입장에서 만들고 있기 때문에 당연할 수 있죠. 하지만,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더 큰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그쵸?"



그녀는, 작년 10월에 장애인들과 프리미어를 배우면서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폐쇄자막방송까지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영상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고, 어느덧 전문가의 솜씨가 느껴지는 영상 2편을 결과물로 얻게 되었다는 그녀.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 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무료 강의라고 하지만(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강의는 모든 강의가 무료로 진행된다) 어떻게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과정들을 다 듣고, 결과물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여태 난 뭐하고 있었지? 그녀가, 이처럼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했던 것일까?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도  아니고...

후끈후끈, 얼굴이 붉어져옴을 느낀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송년파티... 역시, 대시미스럽다. ㅋ




"저는 행동을 옮길 때, 생각은 바위에 계란을 묻힌다는 생각으로 합니다.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계란 묻히는 것이 다르지 않습니까? 하지만 던지지 않으면 묻어나지 않듯 저는 작은 행동이라도 하려고 합니다.

제가 행동한 결과, 전문가의 손길로 만든 영상 2편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질문, 제가 전공이 뭘까요? 저는, 공주대 관광경영학과를 전공했습니다, 

재학 당시, 많이 듣던 질문이 "너 사회복지학 과지?" "너 특수학 과지?" 그런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오기가 발동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관광인으로 무엇인가 남기고 싶다는 그런 강한 충동을 느꼈고 장애인에 관한 영상 작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교수님이 촬영하고 편집을 해 주셨는데 자막은 제가 스스로 해 볼 기회를 주셔서 그때 처음 영상을 접하게 되었고요. 30대에는 CMB에서, 시청자미디어센터 직원분이 추천하셔서 영상을 찍었는데요. 그때 PD님이 하는 말이, '이숙영 씨, PD 하는 건 어때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행동하지 않았으면 얻지 못할 결과물이었습니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핑계가 뭐가 있을까요?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당신만 합니까? 누구나 다 하는 겁니다."


아, 그럼 제가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그럼, 당신은 왜 안 하십니까?"


그럼 핑계 대는 사람이 뭐라고 할까요?

 '시간이 없어서 안 하는 거야.  시간 낭비할까 봐 안 하는 거야.'


귀찮은 거 접고, 시간 낭비가 아니라 나에게 투자라 생각한 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해본다면 결과물은 그 누구 것도 아닌 내 것입니다. 현재 나에게, 스스로 사랑해 주고 용기 줘 봤나요? 도전해 보셨나요? 작은 행동이 모여 큰 성과를 얻는 것은 실천입니다. 우리는, 경제 탓, 시간 탓, 환경 탓하지 말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용기 내 행동으로 옮겨보는 건 어떻까요? 답은 스스로가 알겠죠?"





답은 스스로가  알겠죠...

그녀의 마지막 멘트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답은 스스로 알고  있다...

왜, 우리는 그녀처럼 열심히 살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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