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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희 Feb 12. 2016

꽃, 밥에 피다

인사동 친환경 음식점 '꽃밥'

꽃, 밥에 피다(애칭,  꽃밥)...

한 달여 전쯤, 페북을 통해 '꽃밥'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꽃처럼 고운 정은샘,  그 여리여리 이쁘고 착하신 샘께서 인사동에 친환경 음식점을 내셨단다. 그동안, 우리밀 급식 이사로 일하시면서 '친환경' 먹거리를 위해 애써  오신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음식점이라니...

조금은 뜻밖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왜 음식점을  오픈하셨을지 짐작되는 바도 있었다. 아마도 샘께서는 우리 땅에서 자란 좋은 유기농 식자재로 꽃처럼 귀한 이들에게 직접 지은 밥을 한 끼 대접하고 싶으셨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날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꽃밥에 다녀온 이들이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고 사진 속 꽃밥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모습으로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으리라. 

"나도 가야지, 꽃처럼 이쁜 사람들과 나도 꼭 가봐야지"  마음먹었던  게...


그 오랜(?) 숙원이 풀리던 날,
봄볕처럼 따스했던 설 연휴 마지막 날에, 꽃보다 더 귀한 인연들이 꽃밥에 모였다. 


"우와, 이게 다시마예요?"

꽃밥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시마 위에 꽃을 올려 장식하고 그 한쪽에 수줍게 놓인 캐슈너트 몇 알. 어찌 다시마로 저리 장식할 생각을 다 했을까. 페북을 통해 사진으로는 이미 보았던 모습인데도 막상 눈앞에서 마주하니 감탄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역시, 감각적인 플레이팅으로 소문난 꽃밥다웠다. 

두근두근, 음식점에서 나올 음식을 기다리며 가슴이 설레어 보기는 또 처음인 듯^^ ㅎㅎㅎ


샐러드는, 아마도 페북에서 자주 보았던 딸기와 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무엇이든지 미리 미루어 짐작하지 말라는 듯, 오늘의 샐러드 재료는 토마토였다. 이것도 나쁘지 않음(아니, 아주 좋았음. 신선한 토마토에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소스가 더없이 잘 어울렸음) 꽃밥은, 그때그때 제철 식자재를 이용하기에 같은 메류라도 다른 재료를 이용할 때가 많다고 하신다. 음, 좋군^^ㅎㅎㅎ


모둠전과 샐러드. 요 샐러드는,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 콩이 들어 있어 위나 장이 좋지 않으신 분에게 더없이 좋다 하신다. 그릇으로 사용된 피망은, 유기농이기에 그대로 와사삭 ~~~ㅋㅋㅋ
(애호박 꽁지를 플레이팅 재료로 사용하는 이 센스 봐라. 이 감각을 어찌 따라가리오.ㅎㅎㅎ)


요 거이, 꽃밥에서 가장 궁금했던 "보자기 비빔밥".

마치, 보자기에 싸인 듯한 노란 계란 지단을 자르면 그 안에 각종 유기농 나물이 곱게 놓여있고, 그 아래에 봉하쌀로 지어진 밥이 들어있다. 앙증맞은 옹기에 담긴 구례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빈 다음 게란 지단으로 쌈을 싸듯 먹으면 된다. 귀한 모습만큼이나, 맛 또한 일품이라 쉽게 잊히지 않을  듯하다. 요거요거, 강추!!! 아주 이쁘고 맛있다. 어디 가서 이리 귀한 비빔밥을  대접받을 수 있을까 싶다.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꽃밥은, 그릇도 남다르다. 듣자 하니, 여주 예술인마을에서 작가분들이 직접 구워 제작한 그릇들이라고 하는데. 딱, 꽃밥스럽다. ㅎㅎㅎ


같이 간 일행분이신데, 손이 어찌나 고우신지(오해 마셔라. 연세가 좀 있으신 남자분이시다. ㅎ) 밥 먹는 틈틈이,  이야기하는 틈틈이 나도 모르게 자꾸 눈길이 손으로 가는데. "손에도 표정이 있다더니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날. 이 분 손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보기도 처음, 먹기도 처음이었던 산초장아찌^^ 산초라 강할 줄 알았는데,  웬걸...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일등공신^^ 꽃밥에서의 음식은 밥이 아니라 보약이 되는 느낌이다.ㅎ


꽃밥에서는, 생선조림도 이리 우아하게 플레이팅이 되는구나 싶어 혼자 웃음이 났다.^^ㅎ

생선조림 역시, 정해진 생선이 아니라 그때 그때 제철 싱싱한 생선으로 요리를 한다고 한다.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싱싱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곳... 이제라도, 이런 곳이 생겨 참 좋다. 고운 인연들을 자꾸자꾸 데리고 오고 싶어 지는 곳, 꽃밥이다.


디저트도 품격 있게~~~

세상에나 오미자 효소로 타 주신 음료도 그렇고, 앙증맞고 작은 바구니에 담긴 찹쌀떡은 먹기 아까울 정도^^ 정성을 다한 건강한 밥상에 꽃처럼, 함께 한 이들의 마음이 활짝 열렸다. 어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귀한 시간을 함께 해 주신 이들에게도, 또 그들과의 시간을 이리 귀하게 만들어 준 꽃밥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요 작품들은, 꽃밥의 모든 메뉴와 플레이팅을 담당하고 계신 유바카님의 작품들. 유바카님은 동화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꽃밥은 음식도 음식이지만 플레이팅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예약석 안내판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예약석 알림판을 이리 예쁘고 곱게 만들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이것도 유바 카님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여하튼, 이분들 센스가 보통이 아니다. 오픈한지 두 달도 안된 가게가  두 군데의 잡지에 나올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리라.. ㅎㅎㅎ


꽃밥은, 여기저기 눈길이 머무르지 않은 곳이 없다. 때로는 정갈하게, 때로는 사랑스럽게 오롯이 이곳에서 식사하는 분들을 위해서 모든 것이 세팅되어진 듯 한  곳... 그래서 다들, 가장 귀한 사람들과 가장 먼저 꽃밥에 가고 싶다고 하는 가 보다. 손 붙잡고 같이 오고 싶은 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이어진다.고맙다.


인사동 작은 골목길을 들어서야 나오는 꽃밥. 왜, 이제야 생겼는지 아쉬워질 만큼 아직도 마음 한쪽을 꽃밥에 남겨놓고 온  듯하다. 조만간, 또다시 꽃처럼 귀한 인연들과 함께 해야지^^ 안녕, 꽃밥~~


꿏밥에서 나와 부른 배를 안고 발걸음을 옮긴 것은 근처, '창덕궁' 

여기저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친구와 혹은 연인과 함께 추억 만들기가 한창이다. 그 모습이 어찌 그리 예쁜지, 나도 모르게 카메라가 아이들을 쫓는다. 봄날처럼 햇빛도 따뜻한 날에 좋은 이들과 함께하니 더 바랄게 없다. 마치, 봄인가 싶은 날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밥 배와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고.. ㅎㅎㅎ

꽃밥에서 밥 먹고 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창덕궁에서 삼청동으로 발길을 옮겨 다다른 곳은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삼청동 수제비집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삼청동의 명소 중 한 곳이다. 

그동안 소문은 무성히 들어왔는데, 팥도 단맛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들어와보기 처음. 

한 그릇을 다 비워낼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어느새 깨끗이 그릇이 비워져 있더라. 이 글을 쓰면서도, 눈길은 자꾸 사진에 머문다. 다음에 삼청동에 가게 되면 또 먹어야지 하면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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