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이는 주방 더러워질까봐 가족들도 요리를 못하게하잖아"
"그럼 밥은 어떻게 하고?"
"반찬은 사먹고, 밥만 앉힌대"
그에 대꾸는 안했지만, 돌아와서는 남편에게 일렀다. "ㅇㅇ이는 그렇대"
나는 무엇이든 자기가 싫으면 누가 뭐라해도, 어떤 시선을 받든 안하고야마는 사람이 부럽다.
사실 나는 내가 무엇을 진정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진정 싫어하는지 내 마음을 잘 알지 못한다.
또 싫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할지라도 사람들이 나를 못된 사람을 보거나, 무책임하게 바라볼까봐 솔직해지지 못한다. 사실은 나도 요리를 정말로 싫어한다. 가족들을 의무감으로 겨우 먹인 뒤, 설거지를 하고, 더러워진 렌지 주변을 닦고 내가 마침내 원하는 유일한 것은 '깔끔한 주방의 상태'일 뿐이다.
나는 그 ㅇㅇ이가 그렇게 해내고야 마는 그런 성미가 부럽다. 나의 성미는 "그래도.. 어떻게 그래"라고 말하는 '마지못해'형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도통 알기 어렵고,
어렵게 알아냈다 할지라도 '마지못해' 끌려가는 인생을 언젠가는 후회하지 않을까 문득 두렵다.
"싫으면 싫다고 말해도 돼"
"울고싶으면 울어도 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