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실수를 참 좋아한다.
얼마 전 친정집을 오가는 길, 뒷자리 카시트에선 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고, 우리 부부는 운전선과 조수석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창밖에는 커다란 댐을 바라보며 평화롭게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중 새들이 큰 무리를 지어 날아가자, 남편의 말. "와, 가관이다."
어제는 아이를 재우고, 언제나처럼 퇴근한 남편과 안방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와 잠자리에 들기전 몰래 휴대폰 음성메모를 켜두고 대화를 녹음해보았다. 세살, 네살 아이의 목소리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리다. "응", "자자", "분홍색", "하늘색" 등 모든 단어의 음절이 너무 보드랍고 반짝거리며 사랑스러웠다. 녹음본을 남편에게도 들려주고, 엄마에게도 전송하였다. 엄마에게서는 "우리 딸이 아이를 키우는 걸 보니 기특하네"라는 답장이 왔다. 남편은 "확실히 어머니는 어머니셔."라고 말했고, 나도 그렇게 느꼈다. "맞아, 그런데 엄마한테 시선이 잘 안가. '아이를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는 엄마를 내가 다시 바라봐야하는데, 내가 엄마를 쳐다보는 순간이 예전보다 확실히 줄었어. 엄마의 시선을 느낄 새 조차 별로 없는 것 같아."라며 감동을 이어가던 중 남편 왈 "원래 그런거야. 그런게 내리갈굼이지. 아니 내리사랑이지."
두 번의 감동의 순간에 재미까지 더 해주는 남편의 솜씨를 기록해보고 싶어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