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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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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 Aug 01. 2023

꾸준히 일기 쓰는 사람, 그런데 이제 4일 차인.

일상조각_06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이제 고작 4일 차지만.


일기에 늘 그럴싸한 문장으로 깊은 생각이나 깨달은 점을 한가득 남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힘을 주고 하다 보니 금세 지쳐서, 늘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놓아버리곤 했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면서 대체 왜 그렇게 솔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어쩌면 내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독자는 바로 나였던 게 아닐까? 내가 쓴 문장이 진실된지 아닌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고, 한 번의 영광스러운 기록을 남기기까지 고꾸라졌던 아흔아홉 번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알고 있으니까.




우연히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귀찮’ 작가님이 쓴 일기장 형식의 책인데, 거기에는 문경에 사는 일러스트 작가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그 책의 내용은 작가님이 돌보고 있는 텃밭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소박하고, 조금 엉성한 모습들도 있지만, 결국에는 그럴싸하고 알찬 열매를 주렁주렁 맺은 모습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배불려 주는 것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거구나!’ 싶었다. 때로는 장문으로, 때로는 문장 한 구절로 기록된 일상. 하루의 소감이란 게 꼭 장문으로만 남지는 않는 우리네 삶이라는 걸, 왜 생각 못 했을까?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일기를 쓰는 일이 이제 조금 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늘 네 번째 일기의 주제는 저녁 9시가 다 된 지금까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12시 전에는 무엇이 되었든 남겠지. 단 한 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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