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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나비 Apr 26. 2022

쓰고 싶은 말

아무말이나 하기

결국은 가장 피곤한 순간에 노트북을 열고 쓴다. 


이런 생각, 이런 느낌은 남기지 않으면 사라질텐데 라며 조바심을 느끼면서도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몇 시간은 걸릴거라는 부담때문에 쉬이 시작하지 못했다. 그리고 글쓰기란 얼마나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가 말이다. 글매일 글쓰는 사람들 대단하다. 


1.

별스럽지만, 거의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죽고 싶다거나 세상이 싫다거나 그런 얘기가 아니다. 언젠가는 내가 사라질 날이 오고, 내가 태어나기 전의 기억이 없듯 내가 죽은 후의 세상은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건 나에게만 있을 일은 아니다. 공평하게도 모두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산다. 나는 어떤 나이 든 배우가 여든살이 가까운 나이에 오스카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쓰라렸다. 그를 곧 못 볼것 같아서였다. 죽은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도 그처럼 나도 세상에서 없어질 날이 올거라는 것 때문에 마음에서 쿵 소리가 난다. 죽었거나 곧 죽을 사람들이 다 나 같다.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하지만 나 역시 바쁜 일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에는 그 사실은 완전히 잊는다. 그러다 잠깐 차 안에서 차창 밖을 볼 때라던가, 누군가와의 열띤 대화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던가, 잠들기 전에 어둠속에 누웠을 때라던가, 고양이의 투정 때문에 새벽잠에서 깼을 때라던가 어쩔 수 없이 죽음의 암흑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급하게 음악을 켠다. 그 순간의 생각을 방해할 소리가 필요하다. 


2. 

그리고 이게 우울증의 한 종류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루도 안 빠지고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이상한 일인가 아닌가. 이상한 일이 안되려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좀 더 많아야 할 것 같은데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은 대부분이 20대이다. 젊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받게 될 눈총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도 20대일 때에는 죽음을 생각할 겨를 같은 건 없었다. 노인네들이 힘빠지는 소리를 하면, 늙으면 쿨하긴 힘든 거야? 라며 이죽거렸다. 그래서, 50대인 부부를 만나 물었더니 본인들은 때되면 죽었음 좋겠고 영원히 사는 건 싫단다. 나는 '우리도 이 나이 되니까 죽음에 대해서 더 자주 생각해요.'라는 대답을 기대했다가 적잖이 실망을 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질문이 생긴다. 백이면 백 영원히 사는 건 싫다는데, 첨단 과학은 영원히 사는 법을 연구하고 있고 그 사업에 거액의 투자가 따라 붙는다. 모든 과학은 영생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그건 느낌일뿐인건가. 여하간 통계적으로는 죽기 싫은 사람들이 많다는 얘긴데. 사적으로 죽기 싫다고 말하는 건 대놓고 할말은 아닌가 보다. 순리를 따르는 것 처럼 보이는 건 중요한 일이다. 딴짓은 큰돈으로 뒤에서 하는 거다. 지들끼리만. 


3. 

'Let the right one in'이라는 뱀파이어 소설을 북클럽에서 같이 읽었다. 주인공은 200년 넘게 열 두 살인채로 사는 뱀파이어 Eli 이다. 책 속 인물 중에 중년이 되어서 뱀파이어가 되어버린 여자가 나온다. 남의 피를 먹어야 산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워서 죽을 생각을 하는 뱀파이어다. 그 여자 얘기를 하다가 '뱀파이어에게 물려서 뱀파이어가 됐다고 치자. 남을 해치며 영원히 살것인가, 생을 멈출것인가' 라는 질문이 나왔다.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영원히 살고 싶다고 말하는 건 아무래도 이기적인 것 같아서, 살지 말아야지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 20대, 30대 친구들 생각은 다르더라. 피는 혈액은행에서 사먹으면 되고, 정 안되면 인간 사냥 한 번 해 보지 뭐, 라고 하더라. 수퍼 파워 있는데 뭔 걱정? 이라면서. 그러게. 그럼 되겠네. 이런데서도 나이 든게 티가 난다. 참나. 


4. 

그러나 저러나 정신과 상담을 받아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중이다. 매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매우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조금이라도 죽고 싶은 생각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정 반대이다. 문제는 나이든 사람, 죽은 사람 생각을 하면 갑자기 무섭다. 심장이 빨리 뛴다. 급히 다른 생각을 하려고 서두른다. 깊이 들여다 볼수가 없다. 바쁘면 잊을 것을 아니까 자꾸 일을 만든다. 바쁘려고 심지어 이사까지 했다. 제발 누군가가 누구나 다 그래. 매우 이상한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라고 말해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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