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걷는 폼도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것처럼 우아하다. 매력적인 존재라는 티가 난다. 이 집 누구도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 당당한 투다. 마치 장화를 신은 듯한 뒷다리까지 귀엽다. 당연하듯 스타가 되어 가고 있다.
햇살이 좋아용
이 집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툭하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누구한테 주자"라고 할 때 그 한 마리가 되는 존재가 나, 구름이다. 이건 나에겐 생사가 달린 문제다. 혹시라도 가게 될 집에 언젠가 본 혓바닥이 크고 입이 하마 같던 '개'라고 불리던 존재가 있기라도 하면 어쩌란 말인가. 날 낳아 준 엄마도 그 컹컹거리던 존재를 무서워했다. 그런 곳으로 가지 않으려면 애교를 부리지 않을 수 없다. 난 무서워 눈도 자주 껌뻑거리게된다. 나비는 그저 예쁘고 난 귀염 받으려노력하는 존재인가싶다.
나비와 구름이는 함께 있어야 해용
나비는 오줌을 싸고는 덮지도 않고 Litter Box를 뛰쳐나올 때가 많다. 그러면 난 옥수수 흙으로 덮어준다. 그것을 보고 엄마는 마치 기적이라도 본 듯 눈이 휘둥그레 해 졌다. 종종 엄마는 진짜 나를 낳아 주기라도 한 것처럼 군다. 하지만 엄마는 목소리가 작다. 큰 목소리는 우리가 싸 대는 오줌똥을 보며 벌써 코를 쥐고 난리다. 둘은 벅차다고 그래서 나, 구름 이를 "다른 집으로 보내자"라고 벌써 여러 번 말했다. 솔직히 오늘은 햇살이 윙크하며 창가로 다가왔을 때에도 반갑지 않았고 밥도 맛없었다.
귀여운 나비
걱정스럽게 염려하지 않아도되는 나비는 이미 이 집의 터줏대감이 된 듯하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나비는 어떻게 했길래 큰 목소리로부터 그런 사랑을 받는 것일까? 큰 목소리는 나비가 좋다고 한다. 이유라는 게 없다. 있다는 게 그저, 겨우, 그냥, 멋있게 생겼단다. 짧고검은 털의 나는 할 말이 없다. 그게 내 탓은 아니다. 알고 보면 내게도 비키니 모양의 흰털도 있고 감출 수 없을 만큼의 애교라는 필살기가 있으므로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어젯밤엔 애처롭게 곤히 자는 엄마의 얼굴을 마치 브러시로 얼굴에 분을 바르듯 그렇게 핥았다. 엄마는 나의 빨간 혓바닥도 까슬까슬하다며 귀엽단다. 엄마는 고양이 엄마처럼 눈을 감았다. 엄마의눈 코 입은 마치 우물처럼 깊었다. 엄마가 엄마 같아 좋다. 엄마가 무릎을 세우고 앉았을 때 그 무릎의 정상에서 엄마와 눈을 맞춘다.
둘이라 더 재미있어용
엄마 눈에서는 꿀같은 별사탕이 뚝뚝 떨어진다. 엄마가 오늘 지하층으로 우리를 대피시킨 것은 나를 어디로든지 보내지 않으려 한 것이다. 우린 한참 크는 중이라서 엄청 먹어대고 와장창 신나게 놀아 제키며 많이싸기도 한다. 아빠가 우리가 어리고 귀엽다며 떼어 놓기 싫어 거실에 떡하니 들여놓은 Litter box에서 나오는 냄새를 못견뎌한다. 무슨 향수 전문가들이라도 되는 것처럼 문만 열면 냄새 타령이다.
두 달 반밖에 안 된 우리가 오줌똥을 척척 가리는 것을 보면서 입에 침이 마르는 것도 엄마다. 엄마는 우리 둘 모두에게 빠졌지만 나도 특별하게 대한다. 그래서 절대로 나를 어디로 보내지는 않으리라 작정을 한 것이다. 문제는 엄마 목소리가 태초부터 너무 작았다. 그리고 약했다. 생각이 많아 말이 쇠약해졌다.
실수 하지 않아용
드디어 밤이 되고 큰 목소리아빠가 우리를 부른다. 난 소파 뒤로 숨었다. 털북숭이로 잘난 체하는 나비는 큰 목소리가 오면 그때부터 더 나대고 난리이다. 아빠는 내가 근처에 가서 장난을 치고 무릎에 올라가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데에도 나비가 더 예쁜가 보다. 내가 수놈이라고 "이 시끼, 저시끼" 한다. 도대체 하나만 예쁘다라고 하는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싶다. 나는 속으로 "나도 예쁘다구요"라며 울었다.
고 12 학년 언니는 먹고 자고 놀기만 하는 우리가 부럽단다
사실은 숫놈 같은 나만 애초에 오기로 한 것인데 엄마가 누가 숫놈인지 암놈인지 몰라 나비까지 둘을 데리고 온 것이다. 아기 고양이 혼자서 크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말이다. 알고 보면 엄마는 하고픈대로 한다. 그 대가로 우리 둘의 오줌과 똥 냄새 때문에 쩔쩔맨다. 그걸 귀여운 나비는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큰 목소리 아빠께서 우리들의 밥과 Litter Box를 거실 옆 화장실에 놓고 이제 거기가 우리들이 먹고 싸는 곳이라고 했다. 거긴 팬이 있어서 냄새도 뺄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오늘만 해도 우리들의 Litter Box는 지하로 화장실로 두 번이나 이동을 한 것이다. 그래도 대책 없이 눈치 빠른 나만 긴장이 되어 털이 곤두서곤 했을뿐, 나비는 천하태평이다.
구름이는 눈 맞추기가 특기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나서 엄마랑 눈을 맞추고 오랫동안 놀았다. 엄마는 나의 방패다. 철없는 나비와함께 우리 엄마 이마의 팔자 주름이 쫘악 펴지게 해주고 싶다.
엄마는 우리의 코에 뽀뽀를 하며피아노 건반같은 나의 꼭 쥔 두 주먹을 번갈아 잡아주며 야옹야옹하며 웃는다. 나는 창호지 틈새로 불어오는 훈훈한 여름 바람처럼 엄마 품으로 기어 들어갔다. "까르릉 꺄르릉" 엄마의 푹신한 몸은 우리의 놀이동산이다. 놀다보면 잠이 오고 자고 나면 놀고 고등학교 12학년 언니가 부러워 한다.
아무튼 오늘을 무사히 보냈다. 내일이 되니 엄마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난 밥만 잘 먹으면 씩씩 하니까 괜찮아용" 라고 소리 지르며 달려갔다. 그런데 모기 소리처럼 야옹소리만 난다. "야아옹 야아옹"
어리지만 용변을 가리는 신기한 생명들이다. 나비가 싼 오줌을 덮어주는 구름이,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