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에 걸린 마음'을 읽고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시각


우울증에 대한 참신하고 혁명적인 접근


새롭게 제안하는 치료법은, 사회적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연결하는 염증 고리 및 관절염과 비만 등 신체 질환과 우울증을 연결하는 염증 고리를 표적으로 삼아, 몸속에 돌고 있는 이 악순환의 고리들을 끊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염증의 신체 징후나 증상을 치료하는 데는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염증이 생긴 마음의 치료에는 사용되지 않는 항 사이토카인 항체주사 같은 것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염증에 걸린 마음, 에드워드 불모어




염증에 걸린 마음 책 요약


면역계와 신경계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신체와 염증이 우울증 같은 정신적 증상을 어떻게 초래하는지 점점 더 깊이 연구하면서, 이 문제가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느낌을 점점 더 강하게 받았다. 면역 정신 의학은 몸과 마음의 관계뿐 아니라 정신의학과 나머지 다른 의학들 사이에 전통적으로 존재해온 차이점들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몇 가지 관념을 건드린다. 또한 단순히 새로운 항 우울제 몇 가지를 만들어 내는데 그치지 않고 함께 아우르는 근본적으로 재 구성된 (감히 말하자면 근본적으로 더 나은) 방식을 제시한다. 새로운 과학이 정신 건강과 관련해 어떻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알려주는, 정말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에게도 그렇게 다가갔으면 좋겠다.


25년 전의 환자가 "그러니까 어떻게 나의 경우가 세로토닌 불균형, 그 이론에 해당하는지 어떻게 확신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몰랐다. 우울증에 관해서는 지난 30년간 혁신적인 발전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0년대에 우울증에 사용하던 프로작과 같은 세로토닌 조절 약물과 심리 치료가 여전히 우리가 갖고 있는 치료법의 전부다. 2030년까지 우울증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할 단일 질환이다. 이제는 생각의 틀을 과감히 바꾸어야 할 때다.


P 부인이 우울증도 염증성 질환도 있다. 하지만 의학계의 통념으로 보자면 부인이 우울한 이유는 자신이 만성염증 질환에 걸렸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순전히 마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 보니 부인이 우울증에 걸린 것은 염증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도 치과 치료를 다녀온 후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했다. 잇몸의 염증은 치아에 있던 세균이 혈류 속으로 퍼져나갈 위험을 높이는 불리함을 유발한다. 치근관 우울증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관점에 따르면 내가 일시적으로 우울 상태에 빠진 것은 단순히 염증 때문이었다. 염증이 불러올 결과 들을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입안에서 일어난 일시적 염증의 폭발이 시술 직후 감지한 내 기분과 행동, 인지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초래했다는 것이다.


몸의 면역계에서 생긴 염증 변화는 정확히 어떤 단계를 거쳐 뇌의 작용에 변화를 일으키고 사람을 우울한 만드는가?


우울증 환자가 애초에 염증에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원래 질병과 맞서 싸울 때 우리를 돕도록 진화한, 그래서 우리를 이롭게 하도록 되어 있는 신체의 염증반응이 왜 우리에게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인가?


브리스틀 잉글랜드 남서부의 어린이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2014년에 발표되었는데, 9세 때 약간의 염증이 있던 아이들이 10년 뒤 18세에 우울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염증이 우울증 또는 우울 행동을 예측하거나 우울 행동보다 선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 수십 건의 인간 연구와 수백 건의 동물 연구 중한 사례이다. 회의적인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정확히 어떤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따라 염증이 우울증을 초래하는지, 즉 혈액 속 사이토카인에서 뇌 속의 변화로, 그것이 다시 기분의 우울증적 변화로 이어지는지 단계별 과정을 하나하나 알고자 할 것이다.


쥐 실험을 통해서 사이토카인에 노출된 뉴런은 죽을 가능성이 커지고 재생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염증은 뉴런 사이의 연결부, 즉 시냅스가 정보 패턴을 학습하는 능력을 떨어뜨리고 뉴런 사이의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공급도 감소시킨다. 적어도 동물에 관한 한, 몸의 염증이 곧바로 뇌 속 뉴런의 활동 방식 변화를 연결되고, 여기서 다시 우울증과 유사한 질병 형태가 직접 발생한다는 설명 사슬이 완성되었다. 치근관 치료로 급증한 사이토카인이 혈뇌장벽 너머로 염증 신호를 보내 뇌에서 감정을 처리하는 뉴런의 연결망에 변화를 일으켰고, 이것이 우울 삽화를 유발해 내가 죽음에 대한 생각을 곱씹도록 만들었던 것이라는 개연성 있는 주장을 펼 수 있다.






우울 삽화를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치과에 다녀온 날에도 더욱더 위축되고 울적해져서 결국 의사에게 가면 그는 아마도 마음 상태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진 다음 심리 치료를 제안하거나 항 우울제를 처방했을 것이다. 그 의사가 치근관 치료에 딱히 진단과 관련한 중요성을 부여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혈중 사이토카인 수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나, 내가 염증에 대한 우울 반응과 관련된 유전적 위험 요인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혈액 검사를 지시하지 않으리라. 분명 면역계라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여기는 합리적이고 능숙한 전통 방식으로 치료받았을 것이다. 내가 P 부인을 치료했던 그 방식 말이다. 그러니 내 주치의가 내게 면역학을 활용한 우울증 치료를 해 줄 수 있는 입장이 될 때까지는, 그가 먼저 나서서 시간을 들여 우울증에 관한 이 신기하고 새로운 면역학적 견해에 관심을 기울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상황이 바뀌리라고 생각한다. 정신질환과 신체 질환을 나누던 해묵은 경계선을 수정하고 400년 된 이원론적 진단의 오래된 습관을 떨쳐 내고서 면역계를 중심에 두고 우울증 같은 심리적, 행동적 증상에 관해 생각하고 치료하게 될 미래를 나는 꿈 꾼다. 앞으로 대략 5년 안에는 이 방향으로 옮겨가는 결정적 움직임이 만들어지리라 예상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의학 혁명이 리얼리티 쇼의 흥미로운 소재가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임상적 의학 실무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심층에서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에 대처하는 방식을 바꿔 놓을 과학적 변화의 흐름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우울증을 순전히 마음의 문제 아니면 순전히 뇌의 문제라고 보는 해묵고 양극화된 관점에서 벗어나, 몸 역시 우울증의 근원 중 하나라고 보는 관점으로, 또한 우울증은 적대적 세계에서 인류가 생존의 위협에 응수하는 한 방식이라고 보는 관점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몸의 염증은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이는 다시 우리가 우울증으로 알고 있는 기분과 인지, 행동의 변화를 불러온다.


P 부인의 우울증이 전신성 염증 질환의 여러 증상 중 하나이고 높은 혈중 사이토카인 수치와 직접 연결된 것이라면? 주요 우울 삽화 (Major Depressive episode)와 우울 증상의 차이는?


사이토카인을 잡아라

탈 데카르트 세계관에서는 항염증약이 류머티즘이나 그 밖의 염증 질환 환자들의 우울증 증상과 피로,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멍한, ‘브레인 포그’ 증상을 완화하는 항우울 효과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메커니즘 측면에서는 몸 전체에 염증의 영향을 퍼트리는 것은 혈류 속으로 방출되어 순환하는 사이토카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사이토카인은 몸속 어디서든 염증이 생겼다는 사실을 뇌라는 중추신경계에 알리는 가장 중요한 방송매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이토카인을 표적으로 삼는 약물, 항 사이토카인제가 P 부인 같은 환자들에게 대단히 강력한 항우울 효과를 낼 거라고 예측할 수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이원론의 우주에서 몸과 마음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즉 실제로 몸과 마음을 하나로 엮어 줄지도 모를 염증의 가닥을 계속 따라갈 것이다.




우울증을 둘러싼 낙인과 침묵의 문화

많은 환자에게 그 말은 우울증이 개인적 실패의 신호로 여겨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만약 우울증이 순수하게 정신적인 것이라면, 순전히 마음속의 일이라면, 단순히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생각이 나 결정 같은 정신적인 다른 현상들이 내 책임인 것처럼 우울증도 내 책임이 아니겠는가? 우울증에 걸린 것에 대해 자신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자신의 잘못이라고 느끼는 것이 우울증 환자들의 공통 경험 중 하나이다. 임상 심리 학자들은 이를 인지 편향이라고 부른다.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경향으로, 우울증의 특징 중 하나이며 인지행동치료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아주 심각한 경우에는 자기비판이나 집착적인 자기 비난적 사고가 자기 처벌이나 자해 행동을 부를 수 있고 개인적 실패라는 식의 생각이 허무주의적 망상으로 변질돼 자신이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자기비판적으로 편향된 이 모든 마음 상태는 궁극적인 자기 파괴행위인 자살의 위험 요인이다. 그러므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자아감에 대한 심리적 공격과 자살 같은 신체에 대한 공격은 수많은 우울증 환자의 경험에서 중심적이고도 심각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수천 년 동안 그래 왔던 일이니 이에 대한 비난을 전적으로 데카르트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우울증을 정신의 영역에만 배타적으로 고립시켜둔 것, 즉 순전히 마음속 문제일 뿐이라는 가정은 우울장애에 수반하는 죄책감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고, 여전히 우울증을 비롯한 기타 장신 질환을 둘러싸고 있는 낙인과 침묵의 문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믿는다. 팔이 부러진 경우와 달리, 만약 금이 간 게 마음이라면 나는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다. 기쁨도 희망도 없이 잠도 못 자고 한순간도 떨쳐지지 않는 자신의 무가치함에 대한 자각에 시달리고 있다면, 나는 혼자 있을 확률이 아주 높은 것이다. 나의 친구들조차 무슨 말을 할지 몰라 화제를 돌릴 것이다. 내가 직장인이라면 아마도 나는 고용주가 내 인사 기록에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써넣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구직 중이라면 이전 직장에서 어쩔 수 없이 몇 달 동안 병가를 냈던 이유를 설명할 다른 핑계를 찾으려 할 것이다. 우울증에 걸렸단 단순한 사실만으로 결혼할 자격을 박탈당하고 더불어 형제자매들이 결혼할 전망까지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이런 것을 바로 낙인 효과라고 한다. 우울증 환자들의 경험을 일상 대화에서 배제하고, 그들이 스스로 회복을 하도록, 혼자서 우울증을 해결하고 자신을 추스르게 내버려 두었다가 마음 정리가 다 끝난 다음에야 리에게 돌아오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우리는 그들을 격리하고 있다.


우울증을 진단할 생체지표가 없다.

생체지표란 환자들의 생물학적 기능 또는 생화학물질에 대한 측정치다. 세로토닌 생체지표는 임상 실무에서 실제로 사용된 적이 없고 아주 전문적인 연구에서조차 세로토닌을 측정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세로토닌 조절 약물로 우울증을 치료할 때 참조할 생체지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생체지표가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또한 생체지표가 없으므로 우리는 자신이 왜 선택적 세로토닌 재 흡수 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느냐고 묻는 환자들에게 명쾌하게 대답할 수도 없다. 앞으로도 한 가지 약을 시도해 보고 그 약이 듣지 않으면 다른 약을 시도해 보는 시행착오 방식을 계속 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점은 앞으로도 모든 우울증을 다 똑같은 병으로 취급하고 치료하게 되기라는 것이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은 우울증 환자와 낮은 우울증 환자 사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면 무작정 가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가 그들이 모두 똑같다고 말한다면 혹은 입 밖으로 말하지 않더라고 모든 우울증 환자는 똑같은 이유에서 우울증에 걸렸고 똑같은 치료를 볼 거라는 전제를 깔고 행동한다면, 우리는 그들이라는 대명사가 누구를 의미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울증의 세로토닌 원인 설은 프로이트의 수량화할 수 없는 리비도 이론이나 히포크라테스의 존재하지도 않는 흑담즙 이론만큼이나 허술하다. 면역 정신의학자들이 한 연구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14년까지 20여 년 동안 수천 명의 주요 우울장애 환자군과 건강한 대조군의 사이토카인 측정치를 보고해왔다. 전체적으로 이 데이터들은 우울증 환자에게서 C-반응성 단백질과 일부 사이토카인 혈중 농도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영향은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영향이다. 평균적으로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우울증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혈중 사이토카인 수치가 과하지는 않지만 유의미한 정도로 증가해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규모가 큰 연구는 코펜 하겐 stlals 7만 3131명의 C-반응성 단백질과 우울 증상을 측정한 것이다. 덴마크의 평범한 시민 가운데, 지신이 별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나 노력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 같은 가벼운 정도의 우울 증상들을 자주 경험하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혈중 C 반응성 단백질 농도가 현저히 높았다. 그 데이터에서는 용량 반응 관계도 관찰되었다. 바꿔 말하면 C-반응성 단백질 농도로 추측한 염증의 양이 많을수록, 부정적 편향과 자기비판적 생각으로 측정한 우울 반응도 더 컸다는 말이다.


이 연구 결과는 주요 우울장애에 대한 환자군-대조군 연구들의 증거에 추가할 수 있는 대단히 인상적이고 탄탄한 증거다. 이제 우리는 주요 우울장애를 겪는 심각한 우울 상태의 사람뿐 아니라 일상에서 약간의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도 염증에 걸려 있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은, 이 연구들이 우울증에 걸린 모든 사람에게 염증이 있다고 증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무작위적 우연의 일치나 불운의 결과로 볼 수 없을 만큼 높은 빈도로 우울증과 염증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사실에 대해 통계적으로 매우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 그리고 1990년대의 선구적 연구 이후로 많은 연구가 꾸준히 축적되면서 증거들이 점점 더 탄탄해졌다. 우울증이 신체 염증에 대한 생체지표 증거와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는 끈질기게 변함없이 나타나 과거의 믿음을 무너뜨리는 혁신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이 결과만으로 염증과 우울증의 관계가 인과적이라는 것은 증명되지 않는다. ‘어떻게’에 관한 질문에 답하려면 ‘인과성’이라는, 포착하기 어렵지만 결정적인 문제를 더욱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우울증에 걸리기 전에 염증에 걸렸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감염성 질환이나 그밖에 어떤 염증이 생긴 후에 기분이 처지거나, 울적해지거나, 우울해지거나, 마음이 가라앉거나, 심지어 눈물이 났던 일을 경험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염증과 우울증의 순서를 연구하는 한 가지 방법은 동일한 사람들을 오랜 기간 추적하며 사이토카인 수치와 기분 상태를 반복적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잉글랜드 남서부에서 태어난 어린이 1만 5000명을 9세부터 18세까지 추적해, 9세 때의 사이토카인 수치로 18세의 우울증 위험을 예측할 수 있음을 알아낸 연구가 2014년에 발표되었다. 9세 때 혈중 사이토카인 수치가 상위 3분의 1에 속한 아이들은 그보다 수치가 낮았던 아이들에 비해 18세가 되었을 때 우울증에 걸린 확률이 1.5배 높았다. 중요한 점은 높은 사이토카인 수치를 보인 아이들도 9세 때 처음 평가했을 당시에는 염증이 없는 또래들과 비교해 더 우울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들은 염증을 겪은 후에야 우울해졌다.


동반 이환 우울증이라는 것은 순전히 병에 걸린 서글픈 현실을 곰곰이 생각해서 우울증이 생긴 거라는 사례의 상당수가 사실은 염증성 질환으로 폭증한 사이토카인과 대식세포의 메커니즘이 일으킨 우울증이다. 개인적으로 관절염 같은 염증성 질환과 관련이 있고 그리고 체지방, 즉 염증성 조직도 원이라고 생각하자. 면역계의 로보캅이자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주요 원천중 하나인 대식세포가 지방조직의 약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일 번 적으로 체질량지수가 높고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은 더 마른 사람에 비해 혈중 사이토카인 수치와 C-반응성 단백질 수치가 더 높다. 또한 과체중에 걸린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비만은 대식세포의 수와 혈중 사이토카인의 수치를 늘려 면역계가 우울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어쨌든 비만이 염증도 유발하고 우울증의 위험성도 높인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이 역시 비만처럼 염증 증가와 우울증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에는 염증이 더 많이 생긴다. 다른 모든 것이 그대로라도 사이토카인과 C 반응성 단백질 수치는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다. 면역계 역시 나이가 들수록 더 불안해지고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다. 우울증과의 인과관계는 비만보다 나이 쪽이 조금 더 명백하다. 우울증이나 염증이 나이 듦, 아니면 적어도 시간이 흐르는 것 때문이 아니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노화와 비만 외에도 염증과 우울증 모두를 증가시키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예를 들어 몸의 염증 상태에는 계절 차가 뚜렷이 나타난다. 유럽 사람들은 겨울에 해당하는 11월-1월에 혈중 사이토카인 수치가 높아지고 같은 기간 남반구에서 여름을 즐기는 호주 사람들은 그 수치가 더 낮아지는 식이다. 염증은 명백히 겨울에 더 잘 생긴다. 계절성 정서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우울증 증상이 겨울에 더 잘 생긴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요인은 사회적 요인이다. 그것은 바로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는 가장 잘 이해되지 못한 우울증 원인 중 하나다. 우울증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스트레스는 중요한 인간관계의 상실과 사회적 거부 두 가지가 모두 포함된 사건이다.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이 마치 면역계라는 연못에 커다란 바위를 던진 것처럼 각종 면역세포들의 작용 및 상호작용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별을 겪으면 자기의 최전방을 순찰하는 대식세포들이 화가 나서, 즉 더 활성화되어서 더 많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혈류 속으로 뿜어낸다. 대식세포의 과도한 활동은 죽상경화증으로 두꺼워진 동맥에 염증을 일으켜 심혈관이나 뇌혈관에 혈전이 생성될 위험을 높이고, 그러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면역계에 미치는 여향을 살펴 보면 어째서 마음의 상처로 죽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가난과 부채, 사회적 고립을 포함한 여러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사이토카인과 C - 반응성 단백질 같은 염증 생체지표들이 증가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들, 그러니까 치매가 있는 배우자나 친지를 매일 책임지고 돌봐야 하는 사람들도 증가된 염증 생체지표를 갖고 있다. 아동기에 가난과 방임, 학대에 시달리며 자란 성인 역시 그렇다. 아동기에 가난했거나 고립되었거나 학대를 당한 이들은 성인기에 염증, 우울증, 비만이 발생한 비율이 2배 높았다.


면역계가 아동기의 감염이나 백신 접종에 대한 장기기억을 보유한다는 사실은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제 우리는 면역계가 아동기에 겪은 공격이나 기근 등 초년에 자신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했던 일들도 기억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면역계가 매우 민감한 상태로 설정된 채 성인기에 진입하기 때문에 경미한 감염이나 사회적 위축에도 심하게 과도한 염증반응을 일으켜 우울증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스트레스가 염증으로 염증이 우울증을 우울증이 다시 스트레스로 악순환하는 피드백 회로가 작용하고 있었는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스트레스와 염증과 우울증의 순환에 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고, 그 지식을 활용해 우울증 치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도 궁극적인 질문, 그러니까 염증이 ‘왜 우울증을 일으키는가’하는 질문은 해결되지 않는다.


염증과 우울증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은 이제 합리적 의심을 넘어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신체의 염증에서 시작해 혈뇌장벽을 건너 뇌세포와 뇌 연결망의 염증으로 이어지고, 이 뇌 내 염증이 최종적으로 우울증이라는 기분과 행동의 변화를 초래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 있다. 또 사회적 스트레스가 신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사회적 스트레스는 우울증의 잘 알려진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스트레스와 염증과 우울증의 이런 연결성이 감염에 맞서 싸우던 우리 조상들에게 유리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처음에 사바나에서 감염에 대항 염증반응을 통제하기 위해 자연선택되었던 유전자들 중 일부가, 현대 세계에서는 우울증의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이기도 하다는 증거들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면역의 관점에서 우울증을 바라보면 새로운 치료의 여러 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명백한 방법은 차세대 항우울제로 항염증 약과 항체를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미주신경이 염증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한 현재 우리의 지식을 활용하면, 신경자극기로 염증성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스트레스가 염증과 우울증 모두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염증 바이오피드백을 통해 심리학 및 사회학적 개입의 효율성도 추적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는 당연하다는 듯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데카르트 분계선을 따라 양분되어 있다. 환자들은 자기 병의 신체적 측면을 치료하는 의사를 만나거나, 정신 측면을 돌보는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를 만난다. 의사와 정신과 의사는 그 양분된 영역 중 각자 한 영역만을 골라 전문적 훈련을 받는다. 경계를 넘어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우울증을 이해하고 싶을 때 면역계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우울증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 보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아주 중요한, 희망적인 책이다. 톰 인셀-전 미국 국립 정신보건원장


우리가 정말로 정신질환을 잘 아는가? 예전처럼 우울증도 진짜 병이냐고 묻지 않을 수는 있지만, 무엇이 우울증을 일으키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잘 모른다. 이런 상활에서 이 책은 '우리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라는 교훈을 알려준다. 더 타임즈





책, 염증에 걸린 마음 (우울증)에 관한 나의 의견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우울증이야말로 가장 치료가 시급한 질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을 구입하여 두 번 빨리 읽고 힘든 누군가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울증이 중증으로 발전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 동안 우울증에 대한 연구는 지지부진하다고 한다.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막연히 우울증을 누군가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수가 없는 이유가 조목조목 밝혀진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짧게 이야기하면 이것이다. 우울증은 몸의 문제라는 것이다. 몸의 염증이 어떠한 식으로 몸에 자리 잡게 되었는지 유전학 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어쨌건 생명유지를 위해 각종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감당하기 위해 존재해야 했던 우리 몸 안의 염증이 어떻게 스트레스로 변하고 우울증을 부각해 가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더 이상은 몸의 문제인 우울증을 정신적인 문제로만 터부 하지 말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앞으로 단일 질환으로 가장 많은 환자를 배출할 우울증을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우선 우울증을 정신적인 문제로만 치부하여 가두어 두는 암묵적인 그간의 관행을 고치고 몸의 문제로 관대하게 다가가자는 것이다. 사회적인 낙인 문화, 우울증에 대한 시선이야말로 우울증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어쩌다가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이렇게 의료 세계에서 사각지대에 머물게 되었는지를 밝힌다. 데카르트 이후의 이원적 형식적인 이론들 사이에서 어떻게 우울증을 그저 그러한 질환으로 당연시하게 되었는지 그래서 우울증 환자들이 어떻게 방치되었는지를 밝힌다. 아무튼 이 글을 통해 자기 나름의 우울증 치료기, 각자 개별화된 자신만의 우울증 극복 매뉴얼을 가져야 할지를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울증, 결코 그냥 지나가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꼭 '슬픔이 변하여 춤이 되기를"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시편과 같은 미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상처 입은 치료자들이 일어나 다른 사람들을 다시 치료하는 그런 시간이야말로 '슬픔이 변하여 춤이 되는 그런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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