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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러 레이첼 Jun 02. 2023

 숲 속 놀이터로 모시고 갈까요?

노인이 보인다


"솔방울을 뜨거운 물에 넣어 깨끗하게 씻은 다음 말려서 손안에 넣고 만지작거리면 좋아"


지난번 따다 드린 사과꽃을 손바닥으로 소중하게 담아 가는 어르신들을 보고 솔방울을 가져다 드렸더니 그러신다. 이 어르신은 어릴 적에 배운 피아노를 자주 쳐서 그런지 누가 노래를 잘하는 지도 잘 안다. 이분으로 인해 주변 분들도 즐거운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 또한 이분은 근처 공원으로 자주 나가신다. 시간과 친한 노인의 일상이 풍요롭다.


내게 보이는 노인의 세계는 시간과의 겨룸이다. 예전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에 사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등에 고립되어 사는 현대의 노인들이다. 앞으로 노인인구는 더 늘어나고 이들에게 남겨진 고독한 시간과의 싸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내가 최근에 뵙는 노인들께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양로원 등의 시설에 있는 분들은 프로그램이 있다. 어느 노인들은 혼자 살던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고 하지만 그 외에 마땅한 소일거리가 없는 분들은 어떻게 그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나도 이제 노년을 삶을 살아야 하기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보니 더 노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노인들은 이런 시간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듯하다. 우리가 바쁘고 힘들게 살던 젊은 시절에는 그렇게 갈구했던 시간폭탄이 노인들에게는 매일처럼 눈앞에서 터진다. 잠도 줄어서 더 늘어난 시간, 그 늘어진 시간 앞에서 준비되어 있지 않은 노인들은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인다.


시간과 친하게 지내는 법도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한다. 홀로 있는 시간을 요것 저것 하면서 보냈던 사람, 예를 들면 취미를 다양하게 가진 노인이 잘 산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시간을 준비해야 할까?


© louishansel, 출처 Unsplash



솔방울 하나를 쓰임새 있게 애용하는 어르신을 보고 자연치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숲 속 놀이터로 가면 스트레스와 불안이 줄어들고 면역체계 기능이 향상된다. 기분과 정신도 상쾌해진다. 누구라도 숲에 가면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검색해 보니 Horticultural Therapy라는 것이 있다. 또한 Eco Healing이라고도 한다. 자연치유법이라고 번역된다.


인간은 사랑을 받을 때보다 사랑을 줄 때 10배나 더 건강하다고 한다. 화분에 예쁜 꽃을 기르며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는 이웃 캐나다 주민들을 보면 그들이 삶의 주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지 알 수 있다. 여건이 문제겠지만 어렸을 때 소꿉장난하듯 클로버 잎도 찾고 꽃도 따서 향수도 만들고 나무 머리 깎기도 하고 씨앗을 움 틔우는 작업도 자연 치유법이다. 애초에 인간은 99퍼센트 오가닉 한 존재였다고 한다. 자연과 멀어지면서 잃었던 자연영성을 되찾는 것이 어떠한 인위적인 노력보다도 더 유용하지 않을까? 젊었을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해도 노인에게는 우선순위여야 할 것 같다.


커다란 나무 밑의 평상에 앉아 여럿이 오손 도손 이야기를 나누던 옛 시골 어른들의 시간을 생각해 본다. 나무 밑 벤치에 앉아서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호사스럽다. 지금이라도 나무 밑으로 어른들의 의자를 옮겨 놓으면 어떨까? 허리 굽혀 솔방울을 줍고 나뭇가지로 새총을 만드는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노인들에게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만약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나뭇가지와 꽃잎으로 테이블 위에 그림을 그려 보시도록 하면 어떨까? 매일 보았기에 하찮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 그것들이 노인들에게 즐거움을 되찾아 주지는 않을까? 작은 유리병 하나 들고 오늘 오후에 숲으로 가야겠다. 뭔가 의미 있고 재미있는 자그마한 기적들이 숨겨져 있을 테니 숨은 보물찾기 놀이를 해야겠다. 노후에는 자연 속에서 숨은 보물찾기 놀이를 하면서 보내는 것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 sharonmccutcheon,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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