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네로'

나의 고양이 '내로'는 탄생 중


"덜컥" 앞뜰로 나가려고 문을 열었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꽁지를 하늘로 치켜세우고 슬그머니 달아난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오너라", 조그맣게 부르며 살살 따라갔다. "나비야 나비야", 걸음을 멈추더니 벽에 몸을 비벼댄다. 손을 가까이 대니 머리를 손바닥에 지긋이 부딪힌다. 그 묘한 힘의 발란스, 친절과 거절이 함께다. 이 야심한 시각에 검은 옷에 흰 마스크를 쓰고 "어디로 출장 중이더냐"라고 물었다. 우리 동네를 순찰 중이란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내려다보는 가로등 불빛을 후광 삼아 동네의 파수꾼이 되어 어슬렁거린다.



가뭄에 꽃나무 잔디가 삭거린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후끈하다. 호스의 물이 나무 기둥에 쏴아 부딪히는 소리가 생생하게 여름밤을 적신다. 뿌리가 질척하게 물을 빨아 들인다. 물을 그렇게 부어대면서도 눈은 고양이를 쫒았다. 어디를 가야 할까, 고양이는 얼른 떠나지 않고 근처를 배회한다. 자동차 밑바닥도 점검하고 마른 잔디 위에서 나의 잔소리를 들으며 게으르게 스트레칭을 몇 번이나 한다. 떠나려다 고양이가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멀어져 간다. 길을 건너다 말고 잠시 포개 앉아 귀를 세우고 쫑긋, 얼음처럼 정지해있다. 키 높은 나무 꼭대기에 까마귀라도 있는 것일까? 잡을 놈을 결정한 것 같다.


야밤에 핸드폰을 무례하게 들이대는 나에게 다가오며 고양이는 여배우처럼 걸었다. 아쉽게도 밤도 검고 그도 검어서 사진이 다 검다. 메라를 별빛 같은 눈동자 바라본다. 눈빛이 별사탕처럼 달콤하다. 겨자색 원피스를 입고 해변에서나 신는 슬리퍼를 끌며 허리를 굽히고 사진을 찍는 나는 그의 카메라맨이고 그는 여우 같은 주인공이다. '네로'는 오늘 밤 무대에서 단독으로 열연을 한다.



몇주 전 이름도 기억이 안 나는 공원에 놀러 갔다가 새를 물고 있는 누렁 고양이를 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새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기겁을 했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어떻게 날아가는 새를 잡을 수 있을까 싶었다. 고양이가 새보다 빠르다니 새삼 호랑이의 친척이로구나 싶다. 어느덧 그렇게 덤덤하게 쌀쌀해진 내 음이 고양이를 았다.


나는 아기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다. 몇 주 전 농장에 오이지를 사러 갔다가 배가 산더미만 어미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것을 보았다. 장 주인께 아기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고 애원했다.미는 하얀 털에 검은 큰 점이 있는 매력덩어리다. 아기 고양이가 젖을 떼고 나면 안고 오려고 한다. 생애 처음 맞이하는 고양이 가족이다. 이름을 '내로'라고 었다. 남편과 딸들도 뭐라 나설 텐데 이번에는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입술을 깨문다.


어릴 적 자주 불렀던 노래, '검은 고양이 네로', 우리 동네 방범 고양이에겐 어깨에 완장도 달아주고 센 이름도 주고 싶다. 그래서 폭군 황제와 같은 이름 '네로'라고 부르기로 했다. 쥐들에게는 네로보다 무서운 존재는 없을 것이다.



이제 태어날 우리 집 고양이의 이름은 '내로', 도도하지 않게 이름을 살짝 틀었다. 유치해진다. 밤이면 집을 뛰쳐 나오는 '네로'는 거리를 순찰하고기 고양이는 내게로 와 내 마음을 훔쳐갈 도둑이 될 것 같다. 내일모레 농장에 다시 가보려 한다. 마음이 쿵당쿵당하다. 써부터 '내로'에게 설설 고 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또 그런다.




https://www.youtube.com/watch?v=73ckPpkslfg&t=5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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