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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사이다 Aug 11. 2021

제주를 다녀가며

  며칠 전 제주를 다녀왔다. 코로나 4차 유행이라고 여행을 자제하라는 말이 많은 때인지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미리 예약해 놓은 표를 취소하지 않고 예정된 여행을 떠났다. 사실 제주는 내 고향이다. 지금도 부모님이 거기에 계신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친정집을 다녀가지 못했다. 내 두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제주를 그리워했고, 부모님도 손자 손녀가 그리운 눈치였다. 아빠도 출장 가 없는 상황, 코로나로 날마다 여행을 자제하는 상황이었지만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코로나 상황에 결국 떠나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친정집을 방문하는 것이니 유명한 여행지는 피하는 일정이어서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아빠 없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에 지하철,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약간은 습하기도 한 바다 냄새가 코를 찔렸다. 싫지 않았다. 그 냄새가 내 유년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친정집까지도 버스로 1시간을 내 달려야 했다. 한 시간을 달리며 첫째는 멀미를 호소했고, 둘째는 졸리다고 칭얼거렸다.

  긴긴 여정 끝에 드디어 친정집에 도착했다. 날마다 밭일을 하시는 부모님의 익숙한 흙냄새, 바다 냄새, 마당 옆 귤나무 냄새가 뒤엉켜 우리 집 냄새를 완성했다. 제주에 오기 전까지 많이 고민했지만 막상 도착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서도 시골인 우리 동네는 마치 코로나와 무관하듯 너무 평화로웠고, 지나가는 사람들 조차 거의 없는 우리들만의 세상이었다. 2년 만에 보는 부모님 얼굴의 주름은 더 깊어졌고, 반바지 아래로 보이는 다리는 더 가늘어졌지만 두 손자 손녀를 보며 웃으시는 미소가 너무 평안해 보였다. 아이들은 마당 있는 1층 집이라고 너무 좋아했고, 그 밤에 도착해서 집에서 계속 뛰고 집 안 곳곳을 탐험하고 다녔다. 나는 긴 여정에 피곤했는지 그날 밤 금세 곯아떨어졌다. 사실 잠 자가 바뀌면 잠을 잘 들지 못하는 성향이라 친정에 가면서도 걱정했는데 내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새벽에 일어나시는 부모님의 습관에 맞춰 우리도 일찍 잠이 들었고 아침까지 한 번도 뒤척이지 않고 잤다. 시골이라 자고 일어난 아이들이 다리에 모기가 몇 방 물리긴 했지만 이것도 즐거운 제주의 추억이다.

  짧은 일정을 예정하고 왔기는 했지만 아이들과 이곳에 있는 시간 동안 평안히 쉬고 온전히 충전되었다.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서 채워지는 충만함이 있다. 엄마가 유년시절을 보낸 이곳에서 너희들도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집앞 마당의 추억, 사람이 드문 동네 앞 바닷가에서 기억을 공유하며 우리만의 제주를 경험하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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