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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 Feb 02. 2024

10년이면 가족이겠네?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Ch0-Ep1

한창 연애감정에 예민했던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6년째 연애중'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윤계상 배우와 김하늘 배우가 주연인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는데, 나는 영화관을 나서며 친구들에게 단호한 결심에 찬 말을 한다.


나는 사랑이 정이나 의리가 되는 순간, 바로 헤어질거야.



내가 그런 말을 하게 된 건, 영화를 보면서 꽤 충격을 받은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연인인 재영(윤계상 배우)과 다진(김하늘 배우)은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만나 열렬히 사랑을 하다 취직을 하게 되고, 각자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뜨겁지는 않지만 잔잔한 어른의 연애를 하게 된다. 일상 속에 서로가 당연하게 녹아있는 그런 사랑 말이다.


그런 연애 도중 다진은 기념일을 맞아 재영을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위해 중국 전통의상인 한쪽 다리가 깊게 파진 치파오를 입고 몰래 그의 집을 찾아가게 되고, 우연히 재영이 직장 동료 겸 친구와 나누는 통화 내용을 듣게 된다.


- 재영 친구 : 너네 커플 너무 부럽다. 그렇게 오래 사랑할 수 있다는 게...

- 재영 : 뭐... 나한테 이젠 그냥 딸같고 동생같고 그렇지. 그냥 챙겨줘야 할 사람이지.


다진은 재영의 통화 내용에 충격을 받고 그대로 돌아서 뛰쳐나가 버린다. 그들의 관계는 6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녀는 그에게 여전히 사랑이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그 사건 이후 재영이 외도까지 하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결국 헤어짐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맡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 자체의 결말은 결국 서로를 찾게 되는 결말로 흐르지만, 나는 그 결말이 그리 탐탁치 않았다. 나는 당시 그녀(여주인공 재영)의 마음에 깊게 공감을 했었고, 여자로서 남자에게 사랑이 아닌 의무감 정도로 남는다는 건 비참함 그 자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영화 '6년째 연애중' 포스터 (출처 : 나무위키)




얼마전 나는 연애 10주년을 맞았다. 오래도록 알고 지냈던 친구들, 새로 만나게 된 지인들 할 것 없이 '10년'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모두들 놀란 토끼눈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가끔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고개를 가로로 젓기도 한다.


"10년? 10년을 어떻게 연애를 하지... 10년이면 가족이겠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저 슬며시 웃기만 할 뿐, 그들에게 '그렇다 또는 아니다' 라고 대답을 하지는 않곤한다. 그들의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기 연애를 하는 모든 연인이 내게 공감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이 사람이 그저 가족이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게 그는 가족처럼 내 삶에 없으면 안 되는 너무도 당연한 사람이지만,

그가 가족처럼 내 삶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사람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왔다. 그도 그랬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그랬기에, 10년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가족같은 관계가 아닌 사랑하는 연인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감히 판단한다.


상대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힘.

연애, 아니 사랑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가치관을 결혼을 하더라도 놓지 않고 갈 생각이다. 놓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 우리의 외면도, 상황도, 삶의 모습이 달라지더라도 끝까지 그에게 그저 가족이 아닌, 사랑하는 여자이고 싶기 때문이다.


2014년, 20대 초반의 그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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