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일럿 Nov 03. 2024

내가 원해서 이렇게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것 맞나?

최근 글로벌 기업에서 해고당한 친구와의 캐치업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Lay-off, 해고의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 테크 기업일수록 그 규모가 크고, 싱가포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친구로부터 잠시 이야기할 수 있냐고 문자가 왔다. 워낙 똑똑이 친구라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염려가 안됐다. 다만 이 친구는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High-achiever 스타일이라, 이번 해고를 본인의 잘못이나 무능함으로 여길까 봐, 그게 조금 걱정됐다.

친구는 '지난 2년을 되돌아보니 나를 너무 몰아붙여 힘들게 살았던 것 같다. 2년 동안 한 번도 내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지난 2년이 흐릿하고 흑백처럼 느껴진다. 뭘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길을 잃은 느낌이다.'라고 털어놨다. 3남매의 첫째로 태어나 부모님의 큰 기대를 받아왔던 친구는 늘 최고의 성적, 최고의 학교,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고.

친구는 최근에 해고를 당한 학교 선배를 만났는데, 그분은 글로벌 기업의 이사인데 해고를 당했고, 친구에게 '살면서 해고를 한 번은 당할 텐데, 너는 그나마 직급이 낮을 때 당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다음번에 또 해고를 당하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그땐 더 준비된 상황일 수 있잖니?'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해고를 대비하는 삶이라니, 그거 너무 슬픈 삶 아니야? 그걸 위로라고...

어떤 회사의 어떤 직급을 가지는 것이나, 돈을 얼마만큼 버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 건 인생을 너무 납작하게만 보는 것 아닐까?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마일스톤이 될 순 있지만, 그것 자체를 목표로 삼고 육상 경기 트랙을 뛰듯 사는 건 둘 다 지는 게임이 될 수 있다. 목표를 이루고 나면 허무함이 찾아오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실패자가 된다.

글로벌 기업의 헤드가 되지 않아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고, 글로벌 기업의 헤드여도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일 수 있다. 부모님이나 사회가 나에게 심은 가치관/직업관이 아니라, 내가 어떨 때 행복을 느끼는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나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당장 고민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계속 고민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지, 타인이 나에게 바라는 인생을 살면 언젠가는 허무함이 몰려오기 마련이다. 왜냐면 우리는 유일무이한 사람이니까, 엄마의 바람을 내가 이뤄줄 수 없고, 엄마에겐 행복한 게 나에겐 행복이 아닐 수 있다.

슬프게도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는 이런 고민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 같다. 하루하루 삶이 바쁘고 고단해도 그렇다. 그래서 살면서 우연히 마주하는 이런 리마인더들이 소중하다. 친구에게 '나중에 돌이켜보면 이번 해고가 오히려 네 삶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점검해 보는 좋은 계기가 돼서 - 그건 정말 잘된 일이었어!라고 생각할 거야'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리고 나에게도 질문해 본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맞나? 아니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인정 욕구에 나를 희생하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성을 잊은 건 아닌가?

매거진의 이전글 어떤 금요일 - 소나무님과 오랜만의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