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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다사이 오사무

우린 누구나 조금씩 이상하다.

by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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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 다사이 오사무가 자신의 삶을 투영한 자전적 소설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인공 요조의 고뇌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요조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보통'과는 거리가 먼 존재임을 알아차리고, 사회에 섞여들기 위해 광대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작품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며, 요조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쓰여저 술술 읽힌다.


때때로 너무 심하게 느껴지는 요조의 자기혐오와 불안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한국, 일본 등 고맥락 문화권(High-context society, 사회에서 맥락, 문맥 등의 해석이 필요한 사회 - 반대로는 straightforward한 의사소통이 일반적인 사회로 독일, 네덜란드 등이 있다.)에서 특히 의미 있을 이 작품은, 개인의 진정성과 사회적 가면 사이의 차이에서 오는 불안과 긴장을 '요조'라는 인물로 아주 극적으로 그려냈다.


겉으로는 사회성이 높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조차 자신만의 '이상한' 부분이 있다. 이를 무시하고, 모든 사람이 비슷하기를 강요하는 사회는 폭력적이다. 특히 획일적인 모습을 개인에게 강요하는 일본의 집단주의적인 문화적인 특징을 봤을 때, 이 소설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폭력적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상한 부분, 다른 관점과 견해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적어도 가까운 가족들에게는 그런 점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resilient) 사회인 것 같다. 한국/일본과 같은 고맥락 사회에서 사는 아주 예민한 사람들이 읽으면 공감 가는 부분들이 있을 책이다.





책 속에서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저를 죽여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 속에서 요조가 자살을 시도할 때마다, 늘 누군가랑 같이 죽으려고 했던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혼자 죽지 왜 늘 자꾸 동반 자살을 하는 거야? 그런데 이 부분을 보니, 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그런가? 그 사람의 인생의 쓸쓸함을 멈춰주려고?



사람과 접할 때면 끔찍한 침묵이 그 자리에 나타날 것을 경계하느라 원래는 입이 무거운 제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익살을 떨었던 것입니다.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흔치 않은 것은 아니다. 나도 어떨 때에는 그렇기도 했도,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음지의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는 비참한 패자, 또는 악덕한 자를 지칭하는 말 같습니다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음지의 존재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 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한 놈으로 손가락질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다정한 마음이 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그 '다정한 마음'은 저 자신도 황홀해질 정도로 정다운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Underdog, 내가 과거에 했던 고민들로 현재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비슷한 마음이 든다.



사회운동 본래의 목적보다도 그 운동의 표피가 저한테 잘 맞았던 것입니다.

꼭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호리키의 경우는 그저 바보 같은 놈이 집적거리는 그런 것이어서 저를 소개하기 위해 딱 한 번 그 모임에 갔을 뿐.



저의 이 끊임없이 쫓기는 듯한 마음



그 사람은 말로 "쓸쓸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무언의 지독한 쓸쓸함을 몸 바깥에 한 폭 정도 되는 기류처럼 두르고 있어서,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이쪽도 그 기류에 휩싸여 제가 지니고 있는 다소 가시 돋친 음산한 기류하고 적당히 섞여서 '물속 바위에 자리 잡은 낙엽'처럼 제 몸은 공포나 불안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문학적인 찬란한 표현들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나만큼 저 사람도 쓸쓸한 것 같아서, 그 사람 주변에 있으면 뭔가 편안했다."라는 문장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이 사기범의 아내하고 보낸 하룻밤은 저한테는 행복하고 (이런 엄청난 말을 아무 주저 없이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이 수기 전체에서 두 번 다시없을 것입니다.) 해방된 밤이었습니다.





서평 중에서

현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절망이 요구되는 격변기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가치관의 혼란, 세대 간의 갈등 증폭,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 간의 대립 구조 심화 등으로 어떤 해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이기 때문에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나약함, 불신감, 절망감에 목숨을 걸고 천착하고자 한 다자이 오사무의 작가적 자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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